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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NSW 주의 북쪽에 있는 소도시

리스모어(Lismore) 이야기

by 진그림

리스모어(Lismore)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북부에 자리한 작은 도시, 리스모어(Lismore). 퀸즐랜드 주의 주도시 브리즈번과 유명한 관광지인 바이런베이( Byron Bay) 사이에 자리한 이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묘하게 사람을 머물게 하는 도시다. 강이 굽이쳐 흐르고, 오래된 나무들이 도시의 역사를 품은 듯 곳곳에 서 있다.


예술가들과 히피족 같은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고 생각되는 도시, 주말이면 현지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꿀, 수공예품을 들고 파머스 마켓에 모인다. 카페에서는 유기농 우유와 직접 볶은 원두 향이 가득 퍼지고, 사람들은 익숙한 듯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나누는 곳.


남편의 때문에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몇 년간 호주의 자연과 시골정취를 맘껏 맛볼 수 있었다. 다시 시드니로 내려와 살면서도 아이들은 이곳에서의 생활을 그리고 이웃들을 그리워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리스모어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따뜻하고 호주스러운 삶을 들여다보실 수 있기를 바라며.

photo by Young

코알라와 함께 사는 동네

출근길에 도로 한복판을 차지하고 떡하니 앉아있던 코알라. 남편이 찍어서 보내준 사진이다. 마치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듯한 정경이다. 이분은 코알라가 안전하게 도로를 지나갈 때까지 차에서 나와 도로에 가운데 서서 지켜주고 있었다고. 뒤에 따라오는 차들도 경적 한번 울리지 않고 상전 모시듯 다들 얌전히 기다렸단다. 흔히 있는 일인 듯 다들 느긋해 보였다며 대도시의 삶에 익숙했던 남편이 퇴근해서 신기한 듯 이야기해 주었다. 함께 공존하며 사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Photo by Jin

가끔 집 뒷마당에 나타나는 왈라비

왈라비(wallaby)는 캥거루과에 속한 동물로, 쉽게 말해 '작은 캥거루'이다. 아들이 최단거리로 근접해도 꿈쩍도 안 한다. 아들이 덩치는 커도 자기를 해치는 동물이 아님을 아는 것 같다.


식구들이 뒷마당에 왈라비 정도는 나타나줘야 호주에 산다고 할 수 있지 않겠냐며 웃곤 했었다.


봐도봐도 신기했던 야생 왈라비 Photo by Jin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언덕 위의 동네였는데 신기하게도 집과 집들 사이에 담이 없었다. 엥? 첨엔 담 없는 집에 적응이 안 되고 안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했다. 들어보니 예전에는 다들 담이 없이 이렇게 살았다고 한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뒷마당 너머 보이는 이 뻥 뚫린 전망이 축복임을 알게 되었다. 동물과 함께 자연 속에서 교감하며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사가 나왔다.

이렇게 살다 보니 몰랐던 감성과 감각도 하나씩 깨어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곳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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