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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Oct 27. 2024

너와 우리, 2일차

2024.10.11(금)



오전 6시 45분.

꿀잠 중이던 나를 깨우는 소리.


(둘째) "엄마, 카우 보러 가도 돼?"


고양이가 빨리 보고 싶어서 안달이난 둘째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다. 그 마음에 발맞춰 알람이 울리기 전에 부스스 일어나 반 뜬 눈으로 바삐 아침밥을 차린다. 식탁에서 기다리던 둘째가 식사를 시작할 때 첫째와 셋째를 깨우러 간다.

 평소 밥을 꼭꼭 씹어 먹어 식사 시간이 긴 편인 둘째가 오늘은 밥을 통째로 삼켰는지 볼이 터질 듯 빵빵한 채로 식탁 자리에서 일어나 빈 그릇을 정리한 후 등교한다.


 (셋째) "언니 왜 저렇게 빨리 가?"

 (나) "카우 보러 간대."

 (셋째) "아! 맞다! 나도 빨리 밥 먹어야지."

 (첫째) "어? 나도 카우 보고 학교 가야겠다."


잠이 많아 늘 아슬한 시간에 등교하는 첫째마저 서두를 정도라니 카우의 인기는 대단하다.

덩달아 나도 카우가 궁금해서 평소보다 빠르게 설거지를 끝내고 출근 준비를 한 후 매장으로 내려간다. 카우가 있을 화장실에 가까워질수록 혹여나 잠이 깰까 발걸음의 소리를 줄여본다.


 '아이들이 다녀 갔으니 시끄러워서 잠 깼겠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조심스레 문을 연다.

세상에, 아직도 잔다. 도대체 몇 시간을 자는 걸까?

숨은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담요를 살짝 들어보니 자세를 바꿔서 쿨쿨 자고 있다. 아이들도 자는 카우만 바라보고 학교를 갔겠구나 싶다. 화장실을 빠져나와 문을 살포시 닫는다.

 매장에 있는 노트북을 켜 아기 고양이를 검색한다. 생후 한 달은 20시간 이상을 잔다는 정보글을 보고 카우는 생후 한 달이 된 아기 고양이구나 예상해 본다.


 오전 10시 20분.

직원분들이 출근을 한다. 매장 청소를 위해 화장실로 향하는 직원분을 향해 외친다.


 (나) "잠깐만요. 화장실에 아기 고양이가 잠자고 있어요."


화장실 문을 살포시 열고 카우가 자고 있는 박스를 조심히 든다. 박스와 함께 밖으로 나온 뒤 주차장에 내려놓는다. 흔들림과 소란스러움에 카우가 깰락 말락이다. 

 직원분들은 아기 고양이 구경으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카우가 언제 깰지 몰라 자주 왔다 갔다 한다.

햇살이 좋아서인지, 시끄러움 때문인지 카우는 눈을 여러 번 깜빡이더니 활짝 떠 보인다.


 (남편) "깼다! 깼다!"


드디어 카우가 깊은 수면에서 빠져나온 모양이다.

카우는 따스한 햇볕에 홀린 듯 온몸이 박스 밖을 향하고 있다. 이내 폴짝 점프하며 박스 밖 땅을 밟는다. 그런 카우를 구경하러 모두 다 밖으로 나와 카우 구경을 한다.



 

 

강아지를 키우는 직원분이 과감하면서도 부드러운 손길로 고양이를 다룬다. 지저분한 눈 주변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성별은 암컷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우리는 일을 해야 하기에 카우에게 오래 매달릴 수가 없어 다시 매장으로 들어간다. 그때 살금살금 걸어가는 카우. 주차장에 주차된 차 밑으로 가버린다. 그런 카우를 붙잡으려 손을 뻗으니 더 깊숙이 간다. 강아지를 부르 듯 박수를 치고 혀 끝을 차며 손을 뻗었지만 카우는 다른 곳만 바라본다.


(직원분) "얘는 강아지가 아니에요. 그런다고 고양이가 오겠어요?"

 (나) "어떡하지? 카우가 사라지면 아이들이 많이 섭섭할 텐데."

 (남편) "가버려도 어쩔 수 없지, 길고양이인데. 이것도 다 운명이야 내버려 둬."


남편 말이 맞다. 우리의 것이 아닌걸. 떠난다면 차가운 심장 되어야 하니 매장에 다시 들어가 장사 준비를 한다. 그런데 카우는 주차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어슬렁거릴 뿐 멀리 가질 않는다.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직원분이 참치라도 먹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시길래 남편이 그거 좋다고 마침 참치도 있는데 그거라도 줘보자고 한다. 직원분은 참치캔 뚜껑을 따고 나는 알맞은 그릇을 찾는다. 사용하지 않는 2구 에나멜 그릇이 있어 한쪽은 통조림 참치, 다른 한쪽은 물을 담는다. 남편이 그릇을 들고 카우에게 다가간다. 카우는 다시 밑으로 도망간다. 그릇을 바닥에 두어도, 이름을 불러도 카우는 다가오지 않는다. 그릇을 남편도 다시 일을 하러 주방으로 간다.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마음 쓰였던 나는 하던 일을 빨리 끝내고 다시 밖으로 간다. 카우는 차 밖에서 건물의 콘크리트 틈 사이에 자란 푸른 잡초를 탐색하고 있다.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우에게 다가가 물과 음식이 담긴 그릇을 내려놓는다. 움찔하며 살짝 뒤로 물러서는 카우에게 다시 다가가 코 앞에 그릇을 놓는다. 그런 뒤 안심하라고 뒤로 살짝 물러난다. 그랬더니 드디어 카우가 반응한다.



바로 앞에 놓인 통조림 참치를 드디어 먹는다. 한 입 먹더니 입맛에 맞는지 두 입부터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기 시작한다. 배고플 만도 하지. 이틈에 카우에게 다가가 쓰다듬어본다. 보드라운 털이 기분을 좋게 한다. 카우의 체온도 느껴져서 좋다. 다른 사람이 밥 줄 때는 안 먹더니 내가 줄 때 밥을 먹으니 선택받은 사람 같아서 순간 행복하다. 이게 교감이라는건가? 그런 카우가 예뻐서 계속 쓰다듬는다. 설거지를 했다는 착각이 들만큼 통조림 참치를 싹 비운 뒤 홀짝홀짝 물도 잘 먹는다.


 배가 부르니 내가 보였는지 이제 나만 졸졸 따라다니고 카우의 몸을 내 발에 여러 번 비비기 시작한다. 안아달라는 것 같아서 안아주니 얌전히 있는다. 사랑의 손길을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일 때문에 카우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는다. 살금살금 걷는 카우, 이제는 음지가 아닌 양지로 걸어 다니고 주차장 밖은 나가지 않는다. 심지어 햇살이 잘 드는 곳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그러고는 또 잔다. 배부르고 등 따시니 잠이 또 오나 보다. 완전 잠꾸러기다.


하지만 카우를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다. 이 자리는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라 날렵하지 못한 카우에게 굉장히 위험한 장소다. 그래서 잠든 카우를 안아 다시 박스 안으로 넣는다. 그런 뒤 탈출하지 못하도록 뚫린 천장을 다른 물건으로 막았다. 깜짝 놀란 카우가 벌떡 일어나 박스에 뚫린 손잡이 부분에 눈과 코를 갖다 대며 작은 소리를 낸다.


(나) "아니야, 괜찮아. 여기가 더 안전해. 조금만 기다려줘."


라고 말하며 안심시킨다. 카우가 못 알아들어도 어쩔 수 없다.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다.

모두 다 일에 집중할 때 나와 남편은 틈틈이 왔다 갔다 하며 손잡이를 통해 카우를 관찰한다. 처음에는 박스 안을 돌아다녔지만 할 게 없으니 이내 또 잔다.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직원분들은 퇴근하고 매장은 브레이크 타임 시작이다. 마침 카우도 일어났길래 매장으로 안으로 데려온다. 새로운 환경을 열심히 탐색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예상이 빗나간다. 곧장 출입문 쪽으로 가더니 나가고 싶어 하는 행동을 취한다. 유리문이라 밖은 보이는데 문이 열리지 않으니 행동을 멈추고 그 앞에 꼼짝 않고 앉는다.

 남편은 쉬러 집으로 가고 나도 쉬기는 해야 하는데 카우는 일광욕을 좋아하니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다.


햇볕이 잘 들면서 카우도 관리하고 나도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 온통 초록색으로 가득한 옥상으로 갔다.

옥상을 처음 봤을 카우는 여기는 또 어디인가 하는 걸음으로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고 앉아보고 누워도 본다. 잠시 눈을 붙이는가 싶더니 금세 일어나 다시 돌아다니기를 반복한다. 나는 방석에 앉아 그런 카우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갈 때 카우와 함께 매장으로 내려다. 이제 카우는 딸들의 몫이다. 아침에 자는 모습만 봤을 텐데 오후에 활발하게 걸어 다니는 카우를 보니 둘째, 셋째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고 한다.

 해가 지고 하교한 첫째집으로 온다. 사춘기로 예민하고 까칠한 첫째인데 카우에겐 세상 친절하다. 동물 말고 사람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건 어떻겠냐고 말하니 빙그레 미소만 짓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아기 한 명과 같다. 모든 식구가 아기에게만 집중하고, 걷고 눈 마주치고 잠만 자는대도 이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신기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고 잠시 헤어질 시간이다. 그런데 카우는 화장실에서 혼자 있기 싫은지 야옹은 아니지만 작은 소리를 내며 가지 말라는 눈빛을 발사한다. 미안해, 안돼,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박스 안을 여러 번 탈출하는 카우를 마지막으로 박스 안에 다시 넣고 재빨리 조명을 끈 뒤 문을 닫는다.


 '걸음은 느리고 달리기도 못하고 소리조차 제대로 낼 줄 모르니살도 찌고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만 임시보호한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자.'


정 떼는 게 무서워 차마 집에서 키우지 못해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이렇게라도 굳은 결심을 하며 고단한 잠자리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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