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바트로스 Jul 07. 2024

인공지능과 의식 그리고 영혼에 대해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은 우리 두뇌 속 지능뿐만 아니라 기억, 감정, 개성 등 모든 형태의 '자아(自我)'를 디지털화하여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마인드 업로딩은 아직 구현되지 않은 SF에 가까운 이론이지만 인간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공식을 깨부수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전에 없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1. 마인드 업로딩 : 천국 혹은 지옥


그런데 마인드 업로딩에는 어딘가 꺼림칙 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선 누군가가 데이터화된 우리의 자아를 복제하고 입맛에 맞게 유포하고 사용하게 될지 모릅니다. 이처럼 한 번 디지털 세상에 업로드된 우리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 어떠한 법적 장치도 이 세상에 더 이상 육신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인간을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더욱 끔찍한 사실은 우리 스스로가 경험하게 될 디지털 세상이 천국일지 혹은 지옥일지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출처 : wikimedia


인공지능은 인간을 영원히 살게 해 줄까? 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 등장하는 '어항 속 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육신을 모두 제거하고 어항 속 뇌로 살아가기로 결정한 귀스타프의 후손들은 뇌가 담긴 어항의 온도를 조절하고 그에게 영양액을 공급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손자와 아이들이 뇌에 케첩과 식초, 생크림 등을 뿌려가며 꿈틀대는 뇌의 반응을 흥미롭게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귀스타프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뇌를 디지털화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어항 속 뇌'가 되기로 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출처 times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특이점을 맞이한 인간이 완전한 영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만에 하나 그의 말처럼 2045년 특이점이 도래하고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을지 혹은 그대로 소멸해 버릴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스스로 디지털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엄밀히 모든 가능성을 따져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의식과 영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 의식과 영혼을 둘러싼 서로 다른 견해들


사람의 의식과 영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종교와 철학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져 온 주제입니다. 특히 의식은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여전히 신비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기독교, 이슬람, 불교, 힌두교 등 여러 문화권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갑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칭하는 사람들 마저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믿음에 근거한 사후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인도에서 발생한 힌두교에서는 의식을 그 어떤 우주의 근원적인 존재 자체와 동일시했습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영혼, 자아, 인격을 뜻하는 아트만(Atman)에 대해 힌두교의 경전 우파니샤드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그 아트만(Atman)은

누구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누구에 의해 죽게 되는 것도 아니며

그 자신 이외의 다른 어떤 근원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며

어떤 다른 것을 낳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아트만은 태어난 적도 없으며

육신이 죽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카타 우파니샤드>



출처 : sitamma-foundation.


이처럼 힌두교에서는 보는 자, 체험하는 자, 경험하는 자, 인식의 주체, 우리 안에서 오감을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존재가 우리의 안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불교에서 주장하는 무아(無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에서는 육신과 우리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칩니다. 이처럼 자아가 육신에 깃든다고 믿는 사상은 불교와 힌두교에서 주장하는 윤회사상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출처 : tabletmag


다음은 개신교와 가톨릭 그리고 이슬람을 아우르는 아브라함 계열 종교의 사후세계관입니다. 인간의 영혼이 불멸하며, 죽음 이후에 심판을 받아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는 믿음은 아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사후세계관일 것입니다. 신약 성경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어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살게 되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의식이란 결국 뇌의 작용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신경과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제프 호킨스는 "의식을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믿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개념 역시 우리의 뇌가 일종의 컴퓨터라는 가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패턴 인식과 예측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며, 이 가설에 따르면 의식은 뇌의 신경 활동의 결과물일 뿐이며 따라서 뇌를 컴퓨터에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다면 의식 있는 일반 인공지능(AGI)을 설계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견해입니다.



3. 다양한 가능성


마인드 업로딩을 통한 영생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윤리적, 철학적, 과학적 문제 모두를 아우르는 본질적인 통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의식과 영혼에 대한 질문과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이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영생을 얻을지 아니면 소멸을 선택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인간의 의식과 영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는 디지털화된 자아의 권리와 자유, 그리고 그 경험의 질에 대한 논의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특이점과 마인드 업로딩에 대한 논의들은 단순한 기술적 가능성에 머무를 뿐, 실제로 인간의 영생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우주 그 자체일 수도 있고, 신의 자식일 수도 있으며 단순한 생물학적 컴퓨터일 수도 있습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에 우리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다양한 가능성과 선택지 속에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인공지능화 하여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단순한 기술적 논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느냐라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전 28화 인공지능은 인간을 영원히 살게해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