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한 표를 잊지 않고
뉴질랜드에서의 백 아흔일곱 번째 날
19대 대통령 선거가 5월로 앞당겨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국외부재자 투표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뉴질랜드에서. 소중한 한표 꼭 행사해야 하니까. 국외부재자 신고기간이 되자마자 신고를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가 지내고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뿐 아니라 남섬에는 투표소가 없다는 사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웰링턴과 오클랜드에만 투표소가 있다고 한다. 남섬에 있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심지어 크라이스트처치에는 한국학교도 있는데 조금 너무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투표하러 웰링턴에 가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참 국민의 모습이다.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19세 이상 국민으로서 외국에서 투표하려는 사람인 국외부재자. 우리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는 외국에 머물거나 거주함으로써 선거일까지 귀국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당당한 대한민국 유권자로서 국외부재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고 확인 메일까지 받았다. 그리고 바로 웰링턴 가는 비행기표까지 빠르게 예약했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추진력 하나는 끝내준다. 투표는 꼭 해야 하는 거니까,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웰링턴까지 가는 목적도 있지만 우리는 이것이 기회다 생각하고 2박 3일 여행하고 오기로 했다. 일하는 가게에 DAY-OFF를 미리 신청하면 원하는 날에 OFF가 가능한데, 센스 있게 국외부재자 신고하자마자 DAY-OFF도 받아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2박 3일 여행하고 오후 늦게 돌아오는 비행기표로 후다닥 예약을 했다. 뽕을 뽑고 오겠다는 그런 마음이다. 너무나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괜히 뿌듯한 날이다.
#국외 부재자 투표하기
뉴질랜드에서의 이백 마흔네 번째 날
매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기를 쓰다가 오늘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괜히 새로운 느낌이다. 우리는 오늘 새벽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해서 웰링턴으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 우리에게 그만큼 중요했던 19대 대통령 선거라는 이야기다. 물론 투표가 가장 큰 이유이고, 온 김에 웰링턴 여행도 할 겸 초 긍정 파워 장착하고 비행기 타고 웰링턴까지 왔다. 바람의 도시 웰링턴 답게 투표하러 가는 길까지도 바람의 연속이었다. 머리가 이리저리 휘날리며 다 헝클어져서 투표장에 도착했다. 안내를 받고 투표하려 올라갔는데, 이게 웬일. 우리 부부를 알아보는 분이 계셔서 당황했다. 연예인이 된 기분이랄까.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를 꾸준히 포스팅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블로그를 자주 보신다고 했다. 너무 감사하면서도 당황스러우면서도 몸 둘 바를 모르는 우리는 그저 프로 워홀러일 뿐. 그렇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뉴질랜드에서까지 보낸 우리의 한표. 뜻깊은 한 표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