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혜 Jul 13. 2024

외국생활 중 겪은 애매모호하게 선 넘는 혐오와 갈등

미국 생활 중 만난 싸움 유발자들 (3)

앞서 발행한 글에서 언급한 분노 포인트 중 하나에 대한 글입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화를 내보았습니다.



이 주 정도 정규 강사를 대신해서 수업을 맡은 기간제 강사가 학생들을 Korean, Vietnamese, Russian 등 국적으로 지칭했다. 세 번째 수업 시간에는 수갑과 체인을 가져왔다. 과제를 안 하면 문을 잠글 거라나. 그리고 과제로 자기 추천서를 써달라고 이야기했다. 강사들을 관리하는 학교 직원에게 보여줄 거라나.


 https://brunch.co.kr/@alsp7769/110






최근 나의 분노를 일으킨 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쓰다 보니 이 사람이 정말 이상하네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그는 스스로가 외국에서 온 친구들에게 굉장히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추천서든 뭐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 자신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에 걸쳐서 했다. 고백하건대 나도 그의 외모만 보고 가족이나 선조가 특정 국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세 번의 수업에 입고 온 옷차림을 보고 게이일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나는 그의 수업을 이주동안 들었다. 공휴일인 June-teenth가 포함되어서 총 세 번의 수업이었다. 첫 수업에는 그는 강의록에 있는 내용들을 오전에 빨리 끝내고 오후에는 재미있는 활동을 해보자고 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그는 차별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어 했다.



"미국에 온 뒤에 차별을 받았던 경험에 대해서 얘기해 봐. 헤이 콜롬비안."





그는 여러 번에 걸쳐서 모든 이들이 차별받은 경험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애들은 여기서 일을 하려면 예전 국가에서 땄던 자격증이나 학위가 소용없다. 정착이 힘들다. 또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당했던 설움?을 이야기했다. 강사는 어떤 것에는 아주 공감한다는 듯 답했고, 어떤 부분은 그게 왜 서럽지? 하는 표현을 했다. 이 토론의 그림은 마치 미국 드라마를 보면 중독치료센터 같은 데 가서 둥글게 모여 앉아서 각자의 경험을 말하고 반성하고 같이 슬퍼해주고..? 그런 느낌이었다. 중독 치료를 도와주는 분에게 왠지 의지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러다 그가 헤이 코리안을 불렀을 때 나는 "나는 이 전염성 강한 우울한 주제가 별로인데, 좋았던 경험 얘기하면 안 돼? 나는 여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좋았어. 나는 한국에서 고양이 두 마리랑 왔거든, 고양이들의 입국절차가 걱정이었어. 공항에서 질병청 직원을 만나서 검역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 근데 거기 직원이 고양이를 보고 서류를 확인하더니 내 짐이 너무 많다면서 큐트 고양이들 피곤하겠다고 카트를 공항 게이트 바깥까지 밀어주는 거야. 세관신고 같은 프로세스도 엄청 빨리 지나갔어. 나는 시카고에 왔을 때부터 환영받은 기분이었지 차별받은 기분은 아니었는데.."이라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꾸어보려고 시도했다. 수업에는 아는 사람들도 많고 나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그냥 그가 생각하는 요점과는 맞지 않겠지만 용기 내어 말했다. 코리안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겨우 세 번 볼 건데 뭐 하는 생각으로 내버려 두기도 했다.



"오 너무 행복했겠구나. 나도 고양이가 두 마리 있어. 그런 거 말고 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어?" 그는 다시 물었다.





"흠. 우리 테니스 레슨 강사가 알제리 출신이거덩. 불어가 모국어이고 영어가 완벽하지는 않아. 가끔 그냥 불어로 설명함. ㅇㅇ. 근데 다른 인터내셔널 애들은 대충 알아듣고 배우는데 미국 언니 한 명은 설명 좀 잘하라고 맨날 짜증 내. 내가 봤을 때는 말이 많지 않지만 가르칠 건 다 잘 가르치고 있거든. 그래서 나는 약간 영어를 못하는 사람에 대해 네이티브 스피커가 그의 코치로서의 자질을 내려치기 하는 건 아닌가 느꼈어. 아무튼 나는 말이 많다고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이것도 내가 경험한 차별은 아니네." 내가 말했다. 나는 그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는 "음 그건 그 미국 사람에 대한 역차별로 들린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리고 그는 다음 시간에는 너희들이 다른 사람을 차별한 경험에 대해서 말해보자고 했다. 수업이 끝날 때즈음 나는 속으로 그에 대한 진단을 내렸다.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 위험 신호, 레드 플래그 (Red Flag)라는 말이 그에게 찰떡처럼 어울렸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길에서 만난 학우와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의견도 수업이 아주 별로 Awful라는 의견이었다. 이와 함께 자신은 미국에 온 이후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이 수업 때 처음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녀는 블랙조크를 일삼는 친구다. 갑자기 멈춰 서서 "나는 이성을 좋아하는 백인 여성이야. 외국인이어도 인종만으로 보자면 다수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나도 말했다. "하하. 그래. 내가 느낀 것도 그거야. 왜 우리를 소수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할까?"





두 번째 수업 때는 전반적으로 별로였지만 눈에 띄는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물음 중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나는 4개 국어를 하거든 영어, 불어, 스페인어, ㅇㅇ(기억이 안 나요)를 하는데 내가 식당 직원에게 스페인어로 말을 걸면 남미 출신의 서버들은 왜 그걸 공격으로 받아들일까?" 그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내가 불어를 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그냥 좋아하거든"



식당 직원은 ‘내가 영어를 못할 것처럼 보이나?’하는 의문을 갖지 않았을까? 또 그 강사의 표정이나 행동이 그다지 친근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했을 테다. 그는 마치 그들의 낮은 자존감이 별것 아닌 행동에도 분노를 일으킨다는 것 마냥 말했다. 그의 사고방식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미 출신의 학생들은 그에게 친한 친구한테 너의 상황을 설명하고 스페인어 회화 연습을 하고 싶다고 말을 걸던가' 하는 식의 나름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속으로 '아 애들 왜 이렇게 착해.. 기분 나쁠만한 것 같은데..'하고 생각했다. 



이때만 해도 그냥 적당히 넘어갈 줄 알았다. 



대망의 마지막 수업. 오늘만 끝나면 다시 제대로 된 선생이 돌아온다!! 하는 생각과 함께 수업에 갔다. 아침에 수업을 갔더니 나의 단짝 아주머니가 강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업 시작 전 가벼운 토킹토킹으로 보였지만 그녀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인고 하니.. 강사가 자기 벨트 옆에 차고 있는 열쇠 꾸러미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오늘 패션이 멋지네... (진심이 아님)"라고 했더니 그는 가방으로 가서 주섬주섬 수갑과 체인을 꺼냈다. 오마이갓김취...





"점심시간 전까지 중요한 과제인 추천서 쓰기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뒷문을 잠그겠어."라는 그의 말이 나는 그냥 재미없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도착해서 강의실이 꽉 차니 그가 다시 한번 뒷문을 잠그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술렁술렁.. 너 그거 가져오고 문 잠그는 거 일리노이 주법으로 불법이야라며 누군가 말했다. 나도 얼마 전에 화재경보 울려서 난리였어 안 잠그는 게 좋을 걸.이라고 덧붙였다. 갑자기 옆에 있는 아재가 급발진을 했다. 그냥 하지 마. 돈! 두ㅡ댓! 강사는 그냥 알겠어. 장난일 뿐인데 하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대망의 추천서 파트에서 그는 각자 다른 사람을 직장이나 학교에 추천해 주는 글을 써보도록 안내했다. 뭐 추천서야 그냥 쓰면 되니까.. 그는 연습 삼아서 자신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추천서를 써줄 것을 요청했다. 상사 A와 B한테 보여줄 수도 있고? 하는 말을 덧붙이며. 



나는 그걸 또 성심성의껏 써줬다. 나름대로 여기 잡을 얻고 싶어 보여서.. 아무래도 나는 그가 추천서를 보여주고 싶다는 고용 권한을 가진 A 씨의 수업을 두 학기정도 들었었다. 나름대로 나와 A 씨의 관계도 좋았고 추천서에 나름의 위트도 더해서 적어주었다. 쓰면서도 나는 대충 종이에 적어주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용은 아래와 같이..



이 추천서를 보는 이에게,

나는 이 사람을 당신 회사에 강사로 추천하기 위해 이 레터를 쓴다. 그의 학생으로서 이런 추천서를 써줄 기회를 얻어 영광이다.

그의 강의력과 교육을 향한 헌신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사람은 굉장히 넓은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어서,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위한 수업에 적합하다. 인문학과 언어학을 복수 전공하고 법학석사를 취득한 뒤에 어떤 일들도 했다. 티칭 경력이 길지 않고 한 가지 일만 하지 않은 점은 그의 약점일 수 있지만, 나는 그의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교육 열정이 그것을 커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비록 나는 영어 교육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A*라고 생각하지만, 이 강사도 학교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열정적인 자기 계발과 지속적인 헌신은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하고 어쩌구저쩌구... 형식적으로 불라불라..

존경을 담아,
ㅇㅇ씀

* A를 언급한 것은 그가 볼 것을 감안한 나름대로의 위트이자 아부였다.
** 들어있는 내용은 세번의 수업동안 그가 자신의 언어능력과 학위를 엄청나게 자랑했기 때문에 추천서를 쓸 때 그가 언급한 것들은 다 넣어주려고 노력했다.



대충 써서 내고 점심을 먹으러 다녀왔다. 오후 수업에 들어가자 강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져있었다.



이전 10화 유학 생활 중 만난 편견: 여성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