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산으로 간다.
이번에도 근교 산행이다.
전날 내린 눈으로 인하여 친구들과의 산행 약속이 흐트러졌다.
눈이 내리면 걱정을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눈이 내린 산에 눈꽃이 핀 나무들을 보러 간다.
나무들이 눈을 머리에 이고 힘들어 하지만 인간들은 그것을 즐긴다.
나무들이 아픔이 눈이 녹으면 그대로 나타난다.
작년 11월 첫눈이 많은 소나무들을 아프게 하였다.
이번에 내린 눈에도 소나무들이 우선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관악역에 내려서 삼성산으로 가면서 들머리를 오르고 그 오르막이 끝나면서 평탄한 길을 걷는다.
아픔이 있는 소나무도 있고 하얀 머리를 그대로 간직한 무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렇게 2km를 걸으면 삼성산 2 전망대에 도착하는 것이다.
삼성산 2 전망대를 오르면서 그래도 눈 쌓인 산을 조심조심 걷는 등산객들을 만난다.
험한 길과 편한 길이 있는데 평상시 같으면 험한 길도 몇몇은 지나간 흔적이 있는데 눈이 쌓인 바윗길은 지난 흔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전망대를 바로 앞에 두고 흰머리를 그대로 드러낸 암릉지대는 회피하고 안전한 길을 걷는다. 데크를 오르고 2 전망대에 도착하여 경치를 감상하지만, 전날 내린 눈이 따뜻한 공기를 만나서 활성안개를 이루어 멀리는 보여주지 않는다. 맑은 날 멀리 인천 송도까지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바로 앞에 있는 경인교대만 보여줄 뿐이다.
전망대를 내려가면서 조심스럽게 가면서 학우봉을 갈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몇몇이 간 흔적이 있어 그 발자국을 따라 오른다. 오르는 것은 오를 것 같은데 내려오는 것은 극구 사양한다. 학우봉 정상에서 국기봉 정상위를 가로질러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와 삼성산 정상을 같이 담고, 산사가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 산사가 이제는 조용하지 않다. 예전에는 산사에서 눈이 내리면 조용하게 빗질하였으나 이제는 문명의 도구를 활용하여 쌓인 눈을 정리하고 있다.
학우봉을 내려오면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있어 올라온 길을 생각하여 내려가기는 뭐 하다고 안내를 하니 본인도 내려가지 않고 학우봉에 올라 전체를 조망하리라 한다. 그곳에서 삼성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나도 좋아한다. 국기봉과 학우봉 사이의 안부에 시장처럼 사람들이 있었으나 오늘은 바람만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국기봉으로 향하는 길 젊음을 뽐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양보하고 한 걸음씩 올라서니 태극기만이 바람과 친구 되어 나를 반길 뿐이다. 누구도 그곳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눈과 바람과 태극기가 친구가 되어서 그곳을 지킬 뿐이다. 그곳의 주인들이 주인이 되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기봉을 지나서 이제 송신소 근처까지 가야 한다. 국기봉을 내려서는 두길 중 한길은 겨울에는 접근하지 않도록 안내를 하였으면 좋겠으나 그냥 방치상태다. 혹! 누군가가 그곳으로 접근하였다가 사고라도 나면 또 원망을 할 것인데....
멀리 관악산이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삼성산을 그렇게 다녔으면서 오늘처럼 활성안개가 조금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관악산을 영산처럼 만들고 있다. 지나가는 등산객이 나를 붙잡고 그 모습을 같이 담기를 원하여 호응을 한다. 관악산의 저곳에 어떤 신비로움이 있을 것인지는 삼악사에서 장군봉으로 내려가면 알았다. 그곳에 지금은 상고대가 형성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송신소 근처가 삼성산 정상이다. 이제 하산을 하여서 호압산 장군봉을 오르면 오늘의 산행은 끝이 난다. 눈이 왔지만,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올라왔다. 내려갈 때 눈길에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용이 될 수 있지만, 두 발로 걷을 때에도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데 두 바퀴로 무섭게 내려가고 있다. 삼악사로 가는 길, 서울대로 내려가는 길, 장군봉으로 가는 길이 만나는 갈림길에 있는 소나무가 눈을 머리에 이고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지만, 이 소나무도 아프다.
이제 내려가는데 찬기운이 역력하다. 그런데, 안 보이던 상고대가 나타난다. 멀리서 보았던 활성안개가 지나가고 있고 그것과 같이 바람이 불어서 상고대가 형성이 된 것이다. 그것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상고대가 더한 추위를 만나면 나뭇가지가 아프게 되고 봄이 되어 눈이 녹으면 초토화된 숲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군봉을 오르는데 어디가 장군봉인지 모르고 정상부근에 정상이라 생각하고 민주광장을 지나고 호압사와 전망대 사이에 있는 헬기장까지 걷고 전망대에 서서 국기봉을 보고 누에바위도 본다. 그곳의 전망대에서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아니다. 맑은 날 가면 서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호압사가 아닌 석수역을 향하여 길을 잡는다. 호압산성이 있고 그 복원현장을 우회하면서 천천히 걸어 석수역으로 길을 잡는다. 관악역에 내려 석수역까지 걷는 이 길은 어쩌면 좋은 등산로이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산을 즐길 수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