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니스 샤갈 미술관, 니스 라파예트
여행의 마무리 체크아웃 & 짐 맡기기
여행의 마지막이 되면 내내 감성적이었던 마음이 이성적으로 돌아오고 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정리가 되면서 내 물건이 있는 편안한 내 방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니스 여행은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오면서도 정리되지 않은 아쉬운 마음만 가득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저녁 비행기 시간까지 좋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Luggage Storage Nice
3 Rue Cassini, 06300 Nice, 프랑스
밤 10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나를 위해 숙소 호스트가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었다. 핸드폰 가게였는데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를 같이 하고 있었다. 가리발디 광장 주변에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했고 저렴한 가격에 나름의 철저한 시스템이 있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프렌치 빵과 버터가 먹고 싶어 작은 카페에서 French breakfast를 주문했다. 이 카페는 파운드케이크와 토스트 대신 바게트를 구워주었다. 반으로 가른 바게트가 엄청 투박해 보였지만 짭짤한 버터와 달달한 잼을 바르고 나니 정말 맛있었다.
샤갈 미술관
샤갈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마티스 미술관에 갈 때 탔던 15번 버스를 탔다. 고급 맨션들이 있는 언덕을 조금 오르자 샤갈 미술관 정거장에 도착했다. 니스의 샤갈 미술관은 잘 가꿔진 예쁜 정원 안에 있었다. 리셉션과 스토어가 있는 첫 번째 건물에서 표를 사고 정원을 지나면 나오는 건물이 샤갈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1949년부터 1985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남프랑스의 생폴 드 방스에 거주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남긴 샤갈은 1966년 자신의 작품을 프랑스 정부에 기증했다. 이 기증받은 작품들을 모아 1973년 니스의 샤갈 미술관이 개관되었다.
다양한 색채가 가득한 샤갈의 그림은 화이트의 단순한 구조의 미술관에서 더욱 돋보였고 갤러리 안에 있는 많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은 강렬한 그의 그림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강렬했던 샤걀의 작품들
니스 샤갈 미술관의 특징은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다녀온 후 종교에 심취해 있던 샤갈이 성서를 기반으로 그린 17개의 연작을 중점적으로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샤갈과 같이 높게 평가받는 화가의 17개나 되는 연작을 한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처럼 느껴졌다.
샤갈의 그림으로 해석된 성서 이야기는 거대한 캔버스에서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가 그림을 자세히 설명해 준 덕분에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강렬한 색채로 에너지를 뿜어내면서도 동시에 부드러움을 갖고 있는 샤갈의 그림을 하나하나 마주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성서 시리즈 이외에도 태피스트리, 벽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두세 번 같은 작품들을 보고 또 보면서 눈에 오래오래 담으려 노력했다. 아름다운 샤갈의 작품들 덕분에 니스 여행은 황홀한 추억이 되었다.
스토어에서 기념품을 잔뜩 사고 나서야 미술관을 나올 수 있었다.
비오는 니스 백화점 아이쇼핑
공항에 가기 전 썬 베드를 대여해서 누워있을 생각으로 비키니와 타월을 챙겨왔는데 미술관을 나오니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먹구름이 하늘에 가득했고 Rue Blancas 거리의 정거장에서 내렸을 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 Nice Etoile 쇼핑몰과 Galeries Lafayette Nice 백화점에 들어가 예쁜 물건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바르셀로나의 투박한 백화점과 확실히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러운 제품들이 많았다. 니스 여행의 또 다른 기념품이라 생각하고 라파예트에서 가격이 저렴한 셔츠를 하나 골랐다.
라파예트 백화점 건물을 구석구석 구경하는 동안 비가 조금 그쳤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 시간도 애매해서 갈만한 곳이 없어 공항에 일찍 가기로 했다.
니스, 아디오스
맡겨두었던 짐을 찾으면서 공항에 가는 길을 물었더니 버스 번호와 지도가 프린트된 종이에 별 표시까지 해주면서 정거장을 알려주셨다. 작은 배려였지만 덕분에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었다. 먹구름이 가득 드리워진 니스 해변을 지나 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바람에 마지막 날 해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었지만 해가 쨍쨍했다면 떠나기 너무 아쉬웠을 것 같다.
매일 나만의 방법으로 즐기기로 다짐하고 하루하루에 집중했던 5일이 지나고 답답했던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기쁨을 준 시간이었다. 이렇게 또 나는 여행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마음을 쉬고 싶을 땐 세계지도를 보고 힘든 일이 있을 땐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멀리서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졌고 새로운 곳에서 작은 기쁨들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여행은 나에게 이런 의미라는 걸 니스 여행에서 깨닫게 되었다.
Merci, Nice!
유럽 여행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5년 동안 유럽의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는 건 여러 면에서 훨씬 수월해졌다. 기대했던 것만큼 많이 여행하지는 못했지만 여유가 더해진 만큼 분명 나만의 방법으로 온전히 그곳을 즐길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내 마음은 더욱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