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최근 읽었던 소설 중 가장 충격적인 결말이다

by 채부장
2025. 01. 19


줄리언 반스의 작품은 이번에 읽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처음이다. 얼마 전 이동진이 본인의 유투브 채널에서 반스의 최신작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를 작년 최고의 책으로 꼽았고, 그래서 두 권 다 읽어보자고 생각한 게 연초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반스는 이 책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지금 막 책장을 덮은 소감으로는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도 이 책에 대한 누군가의 여흥을 깨뜨릴 수 있을 거 같아 어렵지만, 한마디로 나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300쪽이 채 안되는 소설이지만-원문으로는 150쪽에 불과하다고 한다-작가가 자신하며 말한대로 ‘다시 한 번 읽어야하는’ 책이고, 그래서 이 책의 분량은 그 두 배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책을 읽는 중간중간 첫 장에 두서 없이 나열되어 있는 문장들이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첫 장을 유심히 봐두도록-


소설은 1, 2부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으며 1부는 마치 성장 소설을 읽는 듯 하다. 주인공은 성인을 목전에 앞두고 있는 토니 웹스터, 그리고 그의 인생에 새롭게 등장하는 친구 에이드리언, 마지막으로 토니의 여자친구가 되는 베로니카라고 할 수 있겠다. 1부에서는 그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몇 가지의 핵심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러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꽤 평이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이 되면 토니는 어느새 은퇴를 한 노년의 모습이 되어있다.


2부는 노년의 토니에게 편지 한통이 배달되며 시작된다. 그 편지 덕에 토니는 다시금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를 떠올리게 되고, 2부는 1부의 평이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리 의문과 미스터리가 점철된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러다 마침내 소설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토니가 그랬듯 우리도-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리고는 왜곡된 기억과 자기 기만이 얼마나 우리 자신의 눈을 가리는지 깨닫는다.


정말 이랬었다고 믿었던 오래 전 일이 그 당시의 실제 기록을 찾아봤을 때 실은 그렇지 않아서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나 역시도 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기억 역시 조금씩 변형되고 뒤틀렸으며, 결국은 나에게 더 안전하고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되었음을.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박찬욱의 ‘올드보이’, 조 라이트의 ‘어톤먼트’가 떠올랐다고 하면 이것 역시 누군가의 즐거움을 망치는 일이 될까. 책에 대해 더 많이 말하고 싶지만 원망을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더 이상의 스포는 피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곧 배송될 반스의 최신작이 과연 이 책보다 좋을지 설레는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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