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지만 불편한 실패의 경험
"또 안되었어? 잘 된 기억이 언제더라?"
사업을 하면서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언제나 꽃길을 걷기를 바라지만 사업에서도 굴곡은 항상 있기에 피할 수 없는 게 실패의 경험이다.
항상 좋은 결과나 성과를 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맘처럼 되지 않지만 항상 그렇게 되기를 끊임없이 기원한다. 의도치 않게 좋은 결과가 날 수도 있고 예상 못한 나쁜 결과지를 받기도 한다. 좋은 결과의 기쁨보다는 나쁜 결과에 대한 아쉬움, 짜증, 화남, 좌절 등이 더 오랫동안 몸과 마음에 생채기가 난다. 그래서 기쁨을 누리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회사에서 대표가 추진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가장 우선시 되고 중요하게 진행이 된다. 대표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몇몇 직원들과 함께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지만 회사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물러설 수 없는 일인 경우도 있다.
몇 가지 프로젝트 중에서 하나가 실패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최종 결정이 나면서 겨우 결과를 받아들인다. 이럴 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시켜 나가야 하지만 그런 결심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실패의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특정한 시간 동안은 오로지 그 복잡하고 난해한 기분을 감내해야만 한다.
프로젝트의 중요도에 따라 다르지만 나에게는 보통 일주일 정도의 회복시간이 필요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감정의 기복은 정말 다양하게 밀려온다. 평가자와 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 환경 등 별별 것들에 대한 원망을 하게 된다. 심지어 흐린 날씨도 탓하게 된다. 첫 번째 감정인 이 원망의 시간이 가장 오래간다. 다른 일에 집중하기에 힘든 시간이기도 하다. 원망의 시간이 끝나면 실패에 대한 원인을 생각하고 스스로 미흡한 점을 하나하나 따져보게 된다. 수정과 보완이 가능했던 원인도 있고,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원인도 있다. 아쉬움의 시간이다. 이 원망과 아쉬움의 시간이 길어지면 치명적이다.
요즘 이런 원망과 아쉬움의 시간에 들어와 있다. 며칠 전에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었다. 잠을 자고 또 일어나고 자고를 반복했다. 영화를 보고, 잠을 자고, 앉아 있어도, 반신욕을 해도 오로지 이 원망과 아쉬운 생각에서 쉽게 빠져나오기는 힘들다. 결국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원망과 아쉬움의 감정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가볍게 밀려오는 두려움이다. 선택받지 못한 실망과 내가 받지 못한 선택을 받은 누군가에게 밀렸다는 상실감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분명 대상은 있지만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두려움. 연예인이나 좋아하는 어떤 것에 대한 구체적 덕질이 아니라 마치 소설 속 주인공(형체를 알 수 없다)에 대한 추상적 덕질을 해야 하는 그런 마음은 쉽게 극복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이틀 동안 이렇게 오래간만에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좋은 결과를 받아들이면 몸은 더 바빠져 피곤해지지만 나쁜 결과를 받아들일 때는 몸은 잠시라도 쉬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원망과 아쉬움의 시간이 지나면 실패에 대한 복잡 난해한 기분은 어느 정도 이성적인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원인에 대한 분석을 하고, 다시 도전할 시점을 찾고 계획을 짠다. 멈출 수 없기에 오기로 뭉쳐진 각오를 다져야 하며 다른 대안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일들은 다시 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한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나에게는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이다. 함께 고생한 팀원들에게 결과를 알리는 것이다.
대표와 함께 준비한 팀원들에게 실패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것은 참 불편하고 어렵다. 나조차도 아직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늦지 않게 실패 소식을 알려야 한다. 결과는 객관적인 실패의 원인과 함께 전달해야 한다. 주관적인 생각과 의견을 넣지 않고 전달받은 객관적인 결과만 전달해야 한다. 이게 참 어렵다. 함께 고생한 팀원들이 나처럼 상실감과 두려움을 느낄까 봐 걱정이 된다. 그래도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대표는 언제나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지만 이게 뜻대로 안 될 때 참 어렵다.
실패는 경험하지 않는 게 좋다. 실패를 해 보면서 성장을 한다는 일반적인 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실패는 경험하지 않는 게 좋고 작지만 성공 케이스를 많이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게 가장 좋다. 실패를 피할 수는 없다 극복하기 위해서 놓이는 수많은 장애물 중에 하나다. 그렇다고 즐길 수도 없다. 나는 실패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을 싫어한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실패를 대하는 마음과 행동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원망과 아쉬운 감정은 내버려 두고 두려움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다시 다른 일에 몰두하여 빠른 시간에 작더라도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함께 한 팀원들에게 공유하여 서로가 경험을 더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게 리더가 실패에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실패의 경험은 언제나 참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