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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이 안 되는 7월의 크리스마스

남반구에 살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by 진그림

호주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낯설었던 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였다. 지금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있지만.

한국에선 한겨울 눈 내리는 12월에 캐롤이 울려 퍼지지만, 남반구인 호주는 7월이 겨울이다. 사람들은 벽난로를 피우고 “겨울 크리스마스 파티(Christmas in July)”를 열며, 크리스마스장식과 음식과 분위기를 낸다.

우리 가족이 잠시 살았던 리스모어(Lismore)라는 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타운이라, 참석하던 교회의 교우들도 옹기종기 다 가까이 살고 있었고, 서로 왕래가 잦은 편이었다.

우리 가족도 7월의 크리스마스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보통 파티로 모이면 초대한 가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와서 나눠먹는다. 식사 후 아이들은 뒷마당에서 뛰어놀고 어른들은 담소를 나누는 식이다. 한국의 명절에 대가족이 모였을 때의 느낌 같아 포근하고 좋았다.

스튜어트네 뒷마당에서 / photo by Jin
이게 겨울이라고?/ photo by Jin

봄이 오는 시점도 마찬가지로 반대다. 북반구에서 벚꽃이 피는 4월이면 이곳은 낙엽이 진다. 학교도 12월과 1월에 걸쳐 긴 여름방학을 갖는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별자리의 방향이다. 한국에서 보던 북극성은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남십자성이 밤하늘에 반짝여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은 남향집을 선호하지만, 호주는 북향집을 선호한다.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태양은 하루 종일 하늘의 북쪽을 지나가기 때문에 햇빛을 가장 오래, 가장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향이 되는 것이다.


계절도, 하늘도, 달의 모양도 반대로 도는 이곳에서 나는 많은 여름과 겨울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립다. 계절마다 들어 있었던 추석과 설날, 김장과 봄나물들, 그리고 첫눈과 벚꽃 같은 풍경들과 그 안에 담겨있는 추억들이.


호주에서의 삶은 하나의 태양 아래에서도, 세상은 이렇게 다른 계절을 살아가고 있음을 체감하게 해 준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시간과 리듬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나와 다른 삶의 방식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계절의 다름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 인종의 다양한 다름이 있는 이 호주라는 나라가 나를 조금 더 너그러워지게, 좀 더 넓게 바라보게 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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