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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Apr 21. 2022

데이팅 앱을 써보았다



 연애가 끝나면 남자들이 줄지어 서있을 줄 알았다. 각기 다른 직종, 다른 성격의 다채로운 사람들이 눈앞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아무도 없다.


뭐 그래. 완연한 해방이다. 더 이상 말할 사람도 없다. 나의 시시콜한 일상 얘기도, 연애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 친구들과 나눌 것도 없다.

친구들은 의례적으로 솔로는 어때? 라고 카톡을 보낸다. 나는 졸라 좋아, 라며 무표정으로 이모티콘과 함께 전송 완료.

아 심심해. 솔로인 걸 아는 '함께' 솔로인 친구들은 나를 클럽으로 끌고 간다. 통성명 없이 비비대는 사람들을 보며 한숨만 나온다. 대체 내 얘기 들어줄 사람은 어디에 있냐고요.


어이 거기 부비 씨, 내 말 들을 준비되어 있어?


새벽에 질질 눈 비비며 홀로 첫 차를 탄다. 텅 빈 한강을 바라본다. 한강과 새벽. 축축하고 차갑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 정말.


(덜컹덜컹)


“우리 너무 뜨끈미지근해. 식은 라면처럼. 너는 날 사랑하긴 했니. 김 빠진 사이다보다 못한 사이.”

껌을 뱉고 나오면서 헤어짐을 외쳤던 과거의 내가 잘한 걸까 몇 번을 곱씹어 본다.


아 심심해.





사랑 같은 고난도 감정 서비스를 하고 싶지 않아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자영이(전종서 역)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랬다.

사랑은 지겨워서 감정 낭비 따위는 귀찮아서 데이팅 앱에 가입했다.


그리고 자영처럼 앱을 통해 한 사람을 만났다.


“라이크 몇 개 받으셨어요?”

“네?”

“라이크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


극 중 우리(손석구 역)가 물어본 것과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대체 저런 생뚱맞은 질문은 왜 하는 거지? 라고 생각했고 그냥 웃음으로 넘어갔다.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그와 밥을 먹고 걸었다. 그러다 5시가 안 되어서 가족들이랑 밥 먹어야 한다는 그에게 좋은 인연이 있을 겁니다, 라며 헤어졌다.

내가 만난 데이팅 앱 남자는 극 중 자영이 만난 초반 남자들처럼 찌질했고 엄마가 필요한 존재였으며 껌값 하나 본인 의지로 사지 못하는..


그래도 데이팅 앱을 통해 어떻게 사람을 만나? 라고 속삭였던 여자 친구들 가운데 나는 당당했다. 사랑보단  감정보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나를 토닥였다.

어쩌면 대화 상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영과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하게 작용한 건 대화였으니까.





영화 속 우리(손석구 역)의 편집장처럼 ‘5부작 가자,’ ‘10부작 가자’며 나에게 수표를 쥐어준다면 다시 앱을 깔아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대화는 됐고, 감정 낭비는 더 하기 싫지만 잘 모르겠고 그저 나에게 충실하고 싶다.


어쩌면 데이팅 앱이라는 장치만 설정되었을 뿐, 극 중 우리와 자영(전종서 역)은 만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묵묵히 일을 하다 보면 내 운명이 나오겠지, 외계 생명체라도 있겠지 싶다.


데이팅 앱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건 딱 하나, 백만장자가 오지 않는다. 설령 오더라도 경계하라. 왜냐하면 인생이 그러니까.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매칭 된다는 건 없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자는 소설을 쓸 수 없다.’





영화 속 기억에 남는 대사.


p.s. 연애 빼고 로맨스를 홍보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완전 추천. 평양냉면이 고플지도 모르니까 조심.

아 낼 점심엔 평냉과 소주 먹어야지.


이상하게 설날이 기다려진다.



사진: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예고편 캡처, 티빙에서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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