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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Nov 30. 2022

가짜 성취감

몸만 피곤한 헛짓거리는 하지 말아야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나 지금까지 뭐한 거야?



월급 받는 회사원으로 10년의 시간을 보내고 어느 날 CEO가 되었다. 회사원일 때 나의 가장 큰 행복은 월급, 점심시간, 칼퇴근이었다. CEO가 된 직원도 회사원들보다는 덜 하겠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다. 당시에는 정시 퇴근은 상당한 용기를 내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퇴근시간에 퇴근하는 것에도 눈치를 보고 용기를 내야 하는 시기였던 걸 보면.. 참 말이 안 되는 시대에 회사원으로 살았던 거 같다. 




당시에도 유독 퇴근시간에 퇴근을 하지 않고 야근을 자주 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저 선배는 항상 저렇게 늦게까지 일을 하는구나. 일이 많나? 회사를 너무 걱정하나?' 별의별 생각을 다했지만 대단하다는 존경의 의미가 나에게는 있었다. 스스로 좀 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퇴근을 미뤄야 하고 야근을 하면서 일에 완벽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로 나에게 와닿고는 했다. 




CEO가 되고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보니, 그 당시 나의 생각은 참 순진했던 거 같다. 야근은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주어진 시간에 집중도를 높여서 하는 게 더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 나는 가능한 야근을 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에서도 여전히 야근을 하는 사람이 있고(사실 이제는 드물다) 정시에 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시 퇴근을 기준으로 '일'의 성실함을 평가하는 시선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퇴근 안 해요?
네. 하던 것 검토만 하고 갈 겁니다. 


6시가 넘어 퇴근하지 않는 직속 팀장(우리 회사에서 기획팀은 CEO 직속 업무지시를 받는다)에게 들은 대답이다. 난 팀장이 무슨 업무 때문에 늦는지 모르고, 팀장도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왜 지금 남아서 해야 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더군다나 내가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대표가 알아 달랐는지 하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에게 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다. 일을 위한 시간을 자기가 리딩 하면서 쓰는 것이다.




나는 야근을 할 때는 분명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기준은 본인의 시간을 리드하면서 활용하느냐 아니냐의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을 내가 주도하냐, 하지 않느냐의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주도를 하는 일은 어떤 '성취감'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어도 스스로 작은 성장이라는 성취감이 보상을 해 주기 때문에 스스로 야근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바쁘다 바빠'
 '~할 시간이 없네' 


간혹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많이 경험했다. '일 없음의 불안함'이다. 자신은 매일 정신없이 일을 하고 야근도 하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오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바쁘다 바빠', '~할 시간이 없네' 이런 말들을 자주 내뱉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대부분 주변 다른 사람들이 들릴 정도로 말한다.)


 회사원 중에 이렇게 바쁘게 보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계획을 수립하여 시간관리를 잘하는 경우가 드물다. 시간을 잘 관리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면 충분히 회사를 위한 기여뿐 아니라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오롯이 회사의 업무에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일 없음의 불안함'에 빠져들면 중요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는 일들을 찾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을 괴롭혀서 그런 불안을 없애는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불행히도 착하고 남에게 나쁜 말. 행동 못하는 사람이 주로 화풀이를 가까운 지인이나 자신에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막 찾아서 하는 행위가 자신이 뭔가의 일을 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가짜 성취감'일뿐이다. 중요하거나 발전적인 일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메일 정리, 각종 엑셀 정리, 파일 정리, 문서정리 등등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많은 일들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해당된다 하겠다)


'가짜 성취감'에 익숙해지면 일은 많아지고, 일의 질은 떨어진다. 그 시간에 그냥 퇴근하고, 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관리하고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하여 '진짜 성취감'을 느끼며 만들어 가는 게 회사와 본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일을 주도적으로 하여 정말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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