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도 딱히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무리에서 있는지 없는지 모를 튀지 않는 그런 사람. 한 명 쯤 없어져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지하철 속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나는 무언가를 잘하지도, 그렇다고 딱히 못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남들을 따라 살았다. 친구들이 학교를 다니니 학교를 다녔고,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진학하니 나 또한 대학에 진학했다. 남들이 걷는 길을 따라 걷는다는 건, 나에게 있어 가장 쉬우면서도 안전한 길이었다. 그냥 그대로의 삶이 좋았다. 뭘 하고 싶은지, 좋아하는 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불편함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런 사람이다. 뭘 해도 1등은 해본 적 없지만, 꼴찌도 해본 적이 없는 항상 딱 중간에 위치한 애매한 사람이다.
그렇게 남들 다 가니까 갔던 군대에서 책을 한 권 읽게됐다.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쓴 여행기였다. 그 사람이 여행을 하며 느낀 감정들에 대해 써내려간 그 책은 평범하지 않은 여행기였다. 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랑 여행을 다닐 때면,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이 다녀간 장소나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그런데, 배낭을 하나 짊어지고 홀로 세계로 떠났던 그 사람은 여행지에서 그 곳의 사람들을 만났다. 나랑은 왠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은 그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행복해보였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 사람이 짓던 사진 속의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저 사람처럼 열심히 살아본 적이 있던가?'
나름대로 열심히는 살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저 안전하게 정해진 길을 따라 뛰어왔을 뿐이었다. 운동장의 트랙을 뛰듯, 나는 계속 반복되는 길을 따라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정해진 트랙 위에서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지도 모른 채 그저 정해진 길을 걷고 있었다. 길 위의 많은 또래 친구들처럼 나는 딱히 꿈이 없었다. 눈을 감고, 책 속의 그 사람이 걸었던 길을 상상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정해지지 않았기에 힘을 내서 갈 수 있는 그 길은 꽤 재미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행복해보였다.
'나는 왜 살까?'
열심히 사는 나의 삶에는, 딱히 이렇다할 목표가 없었다. 다른 친구들이 그러하듯,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놀고, 적당히 일하면서 그저 하루라는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책 속의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다. 인터넷으로 세계여행을 검색해보면, 여행자들의 일기나 후기가 쏟아져 나온다. 각각의 여행자 만큼이나 다양한 여행기이지만, 하나같이 입을 모아 '행복'을 말하곤 한다. 마치, 각자 다른 위치에서 무지개를 바라볼 때 가르키는 방향은 다르지만 무지개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처럼, 다들 여행 속에서 행복을 찾은 것 만은 분명해보였다.
참 나답게도, 나의 세계여행은 내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그저 남들을 따라 결정하게 되었다. 왠지 세계여행을 다녀오면 그들처럼 성장하고, 행복을 찾고, 뭔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다.
'예산은 500만원, 기간은 복학 전까지, 행복은 무제한으로'
간단한 세 가지 조건 아래에 세운 계획이 완성되어갈 즈음, 나는 군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채 자라기도 전에 비행기에 올랐다. 돈을 아끼기 위해 예약한 저가항공사의 5만원짜리 야간비행편에 탔는데, 긴장돼서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돌아오는 비행편을 예약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은 난생 처음이었고, 혹시라도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남들은 다 설렜다는데, 내 여행은 시작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보조가방 속에서 여행책을 꺼냈다. 책 속의 그 사람은 여전히 행복해보였다. 나도 저 사람처럼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길을 걷는 상상을 하며 잠들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해진 활주로 따라 달리던 비행기는 길을 벗어나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2017년의 나는 그렇게 행복을 찾아서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