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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 집 골든서클(Golden Circle)

우리 가족이 길을 잃을 때마다 길을 밝혀줄 이정표. "Why?"

by Astro bits

미국의 유명한 리더십 전문가이자 동기부여 연설가인 사이먼 시넥 (Simon Sinek)의 Ted 강연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강연의 제목은 "Start with Why".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무엇(What)을 하고 있는지에만 집중하고,

그중 좀 더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어떻게 (How) 하면 잘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지만,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왜 (Why) 내가 그 일을 잘 해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골든서클 (Golden Circle)이라 칭하며, 우리는 열심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지만, 왜 이루어야 하는지 뚜렷한 비전이 없다면, 그 노력은 방향을 잃은 채, 엉뚱한 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What'이 아닌, 가장 안쪽의 ‘Why’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의 강연은 검소한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나의 다짐 앞에서 마치 어둠 속의 등불처럼 반짝였다.


나의 "what"은 줄곧 이러했다.


"생활비를 아끼고 살며 우리 집 마이너스 통장을 플러스로 돌려놓을 거야"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 거야"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How"를 고민했다.

가계부를 쓰고, 외식을 줄이고, 냉장고 속 재료를 끝까지 쓰며 장 보는 일을 미뤘다.


다양한 모양의 사람들 중 하나인 나는

사회적 성공과 좋은 물건들 보다는

일을 적게 해도 지속가능한 삶.

적게 일하는 대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삶.

돈을 들여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내 손으로 직접 해 보는 삶.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이 내가 그리는 행복에 가까웠다.

내가 가진 것으로 검소하게 사는 삶이 내 소망이자

"why"임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나의 "Why"가 명확하고 단단한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굴곡 없이 잘 살고 싶었지만

예기치 못 한 남편 사업의 실패와 무리한 투자로 인해 우리 가족에게는 부담스러운 빚이 생기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나는 직장에서도 번아웃을 겪었다.


나는 하루 종일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돈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왜 이렇게 일에 매달려도 나는 늘 돈이 부족하다 느끼는 걸까?

언제까지 일을 하고 저축을 해야만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돈 걱정만 하던 나는

점점 더 무기력해져 갔다.


더 이상 나를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일으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돈생각에 잠식된 채

소중한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해 주었다.

더 이상 돈이 내 마음의 평화를 이리저리 휘두르게 가만히 보고만 있지 말자고 다짐하게 해 주었다.



며칠 전, 남편과 상의하고 4년 동안 묵혀놨던 주식을 팔았다.

우리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주식계좌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돈이라고 생각했기에

주식을 파는 일은 나와 남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빚이 주는 마음의 무게는 그 숫자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마음이 무거운 부모는 아이들에게 활짝 웃어주기 힘들었다.


우리는 주식계좌에 돈을 넣을 때 어떤 마음으로 넣었을까?

조금만 더 가지고 있으면 더 불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욕심 때문에

지금처럼 정말 돈이 필요할 때에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식 계좌에 숫자는 한참 가벼워졌지만

그만큼 우리 집 빚의 덩치도 덩달아 줄어들었으니

망설였던 마음이 무색하게 우리의 마음은 훨씬 더 가벼워졌다.

움켜쥐고 있던 손을 쫙 펴니 생각지 못한 자유가 찾아왔다.


설령 오늘 내가 판 주식의 가치가 내일 껑충 오른다 하더라도 나는 이제 더 이상 후회가 없다.

왜냐하면 그건 나와 가족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지불한 값진 비용이기 때문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나의 "Why"를 위해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공간에 담을 내 글들은

'What' 열심히 일 해서 빚을 갚고, 그 후엔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려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다.

'How' 적게 벌어도 지속가능한 절약 습관을 실천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우리 가족의 기록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그 여정은 늘 행복을 수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마다 언제든 다시 우리의 'why'로 돌아와

그동안의 'what'과 'how'를 다시 복기하려 한다.

그 끝엔 나와 가족들의 마음에 행복과 평화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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