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더 절실해지는 힘

경제적 독립심

by 진그림

훌쩍 나이 먹은 나

이민 생활 동안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느라 경제적 독립심을 키울 만한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교사 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직 경력이 필요했기에, 늘 파트타임으로만 ‘가늘고 길게’ 일을 이어온 정도였죠. 그 수입은 아이들의 예체능 과외비 정도를 감당하는 수준정도 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자라 내 손길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게 된 시점이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 이제 나는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하나?'


그 시기쯤에 주변에서 안타까운 일들도 연달아 일어났어요. 배우자의 건강 문제로 갑자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친구, 건강 악화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 이웃, 안정적인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지인, 그리고 배우자를 잃고 혼자 자녀를 키워야 하는 교우까지...

이십 대, 삼십 대에는 한참 먼 이야기 같았던 일들이 이제는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것은 언제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현실이구요.


그때 전 깨달았습니다. 위기상황이 닥쳤을때 대응력 거의없는 '무방비 상태의 중년 여성'이라는 것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오, 이런 안 되겠어. 지금부터라도 정산 차리고, 판을 다시 짜야겠어."


그 순간부터 나는 혹시라도 그런 일이 벌어져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 다시 말해 경제적 독립성을 키우기 위한 ‘생존 훈련’이라고 이름 짓고, 경제적 독립심 기르는 연습을 시작했어요.


경제적 독립성을 키우기 위한 나의 실천


1. 혼자 벌어도 유지 가능한 소비 수준 만들기

배우자의 소득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소비 습관을 들이는 연습을 했어요. 식비, 주거비, 여가비를 재점검하며 ‘나 혼자 벌이’ 기준으로 살려고 시도해 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소득의 다각화 시도

먼저, 이사오느라, 코로나 겪느라, 몇 년간 쉬었던 일자리를 다시 찾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정규직이지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만일의 경우에 풀타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곳을 찾는게 첫번째 계획이었어요.

이력서를 주변에 돌리고 인터뷰를 보러 다녔는데, 경력단절에다 영어를 안 쓴 지도 몇 년 되다 보니 바닥에 달라붙은 자신감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더군요.

한 가지 직업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 일을 찾는 와중에도 다양한 일거리를 찾아 도전해 보기도 했어요. 집에서 한글 가르치기, 온라인으로 한글지도법 코칭하기, 별채를 단기숙소로 활용해 보기,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기.... 다양한 직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도했던것 같아요. 나도 사업이라는 걸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염두에 두고 이런저런 일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떤일은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수요가 많지 않았고, 어떤 일은 생각보다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3. 기술과 지식 업그레이드

현직 교사들은 정해진 보수교육 시간이리는게 있어서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야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유기농법 코스도 온라인으로 수료했어요. 아트클래스도 등록해서 현재 배우고 있어요. 지금은 텃밭 가꾸기와 그림 그리기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취미이지만, 꾸준히 배우며 익히다보면 나에게 또 다른 커리어의 문을 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4. 비상금과 저축 훈련

적은 금액이라도 비상금 통장을 만들고, 목표액을 정해 정기저금을 시작했어요. 작은 규모라도 사업을 하게 될 경우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서. 티끌모아 태산되고, 푼돈모아 목돈되고!


경제적 독립성은 단순히 돈을 버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와 가족의 생존을 지켜주는 ‘방패’이자, 인생의 후반전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히 받쳐주는 ‘기둥’이 되는 것입니다.


경제적 독립은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와 존엄을 지켜주는 힘이며, 다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책임이자 권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결국 경제적 독립심은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은가를 이루는데 중요한 토대가 되니까요.


조금씩, 단단하게


자금은 몇년전 정신이 번쩍 들었던 그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경제적 독립심을 기르는 길이 아직은 멀게 느껴지지만, 그동안의 작은 도전과 노력 덕분에 소비를 줄이고 단순하게 사는 훈련은 이미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다른 필요한 능력과 습관들도 자연스럽게 채워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당신을 위한 질문

나는 지금, 내 삶과 후반전을 지킬 경제적 독립심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하루하루의 작은 선택과 노력이, 나의 미래를 얼마나 평화롭고 당당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를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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