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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파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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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정현정 Mar 09. 2023

마파두부의 기준, <명점>

사장님, 돌아오세요

명점에 대해 뭐라 말하면 좋을까. 명점에 대해서는 글을 쓴다기보다 명점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씩 부탁하여, 녹취록을 남겨두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명점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했었'던 사천요리 전문점이다.

아직 구글에서는 명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다른 글에서 밝힌 적이 있지만, 나는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여러 동네를 옮겨 다니다가 최근에는 노원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태어나서 노원구에 살아본 적도, 놀러 와 본 적도 없지만, 자본주의와 부동산의 원리에 순응하고 어떤 우연이 겹쳐, 아무튼... 그렇게 됐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노원구는 살기 좋은 곳이다. 살고 있는 동네도 꽤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곳은 이곳을 벗어나지 않을 때, 더 좋은 곳이다. 꽤 오랜 시간 경기도민이었던 나는 그 점이 낯설지는 않다. 다만, 이곳은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점... 분명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서울 어느 곳을 가도 1시간이 걸리는 거리 감각은 매번 기묘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이 동네에 이사 와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을 검색했을 때, 나는 또 놀라움을 맛보게 된다. 가장 가까운 영화관이... 왜 구리시에...? 이곳은 그러니까, 서울보다는 멀고, 경기도보다는 가까운, 어떤 경계의 지역이다.

다행히 출퇴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다만, '서울로' 놀러 나갈 때가 문제였다. 어디서 만나든, 이미 몸에 밴 경기도민의 자세로 1시간 먼저 출발했다. "원래 집이 먼 사람이 제일 먼저 오잖아"의 '제일 먼저' 오는 사람이 나였다. 가끔 친구들을 이 동네로 초대하고 싶기도 했지만, 글쎄...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않고서야 노원구에 자발적으로 놀러 오는 사람은... 없다. 몇 년 전부터 1년에 단 한번, 힙스터들의 잔치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노원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기 시작하면서... 아주 드물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들 1년에 단 하루, 지구 끝에라도 가는 것처럼 엄살을 떨며 노원구에 모인다. 그날이 아니고서야 친구들을 이곳에 불러 모을 구실은 단 한 번의 집들이 이후에는 없었다. 하지만, '명점'이 우리 집 근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명점'은 용인에 사는 친구도, 구로에 사는 친구도 기꺼이 구리로 향하게 했다. 사천식 요리, 특히 '사천식 마파두부'를 한번 맛본 친구라면 단 한 번만 명점에 방문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혼자서도, 둘이서도, 친구들 여럿이서도, 가장 사천식 그대로인 '마파두부'를 맛보기 위해 구리로 떠났다. 친구들의 차 없이 나 혼자 갈 때면 거의 한 시간에 한대쯤 있는 버스를 타야 하지만, 일단 그 버스만 탄다면 명점이 있는 구리에 아주 쉽게 (서울보다 훨씬 쉽게) 닿을 수 있었다. 명점은 서울과 경기도를 가로지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고, 그게 마침 나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친구들과 명점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 집에 와서 디저트를 먹기도 하고, 아예 명점에서 음식을 포장해 와서 우리 집에서 파티를 하기도 했다. 언제든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명점에 갈 수 있었다.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명점이 우리 곁에 있을 때 말이다.

명점의 마파두부

매번 마파두부를 시키면서 두 눈을 반짝이는 내게 "마파두부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하셨던 (당연하죠!) 사장님은 아쉽게도 요리사인 남편분과 함께 가게 문을 닫고 중국으로 떠나셨다. 그게 벌써 2021년 6월의 일이니까... 이제 거의 2년이 다 되어 간다. 명점의 마파두부와 사천요리는 앞으로 소개할 그 어떤 식당에 갈 때마다, 떠오르곤 하는 기준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마라맛 가득하면서도 구수한, 끝없이 공기밥을 비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마파두부, 자극적이지만 아주 맛있게 매웠던 마라량멘, 어디서나 맛있지만 역시 맛있었던 군만두, 장조림처럼 부드러워 역시 공기밥을 부르던 돼지고기 요리 메차이코로우... 이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명점은 이제 없다. 사장님은 헤어지는 마지막 영업일날, 아쉬워하는 나에게 중국 차를 선물해 주셨다. 내가 시큰둥해 보였는지, 사장님은 "이거 비싼 거예요!"라고 강조하셨는데... 나는 선물로 받은 차에 시큰둥했던 게 아니라, 가장 큰 선물은 사장님이 여기서 명점을 계속하시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장님이 주셨던 차는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 명점과 사장님과 명점의 마파두부를 생각하며 마셨다. 사장님, 잘 지내세요? 이제 그만 돌아오세요.

명점

(이전 주소)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경춘로242번길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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