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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책방 Dec 04. 2024

<사피엔스> 대신 읽어드립니다: 인류의 통합

돈, 제국, 종교

인류의 통합


인류는 뭉치려는 경향이 있다. 부족 단위의 수렵 채집 시기 인류는 각 부족마다 고유한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언어도 다르고 식사 예절도 달랐을 것이다. 국가가 세워지자 국가라는 하나의 문화 속에 여러 부족은 포함되었다. 융화되는 데 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다른 부족원에게 같은 국민이라는 동질감을 갖게 되었다.


국가는 제국에 포함되었고, 종교와 돈은 국경을 넘나들었다. 인류는 장벽을 허물고 점차 공동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이제 전 세계가 기후 위기 같은 거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하나의 제국이 되려 한다고 말한다. 독자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창조되던 이야기는 이제 유기적으로 얽힌 집단들의 협업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돈, 제국, 종교가 있다.



돈은 존재할까? 화폐를 돈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데 화폐와 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화폐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화폐에 가치를 불어넣는 정체가 돈이다. 돈은 현실 세계에 공간을 점유하지 않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화폐는 그런 돈을 현실 세계에 보여주는 화신이라고 볼 수 있다. 


돈은 '보편적 전환성'과 '보편적 신뢰'의 원리에 기반한다. 보편적 전환성이란 화폐를 토지로, 용역으로 바꿀 수 있는 속성이다. 보편적 신뢰란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속성이다. 이런 속성을 바탕으로 돈은 인류사에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했다. 이슬람에서 교회 그림이 박힌 금화를 썼다는 사실은 돈이 문화도 종교도 초월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이 성행하는 현대 사회에서 돈이 갖는 질서는 무엇보다 앞선다. 경제성장은 모든 국가의 목표이며 경제가 무너지면 국가가 붕괴하기도 한다. 경제 성장을 국가 제일의 과제로 두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우리가 돈을 창조했지만, 지금은 돈이 부여한 질서에 맞춰 살아가는 중이다.


제국


제국은 국가와 다르다. 책은 "제국은 서로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민족을 지배해야 하고, 탄력적인 국경과 욕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로마 제국, 페르시아 제국, 진나라를 떠올려 보자. 그 제국들에는 여러 민족과 종교가 공존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동일한 제국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고, 하나의 법을 따랐다는 점에서 제국을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제국은 자연스럽게 문화를 전파한다. 제국은 문화의 발상지로 다양한 선진 문화가 꽃핀다. 속국은 선진 문화에 동경을 갖고 시간이 지나면 제국의 문화를 따라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피지배층이 지배층의 문화를 따라 하고 추구하며 하나의 문화권으로 흡수된다.


제국은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진화적 습성을 극복했다. 여러 이데올로기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인다. 현재 G2로 불리는 두 국가와 그들을 따르는 국가들로 지구가 나뉘어 있는 모습은 마치 제국 시대를 현상케 한다. 흥미로운 점은 제국은 폭력을 일삼지만 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분열국가 시절이 역사적 암흑기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하라리는 제국이 하나의 질서로써 작용했음을 설명한다. 


종교


마지막으로 종교를 살펴보자. 책에서는 종교를 이렇게 정의한다.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 체계이다." 


종교는 단순히 관습이나 신념이 아니다. 규범과 가치 체계이다. 규범과 가치 체계는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규정한다. 종교는 질서를 유지하는 데 탁월한 시스템이다. 초인적 질서란 종교에 따라 유일신이 될 수 도 있고, 자연법칙이 될 수 도 있다. 정체가 어떻든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초월적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종교를 질서 유지에 필요한 규범으로 볼 때 민주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전체주의도 일종의 종교라고 할 수 있다고 하라리는 말한다. 책에서는 이것들을 종교로 표현할 때 많은 이들이 분노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종교로 표현한 것이지 정치지도자를 신처럼 숭배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같은 종교를 믿는 종교인이라면 국가를 초월하는 규범을 공유한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금하고, 유대인은 안식일을 지킨다. 종교가 얼마나 강력한 질서를 갖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가 공유하는 인본주의도 하나의 종교로 작용한다. 인간은 고귀하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 경험과 감정은 소중하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줄곧 들었던 이런 말은 인본주의에 기반을 둔다. 인본주의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자유주의 인본주의, 사회주의 인본주의, 진화론적 인본주의. 자유주의 인본주의는 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가장 우선시되는 사조이다. 자유주의 인본주의를 따르는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과 서유럽이 있다. 공산주의 인본주의는 개인이 아닌 집단을 더 우선시하는 사조이다. 사회주의 인본주의를 따르는 국가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마지막으로 진화론적 인본주의는 인간에 우열이 존재하며 우월한 인종이 열등한 민족을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다. 대표적으로 나치가 있다. 세 가지 사조는 매우 다른 듯 보이지만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을 공유한다.


세 가지 사조는 경쟁하며 자신의 질서로 세계를 지배하려 했다. 세계 대전 당시에는 진화론적 인본주의가 우세했고, 종전 직후에는 소련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인본주의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소련의 붕괴와 동시에 사회주의 인본주의는 자유주의 인본주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자유주의 인본주의는 정보화 시대에 가장 들어맞는 체계였고 현재 가장 지배적인 질서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도 계속 이 영광을 누릴지는 의문이다. 자유주의 인본주의가 전제로 하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개인이 불가분의 존재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호모 데우스>에서 이어진다. 


과학과 기술 발전은 이야기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고안할 때 '전신, 전화, 증기'기술을 무엇보다 고려하였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통합에 영향을 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내용으로 과학혁명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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