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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파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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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Mar 24. 2023

여기라면 추천할 수 있지, <플레이버타운>

“쓰다 보면 다 명점만 못 하다, 그렇게까지 갈 건 아니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어. 내가 마파두부에 대해 정말 쓸 수 있을까?” 함께 매주 목요일마다 글을 쓰기로 한 ‘목요일글쓰기’ 멤버들에게 푸념을 늘어놓은 게 바로 이번주의 일이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이 매거진을 중단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마자, 몇 명 읽지도 않은 이 <마파두부> 매거진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사람이 두 명이나(!) 나타났다. 어쩌지… 이미 문 닫은 가게, 그 가게보다 못하다는 가게, 그리고 중국 청두에 있는 가게만 소개하고 있는데… 뭐든 당장 먹으러 갈 수 있는 마파두부 가게를 소개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플레이버타운을 떠올리고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여기라면, 당연히 추천할 수 있다. 플레이버타운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21년 11월 마파두부를 먹기 위해 격주로 방문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물론 2022년에도 다녀왔다.



플레이버 타운은 ‘맛동산’으로도 불리는데 이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다. 이 가게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캐치테이블 앱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게 좋다. 예약은 나의 ‘사천 마파두부 사랑단’ 멤버인 S(나와 청두에 함께 갔던 친구다.)가 해주었다. 나는 중국 여행을 세 번 다녀왔다. 첫 번째 중국 여행은 윈난성이었고, 두 번째는 상하이, 세 번째가 마파두부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청두였다. 윈난성은 친구 K와, 상하이는 K와 S, 청두는 S와 갔다. 플레이버 타운은? 이 모든 멤버의 합집합, 셋이서 다녀왔다. 우린 모두 중국 음식, 특히 사천 음식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친구 K는 항암 치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쉽게 입맛을 잃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아주 적은 양의 식사만 하던 때였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좀 더 수월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K와 우리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이었다. 그해 겨울, 기대를 안고 간 플레이버타운에서 우리는 마파두부와 여러 요리를 주문했다. 마파두부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청양고추가 슬라이스 되어 함께 나온다. 나는 요즘 쓰는 말로 '맵찔이'인데 사천요리에 쓰이는 마라에는 강하다. 떡볶이는 한입 먹고도 매워서 쩔쩔 매지만, 마파두부나 훠궈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나는 대충 청양고추를 피해서 마파두부를 흰쌀밥에 올려 한 입 먹었다. 바로 이거다…! 이 팬시한 식당에서 사천 마파두부를 찾을 줄이야. 그 외에도 다른 메뉴들도 다 특색이 있고, 맛있었지만… 마파두부를 찾은 기쁨이 가장 컸다.



친구 K도 매운걸 잘 못 먹던 때였는데, 마파두부는 맛있다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힘들지 않게 식사를 마친 것만으로도 기뻤다. 우리 셋은 한번 더 플레이버타운에 방문했다. 혹시 마파두부 말고 우리가 놓친 메뉴는 없는지, 샅샅이 살펴 주문했다. 그리고 청양고추는 위에 뿌리지 말고 따로 그릇에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친절하게 청양고추를 덜어낸 마파두부를 가져다주셨다. 마파두부는 무조건 흰쌀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마파두부 말고 꼭 시켜야 하는 메뉴가 있다면, 의외로 디저트다. 아래 사진의 바질 디저트를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얼 먹었건, 그 기억을 다 사라지게 만들어 줄 정도로 ‘싸악’ 내려준다. 입안과 위장을 정리시키는 맛이다. 아, 플레이버타운의 치명적인 단점도 공개한다. 중국 요리와 함께 즐기기엔 주류 가격이 꽤 높다는 것이다. 600ml 맥주가 만원이라는 걸 알게 되면 절로 음주량이 줄어든다. 음주는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니, 자제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플레이버타운도 방문하지 않은지 거의 1년이 넘었다. 이 글을 쓰면서 S에게 다시 한번 가자고 카톡을 보냈다. 다음 달 예약을 완료했고, 따뜻한 4월에 플레이버타운의 마파두부를 다시 맛볼 것이다.



플레이버타운

- 마파두부 13,000원

서울 성동구 서울숲4길 18-7


+

우리의 멤버, 함께 했던 K와는 이제 같이 갈 수 없다. K의 이름은 지숙이고, 지숙에 대한 글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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