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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봇 Aug 20. 2020

만두 혼밥

혼자 먹는 만두에 대한 단상

‘혼밥 전성시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한국 전체 가구 수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라고 하니 식당이든 마트이든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혼밥은 어디 혼자 사는 사람들만 하던가요. 점심에나마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메뉴를 고르고 싶을 때 혼밥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괴이한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며 혼밥은 앞으로 더더욱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만두는 혼밥으로 먹기 정말 좋은 요리입니다. 큰 만두면 한 접시에 네 알, 작은 만두면 한 접시에 스무 알 정도는 있겠지만 아무튼 만두 한 접시는 무조건 1인분이란 말입니다. 여럿이서 나눠 먹는 만두전골이 아닌 이상 한 그릇의 만두는 오롯이 한 사람을 위한 분량입니다.


 물론 혼자 만두를 먹는 일이 서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 이유는 ‘외로워서’가 아니라, ‘더 다양하게 맛보지 못해서’ 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 접시에 1인분이라는 건 곧 혼자 먹으면 한 종류밖에 먹지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많은 메뉴 중 하나만을 골라야 하니 심사숙고 끝에 새우만두를 시켰다고 합시다. 새우만두는 물론 맛있지만, 못 시킨 고기만두, 김치만두가 아른거립니다. 둘이 왔으면 두 종류를 먹었을 텐데, 셋이 왔으면 세 종류를 먹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늘 남습니다.


 만두가 메인이 아닌 식당을 갔을 때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여의도백화점 지하상가에는 콩국수와 닭칼국수로 유명한 ‘진주집’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국수로 유명하지만 저는 이곳의 만두를 정말 좋아합니다. 입안에 쏙 들어가는 아담하고 귀여운 크기, 부드럽게 사르르 녹는 만두피, 그리고 신기할 만큼 단 맛의 만두소까지. 무더운 여름날 점심시간에 진주집을 가면 늘 고민에 빠집니다. 이 날씨엔 콩국수를 먹어줘야지. 그런데 만두도 먹고 싶단 말이야… 만두와 국수를 모두 먹고 싶다면 만두 두 알이 들어있는 닭칼국수를 시키면 되는데 이 날씨에 칼국수는 좀 아닌 것 같고… 한판에 10알이 나오는 접시만두를 시키자니 콩국수랑 같이 먹으면 배부를 것 같은데…


 비단 만두뿐 아니라 혼밥할 수 있는 많은 식당에서 떠오르는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만두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것. 고민의 대상이 되어선 안됩니다. 여기에 그 해결책이 있습니다. 새우만두와 고기만두, 짜장면과 군만두, 라멘과 교자처럼 선택이 고민된다면, 주저 없이 두 개 모두 주문해줍시다. 두 접시 시키고 평소보다 조금 비싼 밥 한 끼 먹었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두처럼 배가 빵빵해진다 하더라도 오롯이 나만을 위한, 혼자만의 만찬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만두를 먹으면서 미처 못 시킨 다른 만두 때문에 아쉬워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슬픈 일은 없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그때 진주집에서 결국 콩국수에 접시만두를 추가해서 혼자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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