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치하니 Dec 18. 2020

시 | 자식이란 이름으로 지은 죄(罪)

지나간 세월이는 다시 돌아올 마음이 없단다...

원치 않던 이 생에

그녀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뒤로하고,

겨우 첫 날숨을 쉬며 세상과 마주했다.


하지만 나는,

그날의 그녀의 고통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나와 너는 자식이란 이름으로 

태어나자마자 죄를 지어버렸다.


목욕탕에서 힐끔

쪼그러져 늘어진 그녀의 엉덩이를 보았다.

눈치 없이 왈칵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냉탕으로 쏜살같이 뛰어들었다.


차디찬 냉수에 잠수를 하는 척

세월의 무상함과 야속함에

가슴을 부둥켜안고 몰래 울어보지만  

지나간 세월이는 다시 돌아올 마음이 없단다.


당신의 주름 사이로 끼어버린 

자식이란 이름으로 지은 나의 죄들을 씻겨내면 

당신은 다시 젊어질 수 있을까...


이 못난 자식은, 

그토록 아름다웠던 

당신의 청춘이 사무치도록 그립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