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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Jul 12. 2024

트로츠키 사상의 올바른 해석

트로츠키 사상의 올바른 해석, <트로츠키 사후의 트로츠키주의>

 

오늘날 철학과 문학의 세부 항목 중 ‘해석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이 학문은 말그대로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법을 다루는 학문으로, 서양에서는 종교 경전을 두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마르크스주의자에게도 해석은 중요하다. 교조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해석해 사회주의 운동이 파멸로 간 경험이 너무나 흔했다. 카우츠키로 대표되는 중간주의자, 플레하노프의 단계론, 스탈린주의가 그 뼈아픈 예시이다. 그래서 마르크스 사상의 해석은 모든 사회를 변혁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올바른 해석을 해야 올바른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마르크스 사후 마르크스의 사상을 올바르게 해석한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있다.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인 프롤레탈리아 독재,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국제주의를 계승한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그리고 트로츠키가 있다. 트로츠키는 그의 평전을 썼던 역사가 아이작 도이처의 말대로 마르크스 이후 최고의 마르크스주의자이고, 그의 주요 사상은 스탈린주의의 국가자본주의에 맞선 인류 해방의 메시아적 사유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트로츠키가 당내 권력투쟁에 밀려 해외를 도피했고, 그의 지지자 역시 세가 매우 약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트로츠키 사후 트로츠키주의자들이 트로츠키 사상을 마치 텍스트를 불변의 경전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마치 스콜라 철학처럼, 다수의 트로크치주의자들은 트로츠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스탈린 체제는 반드시 붕괴될 것이다.’ , ‘자본주의가 종말의 위기를 겪고 있다.’, ‘연속혁명론을 바탕으로 저발전 후진국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과제들은 노동 계급 권력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를 마치 예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현실에 맞춰 이론을 수정하지 않고, 이론에 맞춰 현실을 곡해해 바라보았다. 이러한 인식은 운동을 후진시켰고 진정한 사회주의 혁명을 가로 막는다. 그래서 트로츠키 사상을 현실에 맞춰 올바르게 수정하는 소수의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이런 종교적인 해석에 반대했고, 국제주의사회주의 경향을 출범시키며 기존의 교조적 트로츠키주의자들인 제4인터내셔널과 결별했다. 그래서 책의 저자인 토니 클리프는 사후 해석과 설명을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사건들에 대응하는 세 가지 이론인 국가자본주의, 상시 군비 경제 이론, 빗나간 연속 혁명을 주장한다.

 

국가자본주의, 토니 클리프와 국제사회주의 경향의 백미

일단 트로츠키는 소련을 국가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변질된 노동자 국가로 봤다. 그 근거는 대규모 사적 소유가 없고 대부분 국가 소유라는 점에서였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의 기본은 자본주의를 단지 생산 수단이 사적으로 소유된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자본주의는 생산관계의 총체라는 점이다. 또한 트로츠키가 스탈린 정권의 지배자들이 새로운 지배자들이 아닌 관료라고 보았으나, 클리프는 마르크스의 저작에 비추어, 관료가 소비 수단의 분배만을 관리한 것을 넘어 사람들의 생산 과정에서 분배하는 것도 관리한 하나의 관료로 보았다. 이런 토니 클리프의 수정은 소련과 여타 동구권을 더 이상 사회주의 국가로 인식하지 않으며, ‘인신론적 전환’을 이뤄낼 수 있었다.

 

상시 군비 경제 이론, 미래를 예측한 통찰적 이론

국제사회주의경향의 제국주의 이론에 중대한 한 축은 상시 군비 경제 이론이다. 상시 군비 경제 이론은 트로츠킥의 불균등 결합 발전의 연장선에 있다. 클리프는 나라마다 불균등한 군비 부담 때문에 불안정성과 모순이 심화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입증되었다. 군비 부담이 다른 미국과 일본·서독 사이의 경제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다가 1970년대 초에 결국 세계적 불황이 찾아온 것에서 입증됐다.

 

과학이 아닌 전술, 연속혁명

트로츠키의 연속혁명은 조금 거칠게 말하면 이론이 아니라 전술이다. 제3세계 혁명은 연속혁명의 요소들을 포함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연속혁명에서 빗나간 형태의 사회변혁” 즉, “국가자본주의로 빗나간 연속혁명”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클리프라는 거인은 트로츠키 사상의 정수를 보전하고자 세 가지 교정을 통해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눈을 뜬 클리프의 탁 트인 시야가 돋보이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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