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출근

일을 시작하지

by 캔디부부

# 신랑의 첫 출근


뉴질랜드에서의 열한 번째 날

오늘은 신랑의 첫 출근의 날이다.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고, 함께 워킹홀리데이를 왔기 때문에 화장실 갈 때 빼고 늘 함께하던 신랑인데, 결혼 후 처음으로 서로가 다른 하루를 보냈다. 정말 결혼 준비, 워킹홀리데이 준비, 매일같이 붙어있었는데 낯설었다. 오늘부터 한인 스시가게에서 풀타임 워커로 일하게 된 신랑. 그렇게 한국인 가게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온 신랑인데, 우리의 생계를 위해 가장의 무게가 꽤나 컸나 보다. 그래도 이렇게 일을 구하게 된 것이 다행인 것 같다가도, 신랑 생각하면 괜히 미안해지고. 생각이 많았다. 아무튼, 오늘은 신랑의 첫 출근일, 아침 7시부터 생이별을 했다. 아직 차량 보험이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신랑은 버스시간과 걸어가는 시간 등을 고려해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외국에서 꼭 길러보겠다며 애지중지하며 길러오던 수염도 깎았다. 얼마 자라지도 않아서 귀여웠는데, 신랑도 이렇게 오랫동안 수염을 길러본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1년 뒤 세계여행을 하게 되면 그때 마음껏 길러보라고 해야겠다. 나를 위해 애써 웃는 건지, 그래도 뉴질랜드에서의 첫 출근일이라서 그런 건지 나름 밝은 표정으로 신랑은 출근을 했다. 신랑을 출근시키고 조금 더 자고 일어나서 밥도 해 먹고, 청소도 하고, 은행도 다녀오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뱅킹, 폰뱅킹 등등 뉴질랜드라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려고 하니 신경 써야 할 일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 들을 해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시간을 얼마나 흘렀을까. 벌써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이 되었다. 신랑이 첫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할 때 입고 있던 유니폼을 입은 채로 앞치마를 소중히 품에 안고 돌아왔다. 신랑은 자신이 오늘 일한 흔적들을 보라며 앞치마를 쫙 펼쳐서 보여줬다. 오늘 받은 새 앞치마라고 했는데 여기저기 밥풀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장사가 잘 되는 스시집이라 밥을 많이 하나보다. 오늘만 30번 밥을 했다고 한다. 거의 한 달치 밥을 하루에 다 하고 돌아온 셈이다. 처음 해보는 일들이 낯설고, 적응도 안됐을 텐데 첫 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신랑을 토닥토닥해줬다.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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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첫 출근


뉴질랜드에서의 스물아홉 번째 날

오늘은 드디어 나의 첫 출근 날이다. 신랑은 오늘 휴무라는데, 그동안 신랑이 일하고 나는 쉬던 거 생각 못하고 아침부터 신랑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사람은 역시 간사하다. 10시까지 출근이라 8시 30분에 겨우겨우 눈을 뜨고 씻고 왔더니 도넛, 바게트, 사과, 베이컨 등등 신랑이 아침을 챙겨줬다. 출근하는 날 든든히 아침 먹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일과였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게 원하던 첫 출근인데 막상 가려니 얼마나 가기 싫던지, 출근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신랑이 쉬는 날이라 일하는 곳까지 데려다줬다. 내가 빨리 운전연습을 해야 신랑을 데려다주고 나도 차를 가지고 출근하던지 할 텐데 큰일이다. 10시 출근이니까 예의상 10분 전에 도착해서 유니폼도 받고, 10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유니폼으로 티셔츠 3벌, 겉에 입는 기모노, 모자도 받았다. I'm new but I'm trying이라고 적힌 뱃지도 달고 일을 시작했다. 첫날이라 일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 한일이 엄청 많다. 먼저 오늘 판매될 씨푸드 종류를 내가 다 만들었다. 그게 나의 메인 업무로 지정된 듯했다. 이것저것 처음 하는데 어려운 것도 많고 심지어 다 영어로 해야 하니 죽는 줄 알았다. 머리가 터질뻔했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라고 다시 생각한 시간이었다. 스시에 들어가는 파프리카도 자르고, 오이도 자르고, 레몬도 자르고. 와사비도 만들었다. 와사비가루에 물을 섞어서 만드는 방법이었는데 물과 섞일 때마다 코로, 눈으로 들어가는 와사비 가루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만들었다. 어쩐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조심하라고, 눈물 흘린다고 당부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와사비때문에 눈물을 흘려봤다. 점심시간도 있었다. 먹고 싶은 스시중에 아무거나 골라먹어도 된다고 해서 연어스시를 챙겼다. 이렇게 점심값 안 들고 식사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너무 좋은 것 같았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4시, 끝날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영어를 사용했고 손님들하고도 영어로 대화하고 캐셔도 공동업무로 같이 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덤벼들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첫 출근도 무사히 끝났다. 내가 이렇게 일하고 스시 먹는 동안 신랑은 온 집안 청소를 했다고 했다. 청소기도 돌리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뉴질랜드에서 본격적인 워킹데이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이면서도 부담도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