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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ul 15. 2022

나는 매일 똥을 싼다.

셋이 모여 202! 18화

나는 매일 수십, 수백, 수천번의 똥을 싼다. 싸고, 닦고, 치우고의 반복이다. 그런데 똥은 똥일 뿐 아무리 싸도 황금알이 되지 않더라.


요즘 매일 같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나의 마음을 대변한 글이다. 나는 매일 퇴근 후 노트북 앞에 앉아 똥을 싸고 있다. 지금 이 글처럼.

몇 달 전에 썼던 글에 나왔듯이 나는 지금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말이 소설이지 소설과 비슷한 건 ㅅㅅ, 자음 두 개만 같은 설사를 싸고 있다. 아주 한 줄 한 줄 예술처럼 정성스럽게.


정말이지 돌아버릴 것 같다. 눈앞에 놓인 키보드를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쓰라는 글은 안 쓰고 매일 핸드폰만 붙잡고 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쓰기 위해 한 줄, 두 줄 써 내려가다 다시 백스페이스 버튼을 누른다. 내가 싼 똥이고 설사니 치워야 하니까.


나는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글쓰기를 따로 배우거나 한 적도 없다.

그냥 운이 좋게 붙은 실기 시험으로 만화과에 합격했고, 스토리를 공부할 수 있다는 그곳에서는 그림 위주의 커리큘럼에서 허덕이다 겨우겨우 졸업했다.

그런 내가 장편소설을 쓸 거야!라고 호기롭게 달려드니 제대로 써질 리가 있나. 택도 없는 소리였다.


책이 좋아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투박하고, 부족하지만 쓰고 싶어 시작한 글이었다.

초고를 완성하고 친구들과 읽으면서 부족한 지식이지만 어색한 부분을 찾아 퇴고하기로 했다. 지금 그 퇴고 중인 원고가 날 힘들게 하고 있다.


전공자도 뭣도 아니니 당연히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 대부분은 그러겠지.


‘마음에 들 때까지 퇴고하면 되잖아. 원래 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내가 시간이 참 많고, 여유로운 인간이라면 그러겠지만 난 스스로에게도, 202 식구들에게도 약속했다. 올여름이 마지막이라고,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이미 많이 미룬 프로젝트를 더 이상은 미루고 싶지 않다. 이제는 결과물을, 성과를 내야 할 시간이다. 그래서 더 쫓기듯 노트북 앞에 앉아 멍하니 내가 쓴 초고와 빈 워드만 바라보고 있다.


이곳 브런치에는 수많은 작가님들이 있다. 여기만이 아니라 전국, 전 세계에는 수많은 작가님들이 있다. 도대체 여러분들은 어떻게 글을 쓰나요?

나만 이렇게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잘못 쓰고 있다고 느낍니까? 그건 아닐 거 아닙니까!!!


전공자도 있을 거고, 비전공자도 있을 텐데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나에게 알려주면 좋겠다. 해답을 주어 이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이젠 안다.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런 고난과 역경을 딛고 여러 글을 써 보면서 성장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순위다.

점유율도 높고, 패스도 월등히 많고,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를 해 관중을 매료시키는 완벽하지만 이기지 못하는 축구와 텐백으로 버스를 세우고 백날 수비만 해 보고 있으면 잠이 오는데 이기는 축구 중에 뭐가 옳은 축구이며 좋은 축구인가?


카페에서 똥을 싸는 모습.


이 글을 모두 쓰고 나면 난 다시 나의 똥 보관함을 열어 똥을 쌀 거다.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똥이든, 된장이든 일단 싸지르고 고쳐야 한다. 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는 그저 쓰고 또 쓰고, 읽고 또 읽는 것만이 답인 것 같다.


소설을 아직도 완성하지 못하는 건 내가 전공자가 아니어서도 아니고, 똥을 싸질러서도 아니다. 그냥 글을 더 열심히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횡설수설하는 글은 그만 쓰고 내 글을 쓰러 가자.


자, 이제 하소연도 했고 자기반성도 했으니 또 똥을 싸러 가봐야겠다. 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소설이 완성되면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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