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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May 14. 2022

직원의 생각 vs 나의 생각

CEO STUDY Ep 2. CEO 가야 할 길을 물을 때(사람)

The first step to getting the things you want out of life is this decide what you want.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 Ben Stein


나 역시 CEO가 되기 전에는 작은 중소기업의 직원이었다. 

대학 4학년, 졸업 전부터 직장 생활을 했으니 8년 남짓 직장 생활을 했다. 기계공학을 공부했기에 CEO가 되기 전까지 경영학을 배운 적도, MBA를 다녀 본 적도, CEO 교육과정을 배운 적도 없었으며 더욱이 조직을 이끌고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가치 있는 사명을 가져야 하는 것도 전혀 모르는 초보 CEO였다. 하지만 초보 CEO에게도 조직 내에서는 모든 걸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뿐만 아니라 회사를 냉철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고 발전시켜야 하는 의무는 경험이 많은 CEO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직원들의 급여와 회사 운영을 위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열심히 하여 이익도 남겨야 하며 그렇게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일은 CEO가 되면 바로 거침없이 몰려온다. 어렵고 외로운 시간들의 연속이었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야 버틸 수 있는 있고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은 부딪히고 수정하면서 나아가면 못할 일이 없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CEO는 경력이 쌓여도 여전히 정말 어렵고 힘들고 고된 직업이다.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인 사람, 그리고 비전은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는 여전히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먼저 사람과 관련한 부분이다. 

많은 CEO가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부분이 사람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조직의 역량에 따라서 회사가 흥하기도 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업 초창기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직원들이고 몇 안 되는 그 직원들 때문에 사업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나의 문제였지만 말이다. 직원이 다섯 일 때도 몇십 명일 때도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다. 조직관리, 인사관리, 인간관계, 리더십 등 조직 구성원과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생각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다.

창업 초기에는 직원들에게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자유와 권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최대한의 개인 자유를 보장해 준 적이 있다. 스스로가 결과에 대해서 판단하고 잘할 수 있을 때까지 믿음을 가졌고 생산성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기다리고 심지어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책임도 묻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가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원인을 찾고 성장해 나가길 바랬기 때문이다. 하루 몇 번씩이나 따라다니며 잘못된 부분을 지적을 하고 일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답답함을 속으로 달래며 직원에게는 전혀 물어보지 않았는데, 가끔 그런 기다림을 아는 나의 리더십이 상당히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였다.

어느 날 기술팀의 중간 관리자가 할 얘기가 있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대표님! 그만두겠습니다.”
'이건 뭐지?'


정말 깜짝 놀랐다. 항상 웃으며 회사 생활도 잘하고 있고(정말 잘하고 있는 친구였다) 이런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고, 일이 힘들진 않을까 우려되어 한 번도 무리한 업무를 지시한 적도 없었으며, 스스로 훈련하고 성장을 해 나간다면 곧 팀장이 될 정도로 똑똑하고 유능한 직원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도 침착하게 이유를 물었다.

"네? 이유가 뭔가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서로 해결해 보면 퇴사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 있지도 않을까요?”
"저는 더 이상 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거나 업무를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일이 많아 바쁘고 힘든 건 괜찮지만 뭘 할지 모르는 것은 참지 못하겠어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가겠습니다.”


'잡을 수 있을 거야'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물었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난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하라고 종용하지도 않고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직원의 시간을 쪼개서 일하라고 강요도 하지 않았는데, 오로지 스스로가 할 일을 찾아서 하고, 공부하며 성장하길 바랬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퇴사를 한다고 하니, 내가 생각하는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조직의 운영은 완전히 실패를 한 것이다.



작은 회사의 작은 CEO가 생각하는 회사 운영 방식과 믿음이 실패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사건 이후로 완전히 다르게 회사 운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하지 않던 회의도 하고 일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지시하기 시작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하면 더 편하다. 궁금한 것도 바로 알 수 있고, 일의 진척도와 문제점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바로바로 지시를 내리면 적어도 큰 사고가 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직원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거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을 하면서 결과를 지켜보고 다시 그 결과를 돌아보면서 성장하는, 그런 기회를 CEO가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가 나를 가끔 괴롭혔지만 결과적으로 CEO의 권위도 서고 편하였다. 결국 나는 조직 운영에 있어서 직원이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차단하고 좀 더 편한 길로 가기로 스스로 타협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특별한 문제없이 정말이지 평온한 주말이었다. 한 통의 전화가 오기까지 말이다.

창업 초창기부터 함께한 엔지니어가 연락이 왔다. 불안했다. CEO들은 규칙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면 항상 불안하다. 적어도 주말에 직원에게서 오는 전화는 나를 상당히 불안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거의 대부분 좋지 않은 일들이었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주말에 전화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정말이지 괜찮지가 않다. 정말 싫어하는, 소름 돋게 싫은 직원들의 한마디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애써 침착하게 전화를 받지만 뻔한 얘기다. 퇴사를 하거나 그만두거나 일을 못하게 된다는..


"회사를 그만둬야 할 거 같습니다. “

'회사를 그만두는 일을 이렇게 전화로 할 정도로 급하고 간단한 일인 건가? 내가 정말 사람을 잘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공식적인 답변인 이유를 침착하게 물어야 한다.'


"이유가 뭔가요? 월요일 출근해서 논의해도 될 텐데…”
“네. 미리 얘기하고 싶어서 전화부터 드렸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월요일에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순간 정말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고 억울했다. 

월요일 얘기를 해도 되는데 굳이 주말에 전화를 해서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있을까? 이건 정말 너무 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벌써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려고 결정을 했으며, 조금이라도 하루빨리 자신의 이직 의지를 명확히 하려고 주말에 CEO에게 전화를 한 거였다. 덕분에 주말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지만.

출근해서 이직에 대한 자세한 이유를 물었다.

CEO의 결정과 지시에 업무가 전적으로 진행이 되다 보니 성장의 한계를 느껴 자신의 의지와 결정권이 더 보장이 되는 다른 회사로 옮기기로 결정을 했고 토요일에 옮기는 회사의 대표와 최종 면접으로 이직 결정을 하고 나에게 전화를 한 거라고 한다.

참 어렵고 정말이지 섭섭하다.




나는 직원들과 잘 어울리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CEO가 되고 싶은데,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내가 CEO로써 자질이 없구나' 하고 큰 좌절을 하기도 하고 심하면 몸살을 앓기도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지금까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것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것을 전반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며 돈을 벌어 급여와 운영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원들에 대해서 더 진진하게 고민하고 당시에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잘 되지 않았다. 조직을 잘 이끌고 직원들도 잘 이해를 해서 회사 직원들도 대체적으로 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동종 업계 선배 CEO를 만나서 어떻게 그렇게 조직의 융합이 잘 되는지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직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둬 보세요.
조직은 그냥 잘 굴러갈 겁니다.
다만 가끔씩 직원들과 일대일로 별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기만 하세요.
그러면 됩니다."


선배 CEO의 너무 간단한 답변에 의심을 했지만 결국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참 어렵고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CEO도 힘든 일이나 판단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물어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도 주저할 일도 아니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등의 공부도 물론 중요하고 큰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빠른 방법은 망설여질 때는 주변의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멘토이든, 나이가 어린 후배이든 중요하지 않다. 결국에는 그들의 간단한 조언에서 큰 해결책을 찾기도 하기 때문이다.



직원과 내가 서 있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인위적으로 강제한다고 해도 가능한 부분이 아니다. 직원은 직원들의 일을 하는 것이고, CEO는 CEO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직원이 있으면 함께 가면 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CEO는 '기업 조직'에 대한 공부를 항상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어렵고 가끔은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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