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문명사회에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주장한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라’이다. 이 말은 인간이 이룩한 사회제도와 문화 등 문명을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자는 뜻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해석하면 인간 내면의 가치와 자연환경과의 관계를 새롭게 돌아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동안 브런치에 연재한 ‘목요일에 전하는 나무 인문학’은 이러한 의도로 기획되어 출발했다. 이른 봄에 시작하여 매주 자연을 상징하는 한 종류의 나무를 대상으로 전개된 이야기가 늦가을에 접어들어 이제 마무리되었다. 목요일로 정한 건 목(木)이 나무의 날이라고 스스로 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의 활동기인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며 대상 나무의 중요 특성과 그 시기를 맞추었다.
나무 33종을 글의 소재로 선택하였다. 대상의 선별 기준은 여러 정보를 수집하여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순위 1위~10위)에 해당하는 소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플라타너스, 버드나무, 잣나무, 향나무(2022년 국립산림과학원)와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로 정했다. 작가의 관점에서 사람과 사연이 많다고 판단되는 나무가 대상이었다.
연재를 통하여 여러 가지 나무의 매력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전하고자 했다. 그 시작은 녹색이었다. 녹색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오래 바라보아도 피로감이 적다. 그래서 숲속에 머물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럽다. 현대인에게 중요한 휴식(休息)이란 한자어도 ‘나무 옆에서 사람이 숨 쉰다’라는 뜻으로 옛날부터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나무는 평생 한자리에서 변화의 물결을 그대로 품는다. 자연의 거친 시련이 있거나 동물이나 미생물의 약탈에도 최소한의 방어체계만 작동한다.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틴다. 그것마저 여의찮으면 자신을 희생하는 생식 능력으로 다음 세대를 이어간다. 그래서 나무가 가장 힘들 때 번식을 위해 가장 많은 꽃이 핀다. 생존력과 순응, 희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나무는 인내, 상호관계, 선의의 경쟁과 공생 등 인간의 삶에 필요한 수많은 지혜를 전해주었다.
나무에 관한 글을 쓰는 동안은 나무에 관심이 집중되어 어디를 가도 나무만 보였다. 덕분에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더 많은 사연을 발견할 수 있었고 깨달음을 얻었다.
조용함 속에서 묻어나는 생명 존중과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바라보는 벅찬 마음에 글을 연재하는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 글을 마치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나무가 전해준 느긋함을 누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