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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 May 18. 2022

출근한 날과 출근하지 않은 날

시간이 많았던 대학 때가 시간이 없는 지금보다 하루를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 그때의 하루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내가 선택하기만 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수도 있었고, 놀이공원을 갈 수도 있었다. 아니면 저녁에 친구와 생선구이와 소주를 먹을 수도 있는 일이다. 설령 이 모든 것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보낸 하루는 어제와 내일과 다른 날들이었다. 매일이 같은 하루는 없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지금은 매일이 같은 하루다. 매일 출근해서 하는 일이 달라도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야 하는 하루이다. 출근한 날은 좋은 일이 있었어도 출근한 날, 좋지 않은  일이 있었어도 출근한 날이다. 퇴근하고 도서관을 다녀와도 출근한 날이고, 퇴근하고 술을 마셔도 출근한 날이다. 인생이 출근한 날과 출근하지 않은 날 두 가지로 바뀌었다.


그러니 회사에서 아무리 휴가를 많이 줘도 출근하지 않은 날이 많은 것일 뿐이다. 9일을 연속해서 쉬어도 그저 출근하지 않은 날이 9일일 뿐인 것이다. 출근하지 않은 9일 동안 재미있는 여행을 다녀왔더라도, 출근한 날과 여행 간 날 이렇게 계산이 되지 않는다. 출근한 날과 출근하지 않은 날 두 가지 중 하나일 뿐이다.


인생의 하루를 단 두 가지로만 나눌 수밖에 없다니, 이렇게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도 재미가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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