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과 픽업이 숙명인 호주의 학부모들
호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의 일상은 늘 ‘도시락과 등하교 픽업/드롭’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한국처럼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지 않으니, 간식과 점심은 오롯이 집에서 싸서 가거나 학교 매점에 오더를 해야 한다.
호주에선 아이들이 만 다섯 살이 넘으면 초등학교를 시작하는데, 준비학년인 유치원부터 정식 학제가 시작된다. 한국으로 치면 병설유치원이 모든 학교에 있는 셈이다. 각 주마다 부르는 명칭은 조금씩 다른데, Kindy, Foundation, Prep 등으로 불리는 유치원 과정을 포함해서 Year 1부터 Year 6까지 총 7년 과정이 초등학교학제이다.
하루 수업시간은 오전 9시경에 시작해서 오후 3시경 종료되고, 앞서 말했듯이 학교의 급식이 없고 도시락을 싸서 가는 문화이다. 호주는 초, 중, 고등학생까지 모두 교복 착용이 일반적이며, 여름/겨울 교복이 구분되어 있다. 공립학교는 catchment area (학군) 제도로 운영되어, 주소에 따라 배정이 된다.
이민을 와서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순간부터, 막내가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15년이 넘도록 아이들과 직장인인 남편과 나를 위한 도시락을 싸는 것은 빠지지 않는 일상이 되었다. 아침 일찍 도시락통을 챙기고, 신선한 과일과 샌드위치를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다시 픽업하는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문득 한국의 학교 급식 시스템이 얼마나 편리한지... 한국 엄마들은 참 편하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한다.
지나온 이민 생활동안 학교에서의 간식과 점심을 위해 도시락을 싸고, 메뉴를 고민하고, 학교 후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준비하는 일은 매일의 도전이었다. 학교매점에 점심 오더를 하고, 슈퍼에서 파는 것들을 편하게 사서 먹이면 되지 않나?라고 말하면... 호주 물가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가끔은 몰라도 매일 그렇게 한다면, 어마어마한 식비가 들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호주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별명이 있다. 바로 “3시의 신데렐라.”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집을 치우고 정리하고 뒤돌아서면, 혹은 친구를 만나 점심이라도 한 끼 하다 보면, 시계는 어느새 또 오후 2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그때부터 엄마들의 마음이 슬슬 분주해진다. 아이들 픽업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3시 종이 울리면, 교문 밖은 순식간에 자동차 행렬로 꽉 찬다. 아이들이 교복에 가방을 흔들며 달려오면 이재부터 오후의 여정이 다시 이어진다.
간식, 숙제, 피아노, 수영, 그리고 저녁 준비까지 —
호주의 엄마들의 오후는 거의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 일하는 부모님들을 위해서는 방과후학교가 운영된다. 6시 정도까지 학교에서 도우미들의 돌봄 아래 아이들이 학교에서 머문다.
너무 땅이 넓은 데다, 대부분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호주에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대체로 불편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등하교 및 방과 후 활동은 모두 부모들이 직접 데려다주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엄마는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우리 인생은 아이가 면허 따는 날부터 진짜 자유야.”
그렇게 차 안에서 함께 먹던 간식들, 오가던 짧은 대화들, 학교에서 막 전해주던 따끈따끈한 이야기들이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다. 이제는 각자 운전대를 잡고 다니는 두 아들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
그 시절, 그 차 안의 시간이야말로 우리 아이들과 나의 따뜻한 ‘3시의 마법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