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길을 묻고 싶을 때
The first step to getting the things you want out of life is this decide what you want.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 Ben Stein
CEO가 되기 전에는 작은 중소기업의 직원이었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직장 생활을 했으니 10년 조금 안되게 직장 생활을 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나는 CEO가 되기 전 경영학을 배운 적도 없고, MBA를 다녀 본 적도 없으며, CEO 교육과정을 배운 적도 없는 조직을 이끌고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한마디로 CEO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이름만 CEO였다.
이름만 CEO인 초자 기업가이지만 조직 내에서는 모든 걸 책임져야 할 CEO는 대기업의 CEO와 다를바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작은 회사의 초보 CEO라고 해서 기다림의 배려는 당연히 없고 오히려 먹잇감으로 전략될 가능성이 높다. 직원들의 급여와 회사 운영을 위한 비용을 쓰고 이익을 남기며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일은 CEO 일의 시작과 함께 거침없이 몰려온다. 어렵고 외로운 시간들의 연속이었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부터 잘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은 부딪히고 수정하면서 나아가면 못할 일이 없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정말 어렵고 힘들고 고된 직업이다.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는 여전히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많은 CEO분들이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부분이 사람이라는 말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에 따라서 회사가 흥하기도 망하기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 어렵다.
사업 초창기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직원들 때문이었고, 많지 않은 그 직원들 때문에 사업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나의 문제였지만 말이다. 직원이 다섯 일 때도 몇십 명일 때도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다. 조직관리, 인사관리, 인간관계, 리더십 등 조직 구성원과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생각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다.
창업 초기에는 직원들에게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자유와 권한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 최대한의 개인 자유를 보장해 준 적이 있다. 스스로가 결과에 대해서 판단하고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지적을 하거나, 생산성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기다리고 심지어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책임도 묻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가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원인을 찾고 성장해 나가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루 몇 번씩이나 따라다니며 잘못된 부분을 지적을 하고 일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답답함을 속으로 달래며 직원에게는 전혀 물어보지 않았는데, 그런 기다림을 아는 나의 리더십이 상당히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였다.
어느 날 기술팀의 중간 관리자가 할 얘기가 있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대표님! 그만두겠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다. 항상 웃으며 회사 생활도 잘하고 있고(정말 잘하고 있는 친구였다) 이런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고, 일이 힘들진 않을까 우려되어 한 번도 무리한 업무를 요청한 적도 없었으며, 조금만 지나면 팀장이 될 정도로 똑똑하고 유능한 직원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도 침착하게 이유를 물었다. “네? 이유가 뭔가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서로 해결해 보면 퇴사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 있지도 않을까요?” 잡을 수 있을 거야 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직원의 대답을 듣고 바로 포기했다. “저는 더 이상 회사에서 성장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거나 업무를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일이 많아 바쁘고 힘든 건 괜찮지만 뭘 할지 모르는 것은 참지 못하겠어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가겠습니다.” 절망적이었다. 난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하라고 종용하지도 않고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직원의 시간을 쪼개서 일하라고 강요도 하지 않았는데, 오로지 스스로가 할 일을 찾아서 하고, 공부하여 성장하길 바랐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퇴사를 한다고 하니, 내가 생각하는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조직의 운영은 완전히 실패를 한 것이다.
작은 회사의 작은 CEO가 생각하는 회사 운영 방식과 믿음이 실패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완전히 다르게 회사 운영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 않던 회의도 하고 일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지시하기 시작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하면 더 편하다. 궁금한 것도 해결이 되고, 일의 진척도와 문제점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바로바로 지시를 내리면 적어도 큰 사고가 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직원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거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을 하면서 결과를 지켜보고 다시 그 결과를 돌아보면서 성장하는데, 그런 기회를 CEO가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가 나를 가끔 괴롭혔지만 결과적으로 CEO의 권위도 서고 편하였다. 특별한 문제없이 평온한 주말이었다.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창업 초창기부터 함께한 엔지니어가 연락이 왔다. 불안했다. CEO들은 규칙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면 항상 불안하다. 적어도 주말에 직원에게서 오는 전화는 나를 상당히 불안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거의 대부분 좋지 않은 일들이었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주말에 전화해서 죄송합니다. “ 정말 싫어하는, 소름 돋게 싫은 직원들의 한마디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괜찮습니다. 뭔가요?” 애써 침착하게 전화를 받지만 뻔한 얘기다. 퇴사를 하거나 그만두거나 일을 못하게 된다는.. “회사를 그만둬야 할 거 같습니다. “ 회사를 그만두는 일을 이렇게 전화로 할 정도로 급하고 간단한 일인 건가? 내가 정말 사람을 잘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공식적인 답변인 이유를 침착하게 물어야 한다. “이유가 뭔가요? 월요일 출근해서 논의해도 될 텐데…” “네. 미리 얘기하고 싶어서 전화부터 드렸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월요일에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정말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얘기를 할 것을 주말에 전화를 해서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있을까? 이건 정말 너무 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벌써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려고 결정을 했으며, 조금이라도 하루빨리 자신의 이직 의지를 명확히 하려고 주말에 CEO에게 전화를 한 거였다. 월요일 이유를 물어보니 CEO의 결정과 지시에 업무가 전적으로 진행이 되다 보니 성장의 한계를 느껴 자신의 의지와 결정권이 더 보장이 되는 다른 회사로 옮기기로 결정을 했고 토요일에 옮기는 회사의 대표와 최종 면접으로 결정을 하고 나에게 전화를 한 거라고 한다. 참 어렵다.
나는 직원들과 잘 어울리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CEO가 되고 싶은데, CEO의 자질이 없구나 하고 큰 좌절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지금까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것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것을 전반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당시에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지만 여전히 잘 되지 않았던 거 같다. 조직을 잘 이끌고 직원들도 잘 이해를 해서 회사 직원들도 대체적으로 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같은 업계 선배 CEO를 만나서 어떻게 그렇게 조직과 융합이 잘 되는지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직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둬 보세요. 조직은 그냥 잘 굴러갈 겁니다. 다만 가끔씩 직원들과 일대일로 별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기만 하세요. 그러면 됩니다.
선배 CEO의 너무 간단한 답변에 의심을 했지만 결국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참 어렵고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CEO도 힘든 일이나 판단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물어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도 주저할 일도 아니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등의 공부도 물론 중요하고 큰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빠른 방법은 망설여질 때는 주변의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멘토이든, 나이가 어린 후배이든 중요하지 않다. 결국에는 그들의 간단한 조언에서 큰 해결책을 찾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알고 있다. 사람과 관련한 일은 어렵고 힘들고 조심스럽다는 것을. 어쩌면 시간이 더 지나도 영원히 풀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의 관계를 더딜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이해하고 만들어 가야만 하는 것이 조직의 리더들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