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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곰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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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딩턴 Mar 20. 2022

돼지감자 꽃


 때리는 점심시간에 ‘;하며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웬만해선 꽃에 관심 없는 그가  사진을 보내왔다. “돼지감자에 꽃이 폈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투박한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하늘하늘한 노란색 꽃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 이 쉼을 주는 순간이었다.


이사 가기 전, 사촌언니가 자기 텃밭에서 돼지감자 몇 덩이를 툭툭 뽑아 주었다. 땅속 식물은 키우기 쉽다며 아직도 텃밭 초보인 나에게 용기를 주던 언니의 얼굴이 떠 올랐다.

‘뭐,, 흙 속에 묻어두는데, 알아서 자라겠지. 비가 오면 물 걱정도 덜하고 게다가 땅속의 파묻혀 있으니 포썸(야생동물)이 뜯어먹을 일도 없고.’ 세상 쉬운 감자 키우기가 아닌가?’ 라는 자포자기 텃밭 희망도 가져보았다.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감자 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키가 훌쩍 커지는 모습이 눈에 눈에 들어왔다. 두껍고 거친 줄기와 털이 숭숭 나 있는 잎사귀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산길가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키 큰 잡초처럼 생겼다. 몸에 좋은 돼지감자가 아니라면 쉽게 뽑아 버렸을 모양새이다. 게다가 꽃을 생각하기에는 한참 멀어 보였다.


이런 나의 편견과 무식을 한 번에 날리며, 우리 집 돼지감자는 여리고 하늘하늘한 노란 꽃을 어영차 하며 밀어내었다.

작은 해바라기를 닮은 돼지감자 꽃이 참 예쁘다.  거친 긴 생명력을 다하고 마지막 한순간은 꽃이 되는 모습에 마음이 스산해졌다.


우리네 인생도 참 거칠다. 보들보들, 실크 같은 인생은 인생이 아니다.

척박한 삶을 산다 할지라도, 묵묵히 그 길을 간다.

그 순간은 아무도 모른다.

꽃이 피려는 찰나를 곧 맞이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돼지감자도 그랬다.

땅속에서 버둥거리는 노력이 꽃이 될 때까지.

그 꽃이 해바라기를 닮았다고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까지…

길고 모진 여름이 있었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







사진출처: 우리집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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