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대의 마음이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어도 원하는 대답이 아닐것 같아 물어보지 못하고 마음대로 넘겨 집기 해버릴 때가 있지요. 때로는 상대가 물어오는 말에 솔직하게 답하지 못하고 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해버리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사이가 어색해지거나 멀어진 경험은 없으신가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직장 선배가 자기 인사만 번번이 받지 않고, 동료들도 자기만 따돌리는 것 같다고 속상해하던 내담자가 생각납니다. 사실, 그 선배는 성격도 좋고 인기도 많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그런 마음과는 달리 친구에게 "난 저렇게 성격이 까칠한 사람은 싫어"라고 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모두는 저마다 심리적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을 의식적인 수준에서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방어기제는 불안한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생각이나 행동수단을 말합니다. 과거에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이나 고통스러운 기억, 또는 현실적으로 부적절한 욕구등을 무의식으로 밀어넣는 억압은 가장 흔한 방어기제중 하나지요.
불쾌하고 속상하게 만든 대상에게는 한마디도 못하다가 나와 가깝고 편한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전치, 이 방어기제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속담까지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지 알 수 있지요. 합리화는 정당화 될 수 없는 자기의 행동이나 선택을 그럴싸한 이유로 포장하는 기제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방어기제 외에도 자신의 고통이나 공격적 에너지를 예술이나 스포츠 등으로 해소하는 승화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저마다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제들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와 진실한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겠지요. ‘겉바속촉’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튀김은 맛은 있지만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입니다.
마법의 알사탕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의 주인공 동동이는 늘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합니다. 어떻게 동동이는 자기 속에 있는 말을 꺼내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는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들은 구슬치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맨날 자기들끼기만 논다. 그래서 그냥 혼자 놀기로 했다
가을바람에 낙엽만 뒹구는 쓸쓸한 놀이터처럼 동동이의 마음엔 외로움의 바람이 몰아칩니다.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같이 놀자고 말도 못꺼내고 혼자놀기로 했다는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네요. 동동이의 말이 진심일까요?
이런 동동이에게 어느날 손에 들어온 각양각색의 알사탕. 뭐부터 먹을까 고민하다가 체크무늬 박하향 사탕을 입에 넣은 순간, 거실에서 이상한소리가 들립니다.
"동동아 난 너희집 소파야~ 리모컨이 낑겨 옆구려 아파. 그리고 너희아빠 방구 때문에 숨못쉬겠다."
빵 터집니다.
우리집 소파가 말을 한다면 저에게 빵구쟁이 아줌마라 놀릴 것 같아요.
두번째 사탕을 먹다보니 아빠가 퇴근하셔서 익숙한 잔소리를 끝도없이 늘어놓으시네요. "숙제했나? 양치질해라. 준비물 제대로 챙겨라. 글씨가 이게뭐냐~" 잔소리가 듣기싫어 알사탕 하나 입어넣고 잠을 청하는데 어디선가 계속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자세히 들어보니 아빠의 목소리입니다. 동동이는 살며시 아빠 뒤에 다가가 나도~라고 말하며 안아줬습니다.
이번에는 누구목소리가 들릴지 기대하며 말랑한 핑크빛 풍선껌을 입에 놓어봅니다.
“동동아 잘 지내지? 나는 여학교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으니 동동이도 친구들이랑 많이 많이 뛰어놀아라!” 꿈에도 그리던 할머니의 목소리입니다. 보고싶을 땐 언제든 목소리를 들을수 있게 풍선껌을 식탁 밑에 붙여 놓았어요.
밖에 나가보니 늘 보던 나무와 나뭇잎, 온 천지가 동동이에게 안녕 안녕 인사하며 반겨주고 있습니다. 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행복해하는 동동이의 표정은 세상을 다 얻은 듯 합니다.
바로 그때 저멀리 친구 한명이 보입니다. 동동이는 이전에 입밖에 꺼내지 못했던 그 한마디를 꺼냅니다. “ 나랑 같이 놀래?” 이 용기는 어디서 온 것 일까요?
속마음을 말 할 용기
우리의 뇌는 지적회로가 30%, 감정회로는 70%가 된다지요? 여러 가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 마음이 복잡할 때는 지적활동에 집중을 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 감정을 정리하고 정화하는데 에너지를 거의 다 소진해버리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마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위장장애. 두통이나 우울증세를 겪기도 합니다.
비록 엄마는 곁에 없지만 엄마이상으로 따뜻하게 돌봐주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동동이는 허전함과 그리움으로 마음에 찬 바람이 나부댔겠지요. 사랑한다고 다독여주기를 기대했던 아빠는 따스한 말 대신 폭풍잔소리만 해댄다면 어디론가 도망가고도 싶기도 했을 것 같아요. 핑크빛 풍선껌으로 동동이의 억압되었던 그리움과 허전함은 채워졌고 까망 점박이 수염사탕으로 가려져있던 아빠의 사랑을 확신하게 되었어요. 그제서야 동동이는 자기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어요.
오늘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으신가요? 혹, “내맘 알지?” 하며 기다리고 있지는 않나요?
아들러는 용기의 심리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떠했든지 오늘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나의 관계패턴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아직 못다 한 한마디를 건네고픈 사람이 있으세요? 그 말을 하지 못하는 동안은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를 쓰며 불안해 할 수 밖에 없어요. 오늘 누군가에게 먼저 알사탕으로 다가가 서로의 원함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용기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인생이란 선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이 연속되는 것이다. 찰나(순간)의 연속이다”
-기시미이치로, 미움받을용기-
생각을 실행하기는 쉬운일이 아니지만 지금 하나의 점만 찍기로 선택하면 조금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점을 찍기로 결정하는 것도 선택이고, 찍지 않고 이 상태에 머무르는 것도 선택입니다. 오늘 내가 만드는 새로운 점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