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흥분성과 '이상한 영재'의 이야기
나를 여러 번 만난 사람은 나를 줄곧 '이상한 아이', 긍정적인 경우엔 '독특한 아이'로 여기고는 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부터 비교적 성장하고 난 이후의 시기까지, 처음부터 내가 나를 숨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경우가 그랬다. 나를 맡았던 교사들은 물론, 동네 어른들, 친척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내가 영재성을 처음 확인받았던 시기의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한다.
아직 유치원도 가지 않았던,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 어릴 때는 똘똘하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어른의 질문을 받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구체적이고 자세한 대답을 해 '아주 이상한 녀석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바로 이전 글에서, 나는 유치원에 가면 자유시간에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메모지에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적어 두었는데, 이렇게 무언가를 적고 정리하는 습관은 아주 어릴 때인 5살 정도부터 시작되었다. 부모님께서 A4용지를 반으로 자르고 색지를 덧대 스테이플러로 묶은 작은 수첩을 만들어 주시면 그 수첩을 책처럼 채워나가는 식이었다.
이런 모습이 똘똘하다는 인상을 주었다면 어딘가 이상하다는 인상을 준 일들도 있었다. 주로 나의 예민함에 관련된 일화로, 영재성에 딸려오는 '과흥분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과흥분성이랑 지적, 감정적 또는 내-외부의 자극에 대해 강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로, 영재는 일반 아동과 비교했을 때 선천적으로 과흥분성이 높다. Dabrowski 및 Piechowski는 과흥분성을 5가지 범주로 나누었는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의욕이 넘치며 빠른 말 등을 보이는 심체적 과흥분성과 민감한 감각을 가지는 감각적 과흥분성, 질문하고 분석하는 등 지식을 추구하는 지적 과흥분성, 몽상, 연상, 환상 등 상상적 과흥분성, 마지막으로 애착, 공감, 책임감 등 감성이 극단적인 정서적 과흥분성이다. 1) 과흥분성은 영재의 발달 잠재성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지표로 영재성을 판별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내가 '이상한 아이'였던, 그러니까 과흥분성을 나타냈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몇 가지 적어보면 이렇다. 어릴 적부터 산에서 맡을 수 있는, 말하자면 '자연의 냄새'를 좋아했던 나는 아버지와 함께 자주 산에 오르고는 했다. 어느 날은 평소에 가지 않던 길로 산을 올랐는데, 내가 '이 산에서 나는 냄새는 이상하다' 고 하며 빨리 돌아가자고 했던 적이 있다. 그 산길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등, 환경이 잘 보전된 산길은 아니었다. 집에서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로 몇 층에서 사람이 내리는지, 택배 기사님이나 아버지가 도착했다는 것 등을 알아차리기도 했다. 이런 일화 중에서도 가장 유별났던 것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피부를 보이기 싫어한 것이다. '피부를 보이기 싫어했다' 고 다소 어색한 표현을 쓴 이유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살갗만을 드러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해변가에서 모래 장난을 하고서도 옷을 벗고 씻기보다 모래가 있는 채로 다니는 것을 선택했고, 목욕탕 등을 안 가는 것은 물론 반소매옷, 반바지를 입거나 샌들을 신는 것조차 거부했다.
이런 이상한 모습들과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특성,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성격은 나를 그저 '조금 이상한 아이'를 넘어 '문제 있는 아이'로 비치게 하기도 했다. 일찍부터 내가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우리라고 생각하신 부모님은 아파트 단지 내의 태권도 도장에 나를 보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그 도장의 관장님께서는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검사와 치료를 권하시기도 했다. 과흥분성 하나만으로도 오해를 사기 쉽지만, 나의 경우처럼 영재성과 함께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 그 문제를 알아차리거나 대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영재성을 가진 아이는 종종 과흥분성 덕분에 ADHD를 가진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반면 실제로 ADHD를 가진 아동이 영재인 경우,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ADHD의 영향을 상쇄해 진단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많은 영재 교육에 관련된 도서는 영재아의 예민함을 이해하고 잘 받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영재 교육이라는 특수교육학을 공부하지 않는 일반인으로서는 어리광인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단순히 예민한 것인지 구별해 적절히 대처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References
1) 신동조, 권대용, and 심재권. "정보영재와 수학영재의 특성 분석-과흥분성과 지능을 중심으로." 영재교육연구 29.2 (2019): 165-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