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 가게 아저씨

취업성공의 길

by 캔디부부

#면접보다


뉴질랜드에서의 예순네 번째 날

신랑의 일기

취준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한, 특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으로 구직사이트를 알아보며 여러 군데 지원을 했는데 오늘은 그중 한 군데 면접을 보러 다녀왔다. 평소보다 30분가량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아내의 출근시간보다 내 면접시간이 먼저인 관계로 아내는 나의 면접장소인 웨스트필드 몰에서 내려 걸어서 출근했다. 아내를 보내고 면접을 보기로 한 탱크(TANK)에 갔다. 탱크는 생과일주스와 샐러드, 랩 같은 조금은 건강한 음료와 음식을 파는 가게이다. 주스가 오렌지주스, 파인애플 주스 이런 것이 아니라 한국의 쥬씨처럼 여러 과일을 섞어서 만드는 그런 곳이다. 면접 보러 왔다고 말을 하니 저쪽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기다리라고 한 장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본 사람들만 1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나와는 다르게 다들 영어를 잘한다. 조금 주눅이 들었다. 합격은 거의 포기하고 경험삼아 해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내 순서를 기다렸다. 사실 집에 가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부담이 되었는데, 대기하는 사람들 중에 남자가 나밖에 없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아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45분까지 오라고 공지를 하고, 온 순서대로 면접을 보나보다. 그 결과 시간을 딱 맞춰 온 나는 꼴찌. 50분가량 기다린 끝에 면접을 봤다. 면접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인사를 하고 앉은 다음에 저의 CV(이력서)와 Referee(추천인?) 등을 주고 면접을 시작했다. 이력서를 보더니 내가 일했던 스시집의 일에 대해 물어봤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언제까지 있는지도 물어봤다. 아마 길게 일하는 사람을 뽑고 싶은 것 같았다. 뉴질랜드에 1년 정도 지낼 것을 예상한다고 말했더니 여행도 가고 그러지 않냐고 되물었다. 여행이야 틈틈이 가면 되지.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물었다. 일요일 빼고 다 된다고 대답했다. 만약에 내가 일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료 준비를 배우고, 다음엔 주스를 만들고, 그다음에 고객 서비스를 배우는 방식으로 일을 배운다고 했다. 꽤나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냐고 물어보길래, 12월 말부터 1월 초에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오시는 일정을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당당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면접이 끝이 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기분 좋게 면접을 본 것 같다. 어제 나름 준비한 예상 질문이 있었는데 적중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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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뉴질랜드에서의 일흔네 번째 날

신랑의 일기


오늘은 나의 첫 출근일을 기념하여 내가 일기를 쓰기로 했다. 사실 첫 출근이라고 해봤자 특별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출근 자체가 특별한 거니까. 오늘은 오전 9시부터 3시 30분까지 일하는 날이었다. 지난주 면접을 보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것이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집에서 뒹굴거리며 인터넷으로 지원서를 여기저기 뿌리던 몇 주 전이다. 원래 일하던 한인 스시집을 그만두고 조금이라도 영어를 쓸 수 있는 키위 잡(현지일), 그중에서도 서비스업을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카페 위주로 CV를 돌렸지만 경력 때문인지 답이 오는 경우가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원을 하다가 TANK도 지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TANK에서 면접 연락이 왔고 덜컥 되어버렸다. 그런데 나는 면접 장소가 집 앞에 있는 웨스트필드 몰이길래 거기서 일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이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새로 지점을 오픈하는데 거기 필요한 사람을 구하는 거였나 보다. 난 왜 면접도 보고 계약서도 썼는데 모르고 있었지. 너무 정신없이 여기저기 지원하다 보니 근무지를 정확히 확인을 하지 못했나 보다. 어찌 되었든 나는 2주간 다른 지점에서 트레이닝 후 새로 오픈하는 매장으로 가나보다. 구글맵에서 쳐도 안 나오는데 아마 같은 이름의 길이 시내 쪽에 있는 거 보니 시내로 가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정말 바보 같다. 뭐 어찌 되었든 일을 구했고 첫 출근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출근에 괜히 마음이 설렜다. 집에서 차로 20여분 정도 걸리는 곳, 도착하고 나서 1시간 정도 가게 앞에서 매뉴얼만 읽었다. 주황색 유니폼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오늘은 사과와 오렌지 손질이 주 업무였다. 그리고 주문 들어온 주스랑 스무디 만들기를 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섞어서 만드는 주스가 대부분이라 아직은 레시피를 보면서 천천히 하기는 하지만 꽤 재미있었다. 다 만든 음료는 손님들에게 드리면서 인사도 했다. 이제 좀 뉴질랜드에 온 것 같다. 중간 브레이크 타임을 30분 정도 가졌다. 밥을 먹고 와도 되고, 알아서 쉬다 오라고 했다. 계약서나 매뉴얼에도 점심식사와 관련된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내 돈으로 사 먹어야 하나보다. 그래서 오늘은 맥도날드로 해결했다. 첫날이라 많은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근두근거렸던 첫 근무를 무사히 마쳤다. 새로운 생활이 기대가 된다. 한인 스시가게를 벗어나고 보니 이제야 뉴질랜드에 온 것 같다. 행복하다.


#스펙타클한 하루


뉴질랜드에서의 백 서른세 번째 날

신랑의 일기

요즘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아 그런지 아내와 번갈아가며 밤에 잠을 못 자고 있다. 어제는 아내가 잠이 안온 다며 새벽 3시에 잠든 데다가 오늘 오전 7시 출근이라 6시에 일어나느라 잠을 많이 잤다보다. 그래서 그런지 산책 다녀오자마자 아내가 뻗어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쓰는 일기. 오늘 아내는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 나는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근무였다. 자잘한 사건들이 많았던 오늘 하루. 아주 스펙타클했다. 먼저, 첫 번째 사건. 매니저가 나를 화나게 했다. 7시에 아내를 출근시키고 나도 부리나케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씻고 8시에 집을 나섰다. 일하는 곳까지 차로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늘 30분 전에 출발을 한다. 그런데 운전을 하며 출근하는 중에 문자가 왔다. 문자를 얼핏 보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길가에 차를 잠시 세운 뒤 문자를 다시 봤다. 보고 또 보고 계속 봤다. 11시부터 6시 반까지 일하라는 문자였다. 8시 30분이 출근시간인데 8시 17분에 문자로 통보.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바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미 나는 가게에 거의 도착을 했을 뿐이고, 일단 가게로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도착했더니 매니저가 있었다. 그래서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하면서 11시부터 해줄 수 있냐고 했다.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없어서 아무 말도 안 들어왔다. 곤란함과 어이없음을 얼굴로 표현했더니 그럼 그냥 지금부터 하라고 하는 매니저. 정말 너무 화가 났다. 사실 요즘 들어 근무시간을 당일에 막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연장근무의 느낌으로 근무시간이 변경된 거였고, 사정도 있고 나도 근무시간이 많으면 좋으니까 알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정말 화가 많이 났다. 그렇게 찝찝하고 기분이 별로인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 사건으로 인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실수도 많았나 보다. 그러던 중 두 번째 사건이 터졌다. 남의 가게 벽과 충돌하는 일이다. 일을 하다가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 트롤리를 끌며 창고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핸드폰을 하며 돌아오다가 복도 중간에 위치한 눈썹 문신가게 벽을 트롤리로 쿵. 나도 놀라고, 안에 점원도 놀랐다. 점원이 나와서 보더니 내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아주 눈에 띄는 주황색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라 도망도 못 가고 이름을 알려주었다. 자기 가게 보스한테 말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연락이 없다. 스펙타클한 오전을 보내고 나니 일이 더더욱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월요일이라 가게가 바쁘지 않아 다행이었다. 넋을 놓고 일하다 보니 1번 샐러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4번 샐러드를 만드는 실수도 하고.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퇴근 후 아내와 산책도 하고 장도 보고.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알게 된 오늘의 가장 큰 실수. 바로 퇴근시간을 착각한 것이다. 나는 오늘 내 퇴근시간을 4시로 알고 있었는데 아내가 오늘 왜 일찍 끝났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내 퇴근시간이 4시 30분이었다. 함께 일하던 매니저는 왜 아무 말도 안 한 걸까? 본의 아니게 조기 퇴근했다. 이러다 잘리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매니저에게 퇴근시간 잘못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연락을 했다. 정말 크고 작은 사건과 실수들로 가득한 스펙타클한 하루였다. 그럼에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쓸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평범한, 당황스럽지 않지만 재미있는 하루가 되길 바래본다.