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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Z Apr 04. 2021

내 쓸모를 당신에게서 찾는다.

워크숍 전반전

파주에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남들은 콧바람 쐬러 가는 워크숍이라고는 하나, 모든 것이 처음인 나는 보고서 정리로 정신이 없었다. 특히 이번 워크숍은 시청률 담당인 내 업무보고가 중심이 되기에 더욱 긴장되었다.


워크숍의 주제를 정하기 위한 회의는 출발 하루 전,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회의는 밤에 끝났지만, 내게 업무가 주어진 건 워크숍 출발 30분 전이었다. 관건은 평소에 뽑아두었던 방대한 베이스 데이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였다. 시간이 없었다. 요령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왜 항상 노력한 만큼 보여주질 못할까. 준비해 둔 건 이렇게 많은데.


다행히 워크숍은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보고서였지만 황 팀장님과 본부장님은 수고했다고 어깨를 다독여주셨고, 나는 남몰래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문제는 박 팀장님이었다. 그는 이전에도 내가 정규직으로 들어온 것은 학교 빽(back)이라고 말한 전적이 있었고, 빽을 원한 적도 빽으로 들어온 적도 없었던 나는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회의 자료에 컴플레인을 제기했다. 그의 눈에는 내가 너무 쉬운 일들로 몸을 사리는 것처럼 보이는 듯했다.


이런 일들로 자존감이 흔들리면 안 될 텐데, 이미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많았던 나는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황 팀장님과 본부장님의 수고했다는 말 또한 의심스러웠다. 그들은 정말 만족했을까. 그저 어린 나를 다독이는 말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나는 어느새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기대에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내 쓸모를 남에게 찾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그저,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잘하고 있는 것일까. 못하고 있어도 좋다. 누가 뭐라고 말이라도 해준다면. 나는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입술에 내 가치를 맡기고 있었다. 


사회선배들의 조언이나 피드백 없이, 아무 경험도 없는 초년생이 뭘 믿고 노련한 세상 앞에서 가슴을 필 수 있을까. 그러나 사회는 더 이상 피드백이 의무적인 학교가 아니다. 사회초년생이 외로운 것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을 줄 누군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외로움에 익숙해 질 때, 우리는 한 뼘 더 성장한 사회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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