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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Oct 28. 2024

루시드 드림


처음으로 사람을 없앴다. 요즘 스트레스가 심한가. 소음기가 달린 주둥이가 길쭉한 총은 기대한 것과 같았다. 방아쇠를 당기자 총알이 빠르고 조용하게 날아갔다. 총알이 앞에 서있는 사람의 몸에 닿자 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하주차장에서 나가는 길에 마주 오는 차에서 라이트의 빛이 쏟아졌다. 눈이 부셔서 앞이 잘 안보였다. 조금 불편하다 싶은 차에 쾅하는 소리는 귀로 덜커덕하는 충격은 몸 전체로 전해졌다. 



  반대쪽에서 오던 주황색 픽업트럭이 내 차의 앞코를 들이받았다. 하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니. 내 차에는 형사 한 명과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한 명 그리고 내가 타있었다. 형사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아이돌 가수는 탱크톱에 달라붙는 치마 차림이었다. 말끔한 인상의 형사는 차가 부딪히는 걸보고 신나는 듯 호우! 소리를 질렀다. 최근에 보던 형사물에서 봤을 법한 인상의 사람이었다. 그가 신나 하자 덩달아 나도 신이 나는 듯했다.



  "가는 길이 좀 늦어지겠네! 얼른 좀 놀고 싶다!" 그는 운전석의 목 받침대에 바싹 다가붙어 앉아 말했다. 아이돌 같은 여자애는 중얼중얼 투덜댔다. 걱정하는 것 같기도. 주변이 잠시 시끌시끌해졌다. 중간의 기억은 조금 끊겨버렸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순간 형사와 아이돌은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내 무의식이 만든 꿈이었다. 꿈이라기에 둘은 뭐 저렇게 예쁘고 잘생겼나 싶다. 대단한데. 사실 나는 이 모든 일이 꿈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내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어투, 행동, 말하는 내용은 내가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아무튼 접촉사고에 형사인 남자는 신이 났고, 가수는 심통이 나보였다. 신기했다. 차를 다시 지하로 옮겨댔다. 앞에 선 주황색 트럭에서 할리퀸 복장을 한 사람이 내렸다. 지쳐 보이는 피골이 상접한 남자도 내렸다. 조커인가? 할리퀸이 우리 쪽을 보며 말했다. 이 사고는 너네가 백 퍼센트 잘못했어. 그녀의 말투가 짜증스러웠다. 그녀는 자기 차를 살펴보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보니 왠지 귀찮아질 것 같았다. 두 사람 없애버릴까. 생각하는 순간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다. 처음 들어본 총이 신기했다. 형사와 아이돌이 옆에서 쏴보자고 했다. 그리고 퓩퓩. 어렵지 않았다. 두 사람은 사라졌다.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 것을 나는 왜인지 미리 알고 있었다. 와 이런 것도 된다고. 신기했다. 앞을 가로막은 픽업트럭도 사라졌다. 나는 햇살 속으로 자동차의 액셀을 밟고 있었다.  

 

  꿈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해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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