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풀 42.195km [1]

2024 JTBC 마라톤

by 사와로


20241104




오늘까지 약간의 근육통들이 있다. 대단히 심한 것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근육들이 여기저기서 토라진 느낌이다. 게다가 오늘도 출근길에서는 어김없이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환승해야 했고, 지하철을 놓칠까 봐 뛰어야 했다. 다리 들기가 좀 무거웠는데 월요일 아침, 아이들과 달리기 수업을 하고 나니 좀 풀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내 몸에 슬며시 남아있는 근육통만큼, 아직까지 어제의 마라톤에 심취해 있다. 그간 내게 가장 큰 고민이자 무게이기도 했고 올해의 목표이기도 했다. 3월에 송도에서 있었던 뉴발란스 하프 마라톤 때 jtbc마라톤 풀코스 티켓을 받았다. 내가 등수에 들 줄은 몰랐는데 놀랍고 신기했고 또 약간 부담스러웠다. 자발적으로 세운 목표가 아니라 얼떨결에 주어진 것이었다. 언젠간 해야지 했었는데 너무 빠르고 급작스럽게 내 목표가 되었다. 4월 이후로 원래부터 나의 목표인 양, 나는 그렇게 마음에 마라톤을 품고 달려왔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런 계기가 아니었으면 풀코스를 뛰는 데까지는 한참 걸렸을 것 같다. 왜냐면 이건 분명 고통을 동반하는 달리기이기 때문이다.



말이 5킬로, 10킬로이지 컨디션에 따라 이 무게가 다르고, 하프 21킬로 역시 쉽게 뛰어본 적은 없다. 이제 그 2배를 뛰어봤으니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긴 하지만, 막상 달리기를 시작하면 와 언제 두 시간 가까이 뛰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혼자서 42킬로를 훈련한다는 것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정신력이 잡아주지 않으면 불가하다. 사점의 순간이 찾아오고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혼자서는 참 어렵다. 혼자 30킬로 훈련할 때 너무 힘들었던 것은, 이제와 이야기하자면 어제 뛰었던 42.195킬로의 마라톤보다 그때가 더 힘들었는데, 그건 매 순간 찾아오는 지루함을 견디고 멈추고 싶은 유혹을 견디고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주의를 분산시키고 힘을 북돋아줄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라톤 주로에서는 나와 함께 즐기면서 고통을 감내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힘이 되고 경쟁이 되고 엄청나게 의지가 된다. 혼자 각자 달리지만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다는 것이 묘한 유대감을 준다. 나만 힘든 게 아니고 저들도 저렇게 땀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하고 언덕 앞에서 때로는 욕을 하면서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달리는 까닭은 같이 달리는 즐거움을 알았고, 또 힘든 순간들을 같이 이겨내고 싶어서이다. 같이 하면 고통도 어느새 웃음으로, 즐거움으로 승화되는 경험을 했다. 함께 달리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정말 맞았다. 지금도 평소엔 혼자 달리고 있지만 함께 달릴 때 나는 더 멀리 갔다.




이번에 눈떠달, 여의도 엄마들의 모임에서 달리기를 잘하고 지난주에 이미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뛰고 온 언니가 나의 페이스메이커를 해준다고 했다. 감사하면서도 누가 될까 봐, 또 뛰면서 그 언니 속도에 맞춰서 뛰는 것이 스스로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걱정했다. 그분은 나보다 더 많이 오래 더 잘 뛰시는 분이다. 비교가 안될 만큼 경력자이자 능력자이다. 그런 분이 내게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밀었는데 나는 고마워서 덥석 잡았지만 내내 망해도 혼자 망하는 게 나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사정이 있어서 출전을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연락을 전날 받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좀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아침, 마음이 복잡하지만 그냥 뛰기로 했다면서 나를 도와주시겠다는 거다. 페이스 메이커로 말이다. 같이 뛰어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던 나는 감사하면서도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다. 첫 번째 풀코스를 뛰는 나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언니의 카메라에 내가 담길만한 것들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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