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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Apr 12. 2022

교육은 인간 본성 역행과 인내의 연속

유전자의 탈을 쓴 인간, 인간의 탈을 쓴 유전자

내가 교직에 있는 동안, 본인이 원해서 고학년인 5, 6학년 담임을 맡은 50세 이상 동료 교사는 딱 한 분,

내 초임 교사 시절 학년부장 선생님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학교 전입으로 본인 희망과 상관없이 담임 배정이 되어 고학년 담임을 맡을 뿐, 다음해면 바로 저학년으로 내려가신다. 경력 많은 50세 이상 교사가 피하는 학년이라면 힘든 게 맞다. 투자 고려시 리스크를 피하는게 1순위 듯이, 경력많은 교사의 고학년 리스크를 피하는 본능적인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아무래도 고학년 애들은 머리가 커져서 말도 잘 안 듣지, 학교폭력 유발 아이들도 늘고, 저학년은 4교시, 고학년 6교시라 수업이 늦게 끝나서 교사 자유시간도 줄지, 늦게 끝나면 육아시간도 길게 못 쓰지. (육아시간 하루 2시간 일찍 퇴근 가능, 한 아이당 2년간 주 30시간 근무 가능. 게다가 유급휴가임. 그래서 2시 반 이후 옆반 선생님 전부 없음.) 저학년에 비해서 좋은 거라곤, 저학년에 비해 하는 활동들의 수준이 높다 보니 이에 맞는 선생님들에게는 좋다는 점. 제법 청소년 다운 아이들과 소통이 가능한 점. 정도? 


이 정도면 빌드업은 끝났고 요즘 고학년이 힘든 점 중에 제일 큰 것은

<문제학생 대폭 증가>

여느 시절이나 문제학생이 없던 시절은 없으나, 저학년 문제학생과 고학년 문제학생은 차원이 다르다.

보통의 학부모들은 자식의 문제를 인식만 해도 아이가 절로 나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우리의 빌런들, 교실의 VIP 학생들이다. 

수업시간에 조금의 틈이 보일라 치면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떠들고, 말대꾸하고, 내 말에 맞드립치고, 웃겨 보려고 시답지 않은 드립 계속 치고, 지적하면 눈 동그랗게 뜨고 안 그랬다고 뻔한 거짓말에. 원하는 것 못 하게 하면 바닥에 누워서 소리치고, 바닥에 신발 쿵쿵거리고, 복도나 교실에서나 늘 뛰어다니고.  


저학년 때 고쳐지지 않고 오히려 심해진 상태로 고학년으로 넘어온 아이들이 꽤 많아졌다.

이 말인즉,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란 말을 몸소 증명해 보이시는 학부모님도 많아졌다는 얘기겠지.

아이의 상태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알면 괴롭고, 모르는 척하자니 책임감 없는 것 같고. 

'애라 모르겠다. 크면 없어지겠지. 크면 나아지겠지.' - 방임

"우리 애가 그런 게 아니라 주위 아이들 영향을 많이 받아서" - 남 탓, 거짓말

"어, 이상하다.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 - 환경 탓, 거짓말

"제가 아무리 해봐도 안 고쳐지더라고요" -애탓

"애 아빠도 어릴 때 그랬다가 나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아비 탓

참 이런 말 들을 때 마다, 드는 생각.

'당신 아이 때문에 피해보는 다른 아이들 생각은 안 해?'

'그래, 부모가 노력을 했는데 안 고쳐져? 뭐지? 결국 아이는 부모 DNA의 결과물 인건가?'

'이 아이들은 결국 인간의 탈을 쓴 유전자인 것인가?'

'교육은 설 곳이 없는 걸까?'

별에별 생각이 다 들다가도,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내가 담임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조언을 해 주자.


사실 상담이 필요한 게 아니라 소아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꽤 많다. 

딱 봐도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그중에 과잉행동 장애 유형이 꽤나 많음에도 부모들은 인정을 하기가 쉽지가 않나 보다.  

몇 해전 꽤나 심한 정신지체, 숫자도 모르고 문장을 말하지 못하고 한 두 단어 정도 말하는 아이의 어머니께서는 "아이가 사실 정상인데 조금 느린 편이라고" 장애아동 등록도 안 하신. 이런 분이 2명이나 있었다. 

그 어머니의 눈이 사실 좀 무서웠다. 아이에 대한 그릇된 판단이 이성을 덮쳐버린, 본인의 흔들리는 이성의 끈이 엿보일까 안절부절못하는 그 눈빛... 

팩트로 뼈를 분쇄해 버릴까도 싶었지만, 바야흐로 지금은 학생 인권과 학부모 참여의 시대.

괜히 진실을 말했다가 좆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에. 참기 잘했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인격형성, 지식 습득, 사회성 함양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교육은 

인간 본성의 깨닫게 하고 그 본성을 역행할 수 있는 힘, 그중에 인내를 기르는 것이라 본다. 

그 인내가 느리지만 곧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알았으면 하는 게 내 바람 이건만. 


우리 반의 그 베이비는...오늘도 나를 미치게 하고.

내일도 미치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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