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발트해 페르누 여행기
코로나 시대 락다운(Lockdown)이 되어버린 탈린 올드타운의 생활은 어느덧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중세풍 거리 구석구석이 제법 익숙해지고 이 곳 생활이 조금은 지루해질 무렵이다. 웹서핑을 하다가 길게 이어진 해변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있는 아이들 놀이터 사진을 한 장 보게 되었다. 어딘가 포근하고 아담하면서도 쓸쓸함이 느껴지는 고즈넉한 발트해의 풍경. 에스토니아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페르누(Pärnu)였다.
페르누의 해변에 가면 사진에서 보았던 놀이터를 꼭 찾아내겠다고 다짐하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남쪽을 향해 약 2시간을 달리면 탈린에 비하면 조금은 소박하고 아담한 도시 페르누가 모습을 드러낸다. 명색이 이 나라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라는 페르누의 겨울은 너무나도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거리에 사람 한 명 없는 것이 마치 유령도시 같다.
햇볕 쨍쨍한 발리 해변의 활기와 생동감이나 낭만적인 선셋은 없지만 겨울의 발트해에는 분명 그 것만의 매력이 있다. 바로 황량함 속에 감추어진 차분함과 정적인 고요함이다. 겨울의 발트해만큼 지나온 인생을 정리하고 사색을 즐기기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다. 에스토니아의 휴양지 페르누 해변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또다시 다가올 2021년 여름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닷가를 정처 없이 헤매다가 드디어 사진에서 본 놀이터를 찾아냈다. 칼바람 부는 겨울의 놀이터를 찾은 어린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터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의 명대사처럼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린 시절에는 맞벌이하던 부모님을 아파트 주차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렸고 지금은 코로나가 빼앗아가 버린 사람들의 온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의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기를 기원하며 코끼리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겨울바다의 칼바람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북유럽 감성이 넘쳐나는 어느 카페에서 몸을 녹이며 짧은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다시 수도 탈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발트해를 쓸쓸히 지키고 있을 코끼리가 하루빨리 아이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그렇게 페르누에 작별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