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
나는 단찔이다. 식당에서 디저트는 과일이나 커피를 주문하고 단맛 나는 과자는 절대 사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케이크나 타르트나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아메리카노 그란데가 꼭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다르다.
아이스크림은 유일하게 내가 찾아먹는 디저트다. 시드니에서 12월의 여름을 보내는 동안 그 여름을 더욱 강조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아이스크림이었다. 킹 스트리트와 엔모어 로드를 걸을 때면 한 번씩 들어가 사 먹었던 젤라또 집들은 뉴타운의 여름과 함께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Gelato Blue
318 King St, Newtown NSW 2042 오스트레일리아
Cow & The Moon
181 Enmore Rd, Enmore NSW 2042 오스트레일리아
The Last Course Sydney
175 Enmore Rd, Enmore NSW 2042 오스트레일리아
Sun to Thur 12pm to 10:30pm
Fri 12pm to 11pm
Sat 12pm to 11:30pm
뉴타운 역에서 나와 킹 스트리트 닿으면 우회전한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첫 번째 신호등이 있는 코너에 '젤라또 블루'가 자리 잡고 있다. 스시 트레인이라는 회전 초밥 체인 바로 옆이라 스시 트레인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디저트로 자주 먹었다.
'젤라또 블루'는 인공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젤라또를 만드는 데 그래서 그런지 맛이 소박했다. 특별할 거 없이 기본적이면서도 단순한 젤라또들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자주 생각이 났던 것 같다.
킹 스트리트에서도 가장 북적거리는 부분이 시작되는 곳에 있어 킹 스트리트를 다 둘러보고 나서 마무리할 때 젤라또 하나 먹는 걸 추천한다. 뉴타운에 사람들이 넘쳐나던 날 점점 녹는 젤라또를 들고 킹 스트리트를 걸었는데 가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려니 불안불안했었다. 마음 편하게 킹 스트리트도 즐기고 젤라또도 즐기고 싶다면 한 번에 하나만 해야 한다.
Mon to Sun 8:30am to 10:30pm
'카우앤더문'은 세계에서 젤라또를 제일 잘 만드는 집 중 하나이다. 어떻게 세계 최고인 줄 아냐고? 국제적인 여러 젤라또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명성만큼 주말에는 이 집 젤라또를 맛보기 위한 사람들이 긴 줄을 엔모어 로드에 늘어뜨렸다.
피터와 로잔나는 물론이고 다른 로컬 친구들이 20~30분을 기다리고도 맛볼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스크림이라며 꼭 한 번 먹어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뉴타운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여러 번 가보라고 했던 집이었는데 한 번 가보고 나서는 완전 반해서 가게 앞에 줄이 없는걸 볼 때마다 가서 하나씩 맛보았다.
단 거를 잘 못 먹기 때문에 셔벗이나 단순한 맛의 젤라또만 즐기는 나였지만 이 집에서는 용기를 내어 여러 맛을 도전해보았다. '카우앤더문'이 한두 가지 맛만 가지고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젤라또 대회해서 1등을 수상한 '만돌라 아포가토' Mandorla Affogato를 비롯한 다양한 맛의 젤라또들이 여러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어떤 맛이든 잘 만들어내는 집이다. 내가 굳이 맛을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수상한 젤라또 리스트를 참고해 가서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Mandorla Affogato
Strawberries Balsamic Vinegar and Pannacotta
Passionfruit Cream
Pistachio
Peanutzilla
Fig and Mascarpone
Queenslander
오묘하고 신기하고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그냥 젤라또일 뿐인데 아주 새로운 그런 젤라또였다.
Tues to Thur 5:00pm to 11:30pm
Fir & Sat 5:00pm to 12:00am
'더라스트코스'는 '카우앤더문'과 같은 엔모어 로드에 있는 디저트 전문점이다. 이 가게 바로 옆에 있는 터키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앉아서 얘기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인원수가 많아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던 곳에 무작정 들어가게 된 곳인데 아주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우선 엄마와 함께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예쁜 언니들이 엄청 친절해서 가게에 들어갈 때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친근한 호주 사람들 중에서도 최고로 친근했는데 마치 알고 지냈던 것처럼 같이 수다를 떨었을 정도였다. 얼굴도 몸매도 예쁜데 마음도 예뻤던 언니들.
정말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 메뉴들이 있었는데 메뉴 하나하나 재료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해 주고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주기까지 했다. 베지테리언, 비건, 글루틴 프리 등등 자신이 원하는 디저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역시 시드니 뉴타운 다운 디저트 전문점이었다.
그림을 그린 것처럼 화려한 플레이팅이 너무 예뻤다. 친구들이 주문한 디저트까지 조금씩 다 맛보았는데 그냥 달달한 디저트가 아니라 섬세하게 만들어진 요리였다. 사실 달다구리를 많이 못 먹는 나에게는 너무 많은 양이었지만 아주 새로운 재료들의 조합을 즐기기만 해도 충분했다. 엔모어 로드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마지막 코스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면 이 집을 추천한다.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 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