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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Jun 01. 2020

혼자서도 잘해야 할 텐데

코로나 시대의 홈트레이닝  

한동안 뛰지 못했다. 집에서 혼자 가구를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며칠 아프다 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갔다. 병원에서 당분간 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조깅은 괜찮나요?라고 묻는 내게 선생님은 인내심을 담아 친절하게 당분간은 그냥 걷는 게 좋겠다고 했다. 매운 거 먹지 말라고 하면 떡볶이는 먹어도 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더니... 그게 바로 나였다. 달리기는 멈추고, 산책을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서 혼자 유튜브로 '허리 통증을 없애 주는 요가'를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 말을 잘 들읍시다


자기 전에 요가 매트를 깔고, 유튜브 요가 선생님의 지도 아래 요가를 하고 있으면 온 몸에서 다양한 소리가 났다. 우두둑, 두두둑. 사람 몸에서 이런 소리가 나도 괜찮은 건가? 남들은 이런 소리가 안 나는지 궁금했다. 요가로 만병을 치료할 것처럼 허리 통증에 좋다는 요가, 등 통증에 좋다는 요가, 목 통증에 좋다는 요가를 하나씩 다 해봤다. 유튜브에서 '아픈 부위 + 요가'로 검색하면 모든 통증에는 치료할 수 있는 운동이 있었다. 요가 덕분인지 시간이 흘러서인지 다친 허리는 어느덧 나았다. 덕분에 집에서 혼자 하는 '홈트'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요가나 폼롤러 말고도 다양한 운동을 유튜브로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다. 그중에는 나의 평생소원이었던 '굽은 등을 피게 하고, 말린 어깨가 펴지고, 거북목이 치유된다고' 하는 기적의 운동이 있었다. 아령을 들고 하는 팔 운동이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어느새 부모님 집에서 1.5kg 아령 두 개를 가져왔다. 매일 저녁 요가를 하기 전에 아령 운동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근력 운동이나 마찬가지여서 10분짜리 영상을 제대로 따라 하기가 벅찼다. 선생님이 팔을 10번 올리면 중간에 요령껏 쉬면서 7번만 했다. (온라인 강의의 폐해...) 이것도 매일 하다 보니 어느새 제법 선생님을 따라 할 수 있었다. 매일 거울을 볼 때마다 어깨가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펴진 것 같기도 했다. 이때 느낀 성취감을 소중히 간직하고 멈췄어야 했는데... 나에게 모든 운동을 유튜브로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체력의 기초가 없고 온 몸에서 소리가 나는 내게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 


나의 요가 선생님, '요가 소년' 채널의 다운독 설명


어느 일요일, 주말엔 시간이 많으니까 긴 호흡의 요가를 유튜브로 배워보기로 했다. 요가학원에 다닐 때 빈야사 요가가 힘들긴 했지만, 가장 집중이 잘 됐던 기억이 있었다. 빈야사 요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위로하고 양손과 발을 땅에 붙이고 기지개를 켜는 듯한 다운독 자세가 자주 반복된다. (그리고 나는 다운독 자세를 못한다...) 통증 완화 요가는 그저 스트레칭이었을 뿐인데, 요가도 영상으로 배우면 된다는 파이팅 넘치는 자세로 나는 엎드렸다 일어났다 엎드렸다 일어났다 자세를 반복했다.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니 온 힘이 어깨와 팔목에 실렸다. 그리고 다음 날 월요일 아침, 몸살이 난 것처럼 어깨와 등 근육이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때부터 신음 소리가 났다. 요가 학원을 다닐 때는 선생님이 "되는 데까지만 하세요.", "안 되시면 가만히 호흡하세요."라고 할 때마다 말을 잘 듣고 정말 가만히 있었어서 한 번도 아프지 않은 거였다. 무리하지 않는 게 요가의 기본인데, 수준에 안 맞는 코스를 어설프게 따라 하다가 결국 병이 났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다시 통증 완화 요가로 돌아갔는데... 통증 완화 요가도 어깨 통증을 줄여주진 못했다. 결국 며칠이 지나서야 하품만 해도 아프던 등과 어깨가 제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다시 '통증 완화 요가'로 돌아가서, 매일 아령 운동과 요가를 반복하고 있다. 어딘가로 가지 않아도, 집에서 혼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핑계로 2주 전 애플 워치를 사고 말았는데... 애플 워치가 조종하는 나의 운동기는 좀 더 사용해보고 기록하기로 한다. 그럼, 모두 집에서 무사히 운동하는 하루가 되시길. 나마스떼.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다시 문을 열어서 마스크를 쓰고 하루 수업에 다녀왔는데, 도저히 마스크를 쓰고 필라테스를 할 수가 없었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이 마스크를 적시고, 숨 쉬기도 어렵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 오면(제발...) 다시 다니려고 회원권을 우선 홀딩시켜 놨다.



추천 운동 영상  

목 · 어깨 통증 완화를 위한 요가  https://www.youtube.com/watch?v=EGGe07oYRkU

10 Minute Arm Toner  https://www.youtube.com/watch?v=CaQO5Fd4P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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