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작가 Jan 20. 2022

'그해 우리는' 엔제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

들어가기 전에, 잠시 필자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언니, 관계에 대해 상담해주면 진짜 잘할 것 같아. 타로와 연관 지어서도 좋고."


동생이 건넨 솔깃한 제안. 대화를 마친 직후였다. 다음날 아침, 밀대를 밀면서 생각에 잠겼다. 나 심리 관련 자격증도 없는데 상담 하나는 기가 막힌다 말이지. 어제도 동생이 관계 분석을 어찌 그리 잘하냐고 입을 마르도록 칭찬을 했더이다. 근데 그렇다고 돈을 벌기에는 조금 못 미더울 것 같고. 고민을 거듭하다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이다.

동생에게 하듯이 친언니처럼 상담해주는 시리즈.

차 한 잔 끓이고 시작할게요.






출처: 짧은대본 ShortPaper 유튜브 캡처
출처: 짧은대본 ShortPaper 유튜브 캡처
출처: 짧은대본 ShortPaper 유튜브 캡처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그 감정. 짝사랑이라고 불리며, 순수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그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할까. 위 영상 속 여자는 정말 병운이라는 그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까.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를 좋아하는 자신이 좋아서라고.


'사람을 좋아하는 건 나쁜 거 아니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여전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짝사랑'을 좋게만 보고 있는 것 같다. 난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본다. 짝사랑이 아름답다가도 잘못 어긋나면 스릴러가 될 수 있는 법.

내가 널 좋아해서 이렇게 하는 건 당연한 거야. 내가 널 좋아해서 내 시간을 빼서 널 보러 왔어. 내가 널 좋아해서 놀아주는 거야. 내가 널 좋아한다고 사람들한테 말해.

'내가'를 반복적으로 말하고 강조하는 화법. 여기서 너는 없다. 조금 이기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데 이 대사, 요즘 드라마에서 나온 거다. SBS '그해 우리는' 엔제이의 대사다.



출처: 넷플릭스 '그해 우리는' 캡처
출처: 넷플릭스 '그해 우리는' 캡처



작품에서 엔제이가 나올 때마다, 아니 그 노랑머리가 나올 때마다 화가 난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찜찜하면서. 대체 전개를 어떻게 할 건지. 얘는 도대체 왜 나오는지. 개인적으로 엔제이가 최웅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최웅의 몸값을 더 떨어트린다고 생각한다. 엔제이의 화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실은 그녀의 짝사랑 세계에는 최웅이 없다. 엔제이는 최웅이 아닌, 최웅을 좋아하는 자기 자신에게 푹 빠졌다. 나르시시즘이 강하게 느껴진다.  

엔제이가 최근 했던 대사 중 '만나실래요? 아, 저 만나고 싶어도 스케줄이 꽉 차서 만나주진 못하겠네요'는 도대체 말하고 싶은 게 뭐지? 싶다. 근데 웃긴 게 최웅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드라마 팬분들이라면 그때 최웅의 얼굴을 살펴보시라. 그의 표정도 '얘 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지?'라고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대사를 쓸 수 있지? 아니면 진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나? 정말로 궁금해진다.


가정을 해보자. 만약 최웅이 엔제이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설정이 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둘이 썸을 타게 되었는데 엔제이가 말한다. (실제 극 중 대사를 1% 각색했다)


"저 너무 좋아하지 마요. 짝사랑 전문이라니까요?"

"오늘 바빠서 못 만나주겠네요."

"스케줄이 꽉 찼는데 시간 내서 보러 왔어요."


상대방을 미안하게 하고, 왠지 다가가기가 좀 힘들다. 엔제이는 나름 농담이라고 말한 걸 수도 있는데 여기서도 엔제이의 마음이 드러난다. 엔제이는 사실 최웅보다 최웅을 좋아하는 자신을 좋아한 것뿐이라고. 최웅 입장에서는 날 좋아하는 것 같아서 관심을 가지니까 더 멀어지네? 내가 더 다가가면 난 을이 되는 건가? 싶을 것이다. 엔제이는 관계에서 있어서 되게 애매한 노선을 타고 있다. 왜냐하면 엔제이는 최웅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니까.



출처: 넷플릭스 '그해 우리는' 캡처
출처: 넷플릭스 '그해 우리는' 캡처



여기, 친구의 여자를 좋아하는데 친구에게 먼저 들켜버린 사람이 있다. 극 중 이름은 김지웅. 엔제이와 같은 작품에서 나오는 인물로 둘의 설정이 똑같다. 한 사람을 짝사랑하고 있다.

김지웅은 촬영을 사심으로 해버리는 바람에 최웅한테 들키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 조용했다. 작품 설정상 거의 10년 넘게로 나오는데. 엄청 조용해서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도 이 남자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주 조용하게 짝사랑하고 있다. 김지웅도 엔제이만큼 싫지는 않지만, 어긋난 엄마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 이유가 있을 것이다. 10년째 짝사랑해오고 있는 이유가!


'짝사랑의 끝은 고백이다.'


어느 작품의 대사였다. 맞다. 고백을 해서 차이든 성공하든 짝사랑은 끝난다. 김지웅의 짝사랑은 고백 한 번이면 끝나는 건데 왜 대체 질질 끌고 있는 것이지? 극 중 국연수, 자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10년 이상 사랑해온 여자에게서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엔제이도, 김지웅도 모두 상처받기 싫은 인간일 뿐. 인간은 상처를 두려워해서 나를 할퀴고,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출처: 넷플릭스 '그해 우리는' 캡처



짝사랑을 끝내는 방법. 고백하라. 10년이 넘기 전에.



작가의 이전글 혼자 하는 커피 여행, 부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