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바트로스 Jun 30. 2024

인공지능은 인간을 영원히 살게해줄까?

어항 속 뇌와 마인드업로딩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슈퍼인공지능(ASI)의 출현을 예언한 바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머지않아 인류를 지배하게 될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류 스스로의 뇌를 인공지능에 연결시키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론은 실제로 인간의 두뇌에 이식될 수 있는 인공지능 칩을 연구 개발 하는 뉴럴 링크(Neurallink)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Ray Kurzweil의 책 '특이점이 온다'


사실 저는 유명인사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SF 영화 같은 발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매우 큰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마치 어떠한 의도와 목적을 가진 존재들인 것처럼 비추어집니다. 그러나 강조했듯이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며, 언어모델과 같은 딥러닝 알고리즘은 어떠한 의도나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기대와 희망 그리고 걱정과 불안을 미지의 존재에 투영시키는 인간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오해들을 바로잡고자 인공지능 엔지니어로서 딥러닝과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인공지능은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우리 인류를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유토피아로 인도할 수도, 기술에 대한 격차와 갈등을 바탕으로 디스토피아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우리가 인공지능 기술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의 미래 - 디스토피아 혹은 유토피아(3)에서 소개해 드렸듯이 이러한 변화가 블랙박스화 된 인공지능 알고리즘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1. 인공지능을 둘러싼 엉뚱하고 도발적인 질문들


저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판타지적인 요소나 과장은 최대한 빼려고 노력했고, 곧 마주해야 할 있는 그대로의 현실만을 전달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래왔듯이 인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에 익숙합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화성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는 탐사선 그리고 블랙홀의 발견과 같은 과학적 진보는 분명 누군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출처 : Freepiks


다소 비현실적이라도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따라서 저를 인공지능 엔지니어의 길로 인도해 준 매우 엉뚱하고도 도발적인 질문들에 대해 다루며 이 책을 끝마치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과 의식 그리고 인간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어항 속 뇌와 마인드 업로딩


인공지능이 발전한 미래에 과연 죽지 않는 인류는 등장할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에는 인생의 허무감과 권태를 맛보고 스스로 '어항 속의 뇌'가 되기로 결정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육신은 세월이 흐르면 쇠약해질 뿐만 아니라 정신이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주인공 귀스타프는 육신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불필요한 신체를 모두 제거하고 뇌만 남겨놓고자 하는 기괴한 발상을 하기에 이르지요.


그의 후손들은 뇌가 담긴 어항의 온도를 조절하고 그에게 영양액을 공급해 줍니다. 육신을 버리고 '어항 속 뇌'로 살아가기를 결심한 구스타프의 이야기는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인공지능을 넘어 스스로가 인공지능이 되기로 선택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출처 : howtogeek


누군가는 이것을 작가의 특이한 상상력이나 단순한 SF영화의 소재로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컴퓨터 사이언스와 인지과학 그리고 뇌과학의 힘을 빌려 진행 중인 엄연한 인공지능의 연구분야 중 하나입니다. 병렬분산처리(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 PDP)와 기호가설체계(Symbol system) 가설은 우리 뇌 역시 그 작동방식이 매우 복잡한 컴퓨터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마인드업로딩(Mind Uploading)이란 인간의 뇌를 일종의 컴퓨터라고 가정하며 인간의 지적 활동, 기억, 개성 등을 디지털 형태로 복제하고 이를 컴퓨터나 다른 기계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기술로 인간의 뇌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기억과 감정 등을 모두 디지털화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기술이 매우 발달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인간 기억을 컴퓨터에 옮겨놓는 것은 가능해질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영원히 살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컴퓨터 속 가상공간에서 말이지요. 그러나 마인드 업로딩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려낸 어항 속 뇌와 끔찍이도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영생의 모습일까요?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기술 자체에 대해 논하려면 의식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영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 더 깊게 다루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러 철학과 종교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온 의식과 영혼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27화 인공지능의 미래 - 디스토피아 혹은 유토피아(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