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성을 진단받다, 그러나 내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태권도 도장 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이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도장에 보내시기 전에 먼저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부모님께서 나의 영재성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방문학습지 선생님과의 상담이었다. 학습지 선생님은 원래 친누나의 실력 테스트를 목적으로 오셨지만, 당시의 나는 자신도 테스트를 받겠다며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테스트를 받은 결과는 내 나이 때보다 성취 수준이 확연히 뛰어난 편이었다는 것 같다. 그때 학습지 선생님께서 어머니께 '앞으로 고생 좀 하시겠다'라고 하시며, 굉장히 뛰어난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일이 생긴 이후에도 나를 만나는 선생님들이 다들 '아이가 똑똑하다', '굉장히 뛰어나다' 같은 말을 하자 부모님께서 정말로 내가 영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를 단순히 뛰어난 아이가 아닌 영재라고 말 한 가장 첫 순간은 복지관에서였다. 도장 관장님께서 먼저 검사와 치료를 권유하시자, 복지관에서 상담을 받으셨던 것이다. 복지관에서는 내게 음악치료를 해보자고 하며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은 부모님께 내가 이상한 아이인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이후 부모님께서는 영재교육 시설에 나를 보내기 위해 알아보기 시작하신 것 같다.
그 이후 처음으로 찾아간 전문적인 교육 시설이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과 와이즈만 영재학원이었다.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영재 교육이 필요한 아이를 가려내기 위해 웩슬러 지능검사와 자아 개념 검사, 창의성 검사, 다중지능 검사를 활용했다. 검사 결과, 나는 영재였다. 웩슬러 지능 점수는 평균보다 약 2 시그마 정도 높아, 영재교육원에서 적용하고 있는 영재의 기준에 적합한 수준이었다. 창의성 검사 결과는 평균보다 조금 더 우수한 수준이었지만, 다중지능 검사 결과 언어, 공간, 음악, 논리, 수리, 자연탐구, 대인, 개인이해 지능에서, 즉 신체 운동 지능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상위 1~4%를 나타냈다. 와이즈만 학원에서도 역시 비슷한 결과를 받았다. 당시 내 나이에 맞는 교육과정은 지루해하여 7살이던 나에게 초등 2학년 과정을 교육했다. 분명히 객관적 검사 지표는 내가 영재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런 검사 결과가 나타내는 것은 내가 뛰어난 영재라는 사실이었지만, 나 자신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자아 개념 검사 결과, 내 자아 개념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자아 개념 검사는 언어, 수학 등 학문적 자아개념과 신체, 친구 관계, 부모 관계와 일반적 자아 등 비학문적 자아 개념으로 나누어 이루어진다. 각 항목에 대해 피검자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이다. 1) 내 검사 결과 학문적 자아 개념은 그나마 여타 항목에 비해서 나은 편으로, 하위 26~34% 정도에 있었다. 내가 과거를 탐색하며 가장 놀랐던 점은 6살이었던 이때, 내가 나의 친구 관계, 부모 관계, 그리고 나 자신의 일반적 자아에 대한 내린 평가가 하위 1~5%였다는 것이다.
이 글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행한 세 개의 글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유아기라고 볼 수 있는 시기의 학교생활, 학교 바깥의 생활 그리고 영재로 진단받게 된 일을 소개했다. 다음 글에서는 유아기를 다루는 마지막 글로 그 시기 나의 정서적 측면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References
1) 인싸이트 심리검사 연구소, "Self-Concept Inventory - II 자아개념검사 II 해석 지침서", 나는 구버전인 SCI-I 검사를 받았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