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이른 아침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고 잠을 청한다. 그 잠이 오늘은 꿀맛이다. 목적지까지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 탑승하고 그냥 가면 된다. 안내산악회가 좋은 것은 그 버스를 타고 그 버스의 준칙만 지키면 내가 편리하게 이동하고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탑승하면서 연결되는 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하여 허비하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단점은 내가 가고 싶은 산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였던 산을 계절에 따라갈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유명한 산을 그저 6시간 이내에 오르고 내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할 뿐이다. 영남알프스의 산 중에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3-4년 전에 가본 기억이 있어 이번에 가본다. 친구 셋이서 전날 언양 모텔에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 4시에 배내고개에서 출발하여 배내봉에서 일출을 본 기억이 있는 산이다.
오늘은 오전 11시 45분이 되어서 배내봉에 도착하여 그때 새벽에 헤드랜턴에 의존하여 등산지도를 보았던 기억을 되새길 뿐이다. 배내고개를 가는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린다. 언양을 지나고 울산-밀양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우리나라에는 사통팔달의 고속도로가 우리를 편안하게 안내한다. 울산에서 밀양으로 넘어가는 길이 어렵고 배내고개를 가려면 언양에서 배내고개로 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울산-밀양 고속도로에서 배내고개로 간다. 사실 배내고개로 가는 배내골 IC는 특이하다. 배내골 IC를 나아갈 때 터널이 형성되어 있다. 영남알프스의 험준한 산이 좌우로 펼쳐져 있는 중앙에 위치한 배내골이 그렇게 넓지 않으니 배내골 IC도 특이하게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배내골 IC를 나온 버스는 좌우로 준령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배내고개로 장군의 목소리를 내면서 오르고 있다. 도로 주변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펜션들이 즐비하다. 겨울에는 눈이 내려서 자동차들이 오르기 힘들 것 같다. 남쪽이라 눈이 와도 금세 사라지겠지만 1000m 이상의 준령들이 호위를 하고 있어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
좌측에 있는 재약산, 천황산 등이 있지만 산을 오르는 배내골은 아래에서부터 오르니 이곳의 정산에 평전들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렵다. 그래도 배내봉에 도착하여 주섬주섬 모두들 버스 밑에서 배낭을 챙기고 화장실에 줄을 길게 서서 산행을 준비한다. 화장실은 간월재에 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 2시간 이상 소요되니 우선 급한 것은 해결해야 한다. 산을 다니면서 노천 화장실을 많이 사용하지만 화장실이 있는 곳은 최대한 이용을 하는 것이 남들 보기에도 좋다. 배내봉을 오르면서 친구가 왜 이곳에서 힘들어했는지 이해를 한다. 처음부터 계단의 연속이다. 오두산을 가는 길이 있지만 우리는 배내봉이다. 배내봉까지 2km도 안되는데 여름날 뜨거운 햇빛이 나무터널을 벗어날 때마다 얼굴을 때린다. 해발이 800m 이상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배내봉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지만 작렬하는 태양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뒤를 돌아서서 보면 멀리 가지산, 운문산, 고현산이 보이고 좌측으로 재약산과 천황산이 보인다.
간월산으로 간다. 간월산만 가면 오늘의 산행에서 어려운 구간은 끝이 날것이라 생각하는데 마지막에 하산을 하는데 힘든 것이 있었다. 간월산을 가면서 주변을 둘러볼 수도 있지만 나무터널 사이를 비집고 걷는다. 간월산을 가려면 배내봉에서 100m 이상을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한다. 산 능선이 높이가 압도하고 있다. 저능선을 오르면 오늘은 그래도 힘이 덜 들겠지 생각하면서 간월산을 가는 고개까지 가는데 시원함이 좋다. 바위에 앉아서 쉬는 등산객이 오늘 처음으로 이렇게 시원한 곳에 앉아 쉬어본다고 한다. 산바람이 안부를 맞아 세어지면서 시원함이 더욱 좋다. 간월산을 오른다. 숨을 헐떡이면서 오른다. 천천히 오른다. 앞에 가는 등산객이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가 싫어서 그런지 옆으로 비켜주고 나는 쉬지 않고 오른다. 나는 천천히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 빠르게 걸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천천히 꾸준히 목적지까지 걷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비교한다면 거북이다.
간월산에 도착하여 인증을 남긴다. 앞에 있는 사람들도 인증을 남긴다. 작년까지는 정상석에 몇 년이라고 표시하여 두었는데 그것은 없어지고 정상에서 사진을 바로 전송하여 인증을 받는 시스템으로 영남알프스 인증시스템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나는 영남알프스 이능은 관심이 없고 나만의 인증을 남긴다. 산을 돌아가기 전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소나무 아래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늦은 점심이라 그런지 이렇게 좋은 장소가 나를 위하여 비워져 있다. 약간 늦은 점심을 먹는 것은 중간중간에 간식으로 해결한다. 2시간 이상 걸으면서 피곤해진 내 다리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초원이 있고 산장이 있고 휴게소가 있다. 그리고 산길과 임도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초원이 있으면 그 초원만이 좋은 것이 아니고 초원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산장이 있으면 더욱 좋다. 나는 그것이 좋다.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가까이 다가와 있는 신불산도 담아본다.
간월재로 내려가면 규화석도 담고 규화석에 대한 이야기도 읽어본다. 이곳의 화석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1000m가 넘는 이곳도 예전에는 바다였다는 것이다. 간월재에 내려서면 산장이 있고 휴게소가 있고 돌탑이 있다. 친구들과 같이 산행을 왔을 때는 이곳의 돌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는데 오늘은 혼자다. 혼자서 배경 사진만 담고 신불산으로 오른다.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고 초원과 산장과 간월산을 같이 담아본다. 또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고 눈에 좋은 곳에서 또 담을 뿐이다. 능선에 도착하여 전망대에서 또 담는다.
산을 즐기는 것이다. 능선에 도착하여 신불산을 가는 능선을 따라서 걸으면서 멀리 있는 영축산도 보고 신불 평전도 본다. 오늘의 산행 절반은 지나갔다. 신불산 정상에서 영축산으로 방향을 잡고 걸으면 되는데 어떤 사람은 이곳의 공룡능선이 못내 아쉬웠지 걸어본 사람도 있다고 하다. 설악산에도 공룡능선이 있고 신불산에도 있다.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는 이유는 약간의 착각이 있어서다. 영축산으로 가는 길은 누가 보아도 잘 되어 있는데 무심결에 공룡능선으로 들어가면 그곳이 무엇인지 모르고 또 내려간다. 하행산길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생각이 없이 내려간다.
나도 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신불재로 내려가는 길에서 신불산을 올라오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나는 내려가지만 올라오는 사람은 힘들다. 신불재의 초록물결이 보인다. 간월재의 초록이나 신불재의 초록이나 비슷한데 나는 간월재의 초록이 더 멋있다. 그곳에 인공구조물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한번 비교를 해보았다. 그것이 그것 같은데 그것의 선후를 가리는 사람도 있다.
영축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영축산을 가면 오늘의 산행은 하산이다. 신불 평전을 지나면서 고단했던 임진왜란과 6.25 전쟁 피난민들의 삶을 생각해본다. 전쟁 피난민들을 수용할 수 없어 이곳에 이들을 수용하고 이들이 이곳에서 감자 등을 재배 하면서 삶을 영위한 것을 보면서 겨울에는 추위가 엄습했을 것이고 식수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을 것인데 어떻게 지냈을지 궁금하다. 영축산을 오르면서 그래도 저 억새들이 그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과 지금은 우리들에게 가을의 낭만을 보여준다는 것에 감사를 할 뿐이다.
영축산을 오르고 지금까지 온 길을 돌아본다. 그 길이 장대하다 준령들이 서 있다. 그래서 영남알프스다.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인증샷을 부탁하고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햇빛이 강하여도 그늘에 앉기보다는 그냥 앉아서 쉰다.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이제는 하산을 하여야 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함박등, 극락암을 거쳐서 통도사도 볼 수 있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지산마을로 내려간다. 지산마을로 가기 전 통도사를 갔다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통도사는 가지 않고 그대로 내려가서 쉬어볼 것이다. 함박등, 극락암을 친구들과 같이 걸어본 기억이 있다. 그곳도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지산마을로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다. 산행을 시작할 때 산행대장이 영축산에서 지산마을로 내려가는 길에서 등산로를 잘못 갈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고 하였다. 중간중간에 임도가 있는데 이를 따라가면 다른 곳으로 간다. 임도가 아닌 바로 직선으로 내려오는 길을 찾아 내려온다. 8부 능선 쯔음에는 산장도 있다. 그곳까지 자동차도 올라온다. 산장을 벗어나 내려간다.
시끄러운 소리가 있다. 산을 울리고 있다. 이렇게 깊은 산중에 무어라고 떠드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내가 그렇게 옳고 상대방이 그르다고 하여도 이제는 쉬고 싶다는 사람을 그렇게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지금 현직에 있다면 그 사람이 그것을 듣고 한 번쯤 다시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외치고 싶은지 모르겠다.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이곳에 있다. 지산마을 인근이 평산마을이다. 좀 조용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좀 조용하게 살게 해주었으면 한다. 현직에 있는 사람은 들어야 한다. 동네에 도착하니 그곳 주민들은 또 목청을 돋우는 사람들이 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국회의원도 오고 전직 장관들이 와서 더 그렇다고 한다. 경찰이 고생이다. 이 산골에 경찰기동대 버스가 2대나 와서 머무르고 있다.
지산마을 입구에서 통도사에서 입구를 관리한다. 통도사 쪽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통제하고 있다. 입장료는 받지 않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은 농사를 위하여 통도사 뒤에 있는 농토를 들어간다. 마을버스 종점이고 그 마을버스에 전직 대통령 사저 가는 버스라고 되어 있다. 2022.6.20일 자 한국일보에 보면 독일 메르켈 총리의 사저에서는 이러한 시위가 없었는데 우리는 있다고 한다. 우리의 갈등은 언제쯤 해소될까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퇴임하고 나서 극심한 시위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음 사저로 돌아갔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하고 돌아본다. 우리가 과거에 너무 매몰되어서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