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가방에 손거울 하나쯤은 있을 법한테 요즈음은 뭔가 가지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러워 저는 핸드폰만 겨우 들어가는 작은 가방을 가지고 다닙니다.
핸드폰 카메라로 식사 후 입 매무새 정도는 파악할 수 있고 가는 곳마다 나를 비추는 거울들이 많은 까닭이기도 합니다.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보는 소녀의 모습으로 첫 페이지를 시작하여 다시 그 거울에 미소 만발 한한 얼굴로 마무리되는『나는 나의 주인』이라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가치사전’, ‘내 짝꿍 최영대’ 등 수많은 작품을 쓴 채인선 작가의 이 스토리는 소중한 교훈을 담고 있기에 아이들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저는 ‘거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압니다. 내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압니다. 나는 나의 주인이니까요
주인공 소녀가 거울을 보며 말합니다. 그리고 주인답게 자라난 손톱도 깎아주고 다치면 약도 발라주며 자기 몸을 잘 관리합니다. 안전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몸의 필요도 잘 채워줍니다.
아이는 자기의 몸뿐 아니라 마음의 원하는 것도 잘 알아들어요. ‘그러면 안 돼,’ 용기를 내~ ‘ 스스로에게 필요 적절한 말로 위로하고 힘도 줍니다. 자기가 무얼 잘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지도 알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기분이 좋아지는지,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마음이 조마조마할 때, 깡충깡충 뛸 만큼 기분이 좋을 때, 그 모든 자신의 조각들이 자기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아요. 거울로 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도, 일상도, 얼굴을 살피듯 관찰하고 관리하는 관리의 여왕입니다. 이렇게 자기의 몸과 마음에 책임을 지고 가꾸어가는 소녀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그림책을 읽고 그 소녀의 얼굴이 있는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춰보며 소녀가 되어봅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나옵니다. 그동안 내 몸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책 때문일까요? 피부엔 생기가 줄어들어 물광 화장품에 눈이 가고, 몸매는 후덕해져 느슨한 옷으로 가리기 바쁜 것은 자연의 이치라 핑계 댈 수 있겠지만 운동량 부족으로 근력과 골 밀도가 줄어들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동안 내 몸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는 반증입니다. 어딘가 부딪히기라도 할까 조심만 할지 알았지 건강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못했기에 몸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힘내세요, 할 수 있어요, 당신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는 말로 희망을 주려 했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너그럽지 못했어요. 근거 없는 말로 나를 비난하는 이 때문에 속이 문드러질 때도, 훌륭히 자라 준 딸을 보며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 춤추고 싶을 때도 그 아픔과 기쁨의 감정을 온전히 수용하고 표현하지 못하고 모른 척하며 억압했던 장면들로 거울이 가득 채워집니다.
나는 언제나 내 마음과 꼭 붙어있습니다
내 속에는 여전히 두려워 떠는 마음, 아이처럼 울고 떠들며 깔깔거리고 싶은 내가 있는데 언제부턴가 어른 행세하며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멀리 떼어놓고 누군가가 기대하는 나로 살아왔습니다.
괜찮은 척, 안 아픈 척, 괜찮은 사람인 척, 나는 선생님이니까, 엄마이니까, 심리상담사니까, 여자니까……. 그 많은 장벽들이 마음과 몸을 멀어지게 한 것 같습니다. 거울을 봐야 얼굴에 묻은 오물을 닦을 수 있는 것처럼 내 마음과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할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첫 페이지 거울 옆에서 빼꼼 얼굴을 내민 초록 잎사귀 하나가 마지막엔 페이지 전체를 덮을 만큼 자라나 있습니다. 소녀는 활짝 웃는 얼굴로 자랑스럽게 나에게 조언합니다.
주인은 책임지는 사람, 소중하게 보살펴주는 사람, 공중의 새나 숲의 나무들처럼 자기 스스로를 키우는 사람입니다
소녀가 20년 후 즈음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20년 후의 나를 위해 정말 내가 원하는 것, 나 스스로 부여 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 그 선택으로 인해 행복하고 만족할 것들을 선택하렵니다. 그제야 온전한 내 인생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거울로 나의 몸을 비춰보듯 마음과 몸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 현재의 더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습관부터 시작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