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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밀라 Apr 16. 2021

엄마 사람들이 (길에) 쓰레기를버렸나 봐!

흐드러지게 핀 벚꽃잎이 바람을 타고 떨어진 날

벚꽃이 만개하고 부는 봄바람에 꽃비가 내리던 2021년 4월 어느 봄날 아침.


햇볕은 따사롭지만, 차가운 봄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너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난 마스크를 너의 코끝까지 꼼꼼하게 올려준 뒤 집을 나섰다.


나는 회사로, 너는 어린이 집으로.

그렇게 너의 손을 잡고 매일 걷던 그 길을 걸어가는 중이었지.


"엄마, 여기 보세요."

"응?"


귀여운 새가 지저귀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거는 너의 이야기에 너를 내려다보니 너는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어.


"엄마, 사람들이가 쓰레기를 버렸나 봐요!!"


너무 귀엽지 않은가. 사람들이가라는 아이.

아직 32개월인 너는 조사를 모르지, 하지만 네가 나에게 말로 의사표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참 경이로울 뿐이야.


네가 쓰레기라고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바람에 날려 떨어진 벚꽃잎들.

꽃비가 되어 푸른 하늘을 날다 땅에 내려앉은 그 흔적들을 나의 아이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린 것 같다고 나에게 말했지.


너는 늘 깨끗하던 길에 다른 무언가가 얹어져 있어서 쓰레기라고 생각했나 보다.


"응, 대박아. 이건 벚꽃잎이야. 저기 벚꽃나무에서 핀 벚꽃이 바람이 불어서 땅에 떨어진 거야."

이렇게 설명을 해주니 너는 나를 보며 생긋 웃었어, 그리곤 말했지.

"아, 벚꽃잎이가 떨어진 거구나!"





어린이집을 걸어가는 도중 너는 같은 말을 반복했어. 마치 귓가에 듣기 좋은 멜로디 퍼지는 그런 목소리로.

"엄마, 사람들이가 쓰레기를 버렸나 봐요!!"

네가 나에게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난 반복해서 벚꽃잎이 떨어진 것이라고 알려주었어.

그럼 넌 나에게 "아, 벚꽃잎이가 하늘에서 떨어진 거야!" 하고 답해주었지.

마치 한 편의 짧은 코미디처럼 말이야.


그렇게 도착한 어린이집에서 넌 담임선생님께 말했어.

"선생님! 벚꽃잎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어요."

"어, 그래? 벚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어? 어디에?"라며 선생님은 네게 말했지.

난 그런 너를 보면서 내가 해주는 이야기를 너는 안 듣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다 듣고 있었구나, 그 이야기들을 다 기억해 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


그렇게 너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나오는 길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어.

'너는 왜 땅에 떨어진 꽃잎들을 보며 사람들이 버렸다고 생각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순간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게 아니겠어?

며칠 전 온 가족이 함께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잘게 찢어진 채 버려져 있던 전단지.

그때도 넌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


"엄마! 사람들이가 쓰레기를 버렸어요!"

"어, 그러네. 사람들이 쓰레기를 길에 버리고 갔네."

"엄마, 이건 나쁜 사람이에요. 쓰레기를 땅에 버리면 안 돼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너는 언제 이런 것 배웠을까 대견해하고 지나친 그 순간이 찰나처럼 지나갔어.


아, 너는 길에 무언가 버려져 있다면, 깨끗하지 않은 상태라면 누군가 쓰레기를 버렸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래서 길가에 떨어진 벚꽃잎도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라고 생각을 한 것이구나.

그렇게 난 혼자서 너의 마음을 상상해본다.


예쁜 벚꽃 덕에 너와 나의 예쁜 추억이 생겨서 좋다.

또 이렇게 나는 매일매일 한 뼘씩 성장해 가는 너를 느끼고 감사하고, 

이 순간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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