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하루

또다시 취준생

by 캔디부부

뉴질랜드에서의 쉰세 번째 날

신랑의 일기

오늘은 아내가 10시간을 일하는 날이었다. 하루 종일 가게에서 일하느라 특별히 일기 쓸 것이 없다는 아내를 대신해서 백수인 내가 글을 써본다. 오늘도 평소처럼 아내는 10시 출근이었다. 내가 눈을 뜬 시간은 9시 30분. 일어났는데 옆에 아내가 없길래 씻으러 갔나 하고 3분 정도 멍하게 누워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아내. 뭔가 이상해서 살펴보니 방에 아내의 짐이 없다. 설마? 혹시? 하는 마음으로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아내의 신발이 없다. 이럴 수가. 아내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전화도 여러 번만에 연결되었다. 내가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혼자 나갔다는 아내. 아침부터 미안했다. 찝찝한 마음으로 일어나서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며칠간 빨래할 타이밍을 놓쳐 빨래가 산더미라 오늘은 빨래를 꼭 하고 싶었다. 2시가 지나면서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빨리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방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사실 인터넷으로 지원하는 것보다는 직접 가는 것이 좋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번 주까지는 인터넷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트레이드미라는 뉴질랜드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중고 거래는 물론 일자리, 집까지 알아볼 수 있는 뉴질랜드 생활에 아주 유용한 사이트인 것 같다. 일자리를 검색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다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뜬 시간은 오후 1시. 빨래는 이미 다 되어 세탁기 속에 있었다. 2시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오전에 해가 날 때 빨래를 말리려던 나의 계획은 물거품 되었다. 이미 해버린 빨래는 비가 오면 걷을 각오를 하고 널어버렸다. 빨래를 널고 도넛과 커피를 챙겨 방에서 백수생활을 즐겼다. 하루 종일 침대와 하루를 보낸 취준생의 하루다. 물론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래도 일 없이 집에만 있으니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기운이 없는 것 같다 괜히. 기분전환을 위해 집을 나섰다.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할까 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갔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맞은편 성당을 가볼까 했지만 성당 안에서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냥 걸었다. 그렇게 아내가 일하는 가게 근처까지 걸으며 혹시 구인광고가 붙은 가게가 없는지 살폈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아 집에 돌아왔다. 오늘은 아내가 가게 마감을 하는 날이라 스시로 저녁을 먹을듯해서 저녁 대신 간식을 준비했다. 고구마 맛탕과 감자튀김. 아내가 좋아하면 좋겠다. 별로 한건 없는 것 같은데 어느덧 아내의 퇴근시간이다. 아내를 픽업하러 다녀왔다. 주차를 해놓고 아내를 기다리며 비 오는 밤, 차 안에 앉아 재즈음악을 들었다. 분위기에 취하는 저녁이다. 분위기 좀 잡다 보니 아내가 퇴근했다. 원래 퇴근시간보다 20분이나 늦게 나왔다. 아내는 일 구할 때까지 잠시 이 휴식을 즐기라는데,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은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누구나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만의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일을 하면 일하는대로, 놀면 노는 대로. 오늘도 생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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