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마지막이구나
뉴질랜드에서의 이백 쉰아홉 번째 날
어느덧 뉴질랜드에서의 워킹홀리데이도 하나, 둘씩 마무리가 되어간다. 어제는 늦게까지 서로 머리 염색을 해주고 푹 잠들었다. 아침에 머리를 감았더니 생각보다 많이 노란 머리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신랑이 계속 예쁘다고 잘 어울린다고, 얼굴이 더 밝아 보인다고 아부 아닌 아부를 떨어서 나름 만족 중이다. 워킹홀리데이가 마무리되어가는 오늘, 푹 자고 일어나 교회 갈 준비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 부부를 정말 잘 챙겨준 분들께 작은 물을 하고자 평소보다 교회에 일찍 도착했다. 한인교회가 아니라 현지 교회를 다닌 데다가, 영어가 짧아 원활한 소통이 어려웠던 우리에게 다가와주었던 많은 사람들을 꼭 챙기고 싶었다.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자꾸 실감 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뉴질랜드에 온 지 250일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설교는 알아듣기 어렵다. 예배 끝나고 우리를 사랑으로 챙겨 준 가족 같은 분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딜리아와 산드라를 비롯해 다른 분들도 모여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었다. 정말 너무 소중한 시간,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다.
일요일마다 우리의 데이트 코스가 되어주었던 선데이 마켓에도 잠시 들렸다. 왠지 오늘이 아니면 못 올 것 같다는 생각에 한번 들리고 싶었다. 마침 신랑도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들렸다. 놀러 간 덕분에 간식도 사 먹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마무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이상하고 괜히 싫었다. 다음 마무리를 위해 찾아간 곳은 팜스 몰이다. 신랑이 탱크 주스에서 일하던 곳인데, 뭔가 한번 들려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신랑이 일했던 가게에서 사진도 찍었다. 음료까지 하나 먹으며 또 다른 마무리를 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마무리해나가는 것도 정말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스시집에서 함께 일했던 한국인 친구 제이슨과 함께 식사를 했다. 원래 가려던 치킨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다른 음식점을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별로여서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음이 감사했다. 한국인이라고는 나뿐이던 가게에 찾아와 준 한줄기의 빛 같은 사람이랄까.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일할수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 나는데 왜 자꾸 아쉬운 마음만 커지는 걸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시간들을 보냈으니까. 그거면 됐다.
# 마지막 날
뉴질랜드에서의 이백 예순 번째 날
2016년 9월 5일, 새벽부터 춘천에서 출발해서 인천공항까지. 그리고 일본을 경유해 뉴질랜드에 도착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26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덧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의 마지막 날이라니. 즐거운 일들이 정말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가득한 것 같다. 이제 뭐라도 해볼 것 같은데, 이제 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의 일상을 부모님께, 가족들에게, 지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 내려갔던 일기가 나중에 추억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워홀러로서의 마지막 날인 오늘, 숨 가쁘게 지냈다. 워킹홀리데이를 마무리하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우리 부부. 어제 밤늦게까지 짐을 챙기느라 새벽 2시가 다 되어 잠들었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8시에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났다. 얼마 안 지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짐이 늘었는지, 한국으로 보내야 할 캐리어와 택배박스가 엄청났다. 무게를 재고, 무슨 물건이 들었는지 꼼꼼하게 적은 후 계산까지. 뉴질랜드 달러로 550달러가 나왔다. 한국돈으로 하면 40만 원 정도 되는 돈.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한국으로 보낼만한 짐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걸 여기다 버리는 것도 일인 것 같아서 그냥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려니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짐을 보내고 난 후에 은행도 들렀다. 세금을 환급받아야 하는 계좌를 한 개만 남겨놓고 나머지 계좌들은 정리를 했다. 받은 돈은 한국 계좌로 바로 넣어버렸다. 한 번에 많은 돈을 송금해서인지 돈을 이체하자마자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돈의 출처를 밝히라고 해서 우리의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했다. 이럴 때 보면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다. 은행업무도 보고, 세금 환급도 받고 차도 팔았다. 정말 다행히도 오늘 차를 팔게 되었다. 오늘이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차가 안 팔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오늘 거래를 하게 되었다. 9개월간 우리의 발이 되어준 차와 인시 했다. 차를 팔고 보험도 깔끔히 해지하고 돌아왔다. 차를 팔고 보험 해지까지 하고 나니 집에는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 날답게 계속 청소를 했다. 정리하고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 계속 정리했다. 마지막 식사는 플랫 식구들과 함께 했다. 두 번째 플랫은 한국인 플랫이었는데, 은행원인 언니와 아버님이 거주하고 있었다. 마지막 날 특별히 우리를 위해 갈비찜, 샐러드, 해물탕 등등 많은 음식을 준비해주셨다. 정말 어딜 가도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내일부터 시작될 세계여행. 뉴질랜드가 그 첫 여행지이다. 그래서 세계여행 배낭을 열심히 챙겼다. 짐을 쌌다가, 다시 풀었다가 쌌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며 짐 싸기를 연습했다. 짐을 싸고 지친 하루. 이렇게 뉴질랜드에서의 워킹홀리데이 마지막 날이 저물어간다. 260일 동안 뉴질랜드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랬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것 같은 워킹홀리데이 시간.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겠다는 우리의 당찬 목표가 깔끔하게 이루어진 것 같다. 이젠 그 목표를 더 큰 세계로 펼칠 때이다. END와 AND가 공존하는 신기한 하루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