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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Sep 13. 2024

2. 그래서 우리 집에 부채가 대체 얼마야?

충격에 충격에 충격

  


 손님이 많다.

 매출은 계속 높다.

 이러다 건물 세우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렇게 장사를 하면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매출이 순이익이라고 착각했다.

 거기서부터 일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돈을 모으기보다는 외식을 자주 했고 여행도 자주 갔고 필요한 물건들을 쉽게 샀다. 계속 이렇게 돈을 벌거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건 나의 명의로 된 대출이 싫어서 버는 족족 대출금부터 꼬박꼬박 갚았더니 대출이 없어졌다. 정말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무거웠던 어깨의 바위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이제 버는 것이 흑자로 돌아서는 순간이구나.'를 그 당시에는 어리숙해서 몰랐는데 단순하게 감으로는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사업은 예상대로 흘러간 적이 없었기에 장사가 오픈 빨 만큼 잘 되지 않았다. 빚은 없지만 고정지출비용들이 새로운 빚처럼 느껴져 큰 압박으로 다가왔고 버는 족족 돈을 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는 고정지출비용에 집중할 때였다. 과소비를 줄이자고 가족들에게 통보를 했고 실제로 많이 줄였더니 돈이 부족하지 않게 잘 돌아갔다.


 그런데 문제는 부족함 없이 지내던 남편의 불만이 터졌다. 나는 이만큼 고생했는데 왜 넉넉하게 쓰질 못하냐며 친구들을 만날 때에 위축되지 않도록 용돈을 넉넉하게 달라는 요구를 했다. 어떻게 계산해서 주면 되겠냐고 물으니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해서 일부를 떼 달라고 했다. 순수익으로 계산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때는 내가 많이 어리숙해서 요구한 대로 들어주었다. 매출 금액에 따라 용돈 금액을 함께 정하였고 한 달에 한 번씩 지급하는 걸로 약속했다. 나는 용돈도 비상금도 없는데... 왠지 억울했지만 경제권을 쥐고 있으니 괜찮다고 위안하며, 남편 돈 계산이 끝나니 가정의 평화가 찾아와서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이제는 불만 없이 평탄한 생활이 이어지겠구나 안심하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500만 원을 달라고 한다. 무슨 말이냐고 갑자기 500만 원이 어디 있고 왜 500만 원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대출이자가 몇 개월동안 밀려서 이자에 원금의 일부까지 갚으라는 은행의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 빚이 얼마냐고 물으니 1억 3천4백만 원이라고 했다. 나는 왜 그걸 몰랐냐고 물으니 왜 모르냐며 같이 의논해서 사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생각해 보니 두루뭉술하게 들을 것도 같은데 그 당시 나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제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집을 사겠다길래 금액도 모르고 마냥 좋다 좋다고 이야기를 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그러면 이자는 왜 안 내고 있었냐고 물으니 그런 걸 꼼꼼하게 따져서 그때그때 계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미뤘다는 것이다. 집에 날아오는 고지서도 늘 밀려 있고 내가 날짜를 챙겨주어야 마지막 날 겨우 입금하는 게 평소 스타일이어서 성격상 미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5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달라고 하니 너무 부담스럽다고, 이자를 내야 하면 미리 얘길 했어야지 왜 일이 다 터지고 나서야 이야기를 하냐며 한소리를 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우리 대출받자.”


 침묵을 깬 남편의 첫마디. 남편이 생각해 낸 해결책이 대출받자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고 화도 났다. 엉엉 울면서 고작 하는 말이 대출 받자냐고, 대출이 싫어서 힘들게 갚는걸 옆에서 지켜봤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쉽게 하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이 일을 잘 해결해 보자, 우리 돈을 더 벌어보자, 더 아껴보자도 아니고 어떻게 또 대출받자는 말을 이렇게 쉽게 꺼낼 수 있냐며 꺽꺽 울었다.

 말이 없는 남편.

 한참을 울고 나니 정신이 맑아졌고 맑아진 정신으로 해결책을 강구했다.

 “이 돈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마련할 테니 앞으로 대출받자는 말은 다시는 꺼내지 마.”

라고 말한 뒤 집에 있는 폐물과 아이들 돌반지를 금은방에 가져가서 다 팔았다. 다이아몬드 반지는 차마 팔지 못해서 결혼반지 하나 남겨두고 금이란 금은 다 찾아서 모조리 현금으로 바꿨다. 10년이 된 청약통장도 깨서 현금으로 보유했다. 그런 뒤 원금 500만 원과 밀린 이자를 바로 갚았다. 앞으로는 이자 날짜를 알려주면 내가 잊지 않고 매달 내는 걸로 매듭을 지었다.


 그런데 바로 일주일 뒤에 300만 원을 갑자기 또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또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다른 은행에 빚이 또 있는데 이자가 밀렸다는 것이다. 장난인 줄 알았다. 이렇게 여기저기 빚이 있을 수가 없을 텐데 믿기지가 않았다. 통장을 보여달라고 해서 차근히 보니 정말 빚이 또 있었다. 혹시 또 다른 빚은 없냐고 물으니 진짜 없다고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미치는 줄 알았다. 이렇게 돈관리를 못하면서 왜 믿고 돈을 맡기라고 한 건지, 내가 돈을 다 넘기라고 했을 때 왜 순순히 넘겨줬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돈은 없고 빚만 다 넘겨준 남편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그러면서 용돈 타령은 왜 하고 있는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왕 벌어진 일 한탄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수습은 해야 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현금으로 보유한 돈이 있으니 급한 불부터 빠르게 껐고 우리의 총 대출금액과 매달 나가야 하는 이자금액을 또렷하게 적은 뒤 계획을 세웠다. 당분간 남편의 용돈은 없을 것이고 외식비 및 소비를 더 줄일 거라고 못을 박았다.

 그렇게 해서 다른 은행의 대출금 2000만 원을 모조리 다 갚았고 아파트 대출금의 일부인 2400만 원도 더 갚았다. 그리고 할부금 없이 차도 구입했다. 이제 남은 빚은 아파트 원금 1억 1천만 원이 전부였다.


 매일 대출금 갚는 것만 생각했다. 오직 목표는 대출금을 갚는 것이었다. 대출금을 갚으려면 돈이 있어야 했고 돈이 있으려면 장사를 잘해야 했다. 장사를 잘하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독서를 했고 독서를 통해 배운 점을 매장에서 실천하며 계속 사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돈은 철저히 아끼면서 돈공부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책의 내용 중에서 두 가지를 실천했다.

 첫 번째는 ‘왜 금융 지식을 배워야 하는가' 챕터 중

-자산은 우리의 지갑에 돈을 넣어 주는 것이다. 부채는 우리의 지갑에서 돈을 빼 가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 있다. 다시 말해 대출을 자산으로 활용하면 괜찮지만 현금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출받는 것을 항상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두 번째는 대출이 여기저기 많다면 갚기 쉬운 작은 대출부터 갚아 나아가거나, 한 개의 통장으로 빚을 몰아서 야금야금 갚으라는 내용이었는데 그대로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남편의 크고 작은 빚들을 하나씩 없앨 때마다 성취감이 컸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어서 아파트 빚도 원금의 일부까지 더 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은 좋은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지만 결국 실천하는 사람만이 온전한 지혜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나도 속절없이 대출을 또 받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지금도 아찔하다.

 내가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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