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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곰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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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딩턴 Jul 24. 2021

귀여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귀여운 것들은 지나치기 쉽지 않다. 자꾸 돌아다보게 되는 마성을 가진 듯하다. 그중에서도 동글동글 귀여운 눈은 내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다. 평범한 쿠션도, 가방도, 작은 유리컵도 눈이 달려있음 왠지 모르게 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우리 집 강아지 윈스턴도 한 덩치 하는 커다란 시츄이지만, 그 동그란 눈을 꿈뻑이는 걸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음 정말로 귀엽다.

사람들은 사회적 가치와 기준에 따라서 입는 옷차림이며 하물며 지니는 소품도 격에 맞게 들어야 품위가 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불혹을 훌쩍 넘겨 버리게 되면 귀여운 것들은 마치 유아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인 양 유치하다며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마치 정신세계가 아직도 미성숙 중인 듯… 그러다 보니 귀여운 것을 뽐내기보다는 소심하게 드러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우연히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주렁주렁 럭셔리한 참이 달린 명품가방보다 손이 자주 간다는 천 가방을 소개하며 자신의 소지품들을 조심히 꺼내고 있었다. 그중에서 그녀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소개된 자그마한 곰인형을 보는 순간 왠지 더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 뭔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나만 이 나이에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에서다. 잦은 해외 공연 때문에 비행기를 많이 타야 하는 그녀에게 곰인형은 불안과 걱정을 덜어주는 애착 인형인 셈이었다. 그 작은 곰인형을 두 손에 꼭 쥐고 쓰담 쓰담해주는 모습이 너무 순수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고고할 거 같았던 그녀의 반전 매력을 본 것이다.


귀여운 것은 안정감을 준다.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함을 준다. 어쩌면 차가운 현실에 점점 익숙해져 메말라가는 내 감성에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얘기해 주는 것일까? 나이가 들어가도 내가 귀여워하고 애정 하는 것들에는 사회적 기준 따위는 필요는 없다. 예전 같음 ‘나이가 몇인데..’ 혹은 ‘나이에 안 맞지..’ 등등 여러 가지 시선들에서 주저주저할 것들을 과감히 선택한다. 그리고 편안해진다.

 

내가 항상 들고 다니는 필통에는 작은 딸기 인형이 붙어있다. 내 필통을 우연히 본 동료는 “넌 항상 이렇게 귀여운 걸 갖고 다니더라.”라며 고개를 꺄우뚱하면서도 내심 부러워하는 듯했다. 망가진 열쇠고리에서 버려지기 직전에 바로 분리해서 필통에 달아놓았더니 보는 나도 행복하다. 요즘 들고 다니는 동그란 눈이 달린 가방은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며 웃음을 짓는다. 내가 선택한 귀여움이 그들이 미쳐 지나칠 수도 있는 미소를 끌어내니 들고 다니는데도 신이 난다.


특히나 요즘은 귀엽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귀엽게 나이 든다는 것은 너무 어른인 척 젠체하지 않고 동글동글한 눈이 보내는 사랑스러운 느낌 즉, 유연하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따뜻한 순수함을 지닌 어른, 하지만 내 귀여움은 잃지 않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 귀여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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