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걸 기획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 빈칸을 채웠다.
가오픈 D-1, 제빙기가 안 왔다
매장 오픈을 1일 앞둔 날이었다.
매뉴얼은 완성되었고, 메뉴 구성도 확정.
그런데,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것이 빠져 있었다.
얼음.
카페 운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그 얼음.
“기획팀에서 얼음까지 체크해야 했나요?”
누군가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
맞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내 리스트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
현장 투입될 매장 점장과 직영 슈퍼바이저는 주변 인근 매장에서 구해올 수 있는 방법을 총 동원해서
“오늘 안에 얼음 확보하겠습니다”라고 먼저 나섰다.
그날, 충분한 양의 얼음이 도착했고 오픈은 무사히 치러졌다.
기획자는 완성자가 아니라, 연결자다
우리는 자칫 모든 걸 통제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획자의 진짜 역할은 ‘빈틈이 생길 수 있는 구조’를 미리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틈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을 조직 안에 ‘존중받는 위치’에 세워두는 것.
나는 그 매장 담당 슈퍼바이저 및 점장에게 그날 이후
누구보다 먼저 의견을 묻고, 주요 회의에 함께했다.
또 다른 이야기, 주방에서 일어난 반란
오픈 초기, 베이커리 해동 방식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전자레인지 해동이지만, 조리시간과 환경이 다르면 결과물이 들쭉날쭉했다.
그때, 한 파트타이머 직원이 말했다.
“전자레인지 말고, 자연해동으로 15분 두면 훨씬 식감이 좋아요.”
나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그 조언을 따라 현장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식감이 개선되었고, 고객 평점이 올라갔다.
기획자가 몰랐던 디테일,
현장이 알고 있었다.
기획의 빈칸을 메우는 사람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기획은 완벽한 도면이 아니라,
함께 그려나갈 수 있는 스케치북이어야 한다고.
그 스케치를 완성해 주는 손들,
그게 브랜드를 진짜 브랜드답게 만든다.
마무리 한 줄
기획자는 혼자 요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작은 손길이, 브랜드의 큰 완성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